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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예산 작가주의 SF가 사는 법
2001-10-09

<나비>의 로케이션

<나비>는 SF적인 세트와 특수효과에 돈을 쏟아부을 경제적 능력이 없는 저예산 작가주의 SF의 곤경과 지혜를 함께 보여준다. 파리 시내를 찍어놓고 정체불명의 미래도시 알파빌이라고 능청떠는 장 뤽 고다르의 <알파빌>이나 도쿄의 거미줄 같은 고가도로를 미래도시의 디자인으로 고스란히 갖다쓴 타르코프스키의 <솔라리스>처럼 서울과 부산의 거리와 건물에 어떤 조작도 가하지 않고 미래도시의 이미지를 빚어내는 것이다. 제작비가 적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문승욱 감독은 “한국의 대도시는 더이상 국적성 시대성이 느껴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금방 잊혀지고 파괴하기 위해 건설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 자체에 디스토피아적인 이미지가 스며 있고, 난 그걸 그대로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나비>에서 가장 빈번히 등장하는 무대는 부산. 로케이션 촬영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부산영상위원회의 덕이 크다. 송도의 바닷가장면은 물론이고, 나비를 찾아 떠나는 여정에 등장하는 허름한 터널, 공사장은 모두 부산에서 촬영됐다. 로케이션이 쉽지 않은 서울은 유키의 회상비디오 등 일부 장면에서만 등장한다. 문제는 처음과 끝부분에 등장하는 공항이었다. 김해공항이나 김포공항은 너무 복잡한데다 미래적인 느낌이 약했다. 이때 일본의 고베영상위원회가 구세주로 떠올랐다. 대지진 이후로 파괴가 심했던 고베시는 도시를 새로 단장하면서 간사이공항을 새로 지었는데 고베영상위원회의 지원으로 거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 촬영을 마쳤다. 여기다 덤으로 세계에서 가장 길다는 고베 펄브리지와 유명한 미니멀리즘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지은 바람의 교회도 활용했다.

▶ <개봉작> 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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