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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혼한다는 말이 “네가 이겼어”
2001-10-09

여자는 좋아하지만 결혼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남자 지미(크리스 오도넬)에게 앤(르네 젤위거)이 나타났다. 앤도 결혼에 특별한 관심이 없을 것 같아 사귀기 시작했다가 무척 좋아졌다. 그런데 이 여자가 은연중에 자꾸만 결혼하고 싶은 생각을 내비치더니 남의 결혼식에서 신부가 던진 부케를 받아채기까지 한다. 지미는 하는 수없이 결혼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한다.

그러면 청혼을 어떻게 해야 할까. 결혼을 열렬히 바라는 절박한 말은 솔직하지도 않고, 입에서 잘 나올 것 같지도 않다. 앤을 앉혀놓고 혼자 중얼거리는 것처럼 두서 없이 지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이런 식이다. 나는 결혼이 별로 좋지는 않지만… 너를 사랑하고… 이 길밖에 없는 것 같고…. 마침내 나온 결론에 해당하는 말이 “네가 이겼어”이다.

<청혼>은 청춘남녀의 사랑이 자꾸만 어긋나서 관객의 애를 태우고, 그러다가 결국에는 만나는 흔한 코미디성 멜로다. 줄거리는 대체로 예측가능한 방향을 좇는데, “네가 이겼어” 같은 기발하고 재치있는 대사들이 영화의 맛을 살린다. 그런 청혼사를 받아들일 여자가 몇이나 될까. 지미는 전혀 예상치 않은 딱지를 맞고 역시 결혼은 자기 체질이 아닌가 보다라고 생각하는데, 할아버지가 죽으면서 만으로 서른살이 되는 날까지 결혼하지 않으면 유산을 물려줄 수 없다는 유언을 남긴다. 세어보니 그날이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상속받지 못하면 할아버지의 회사가 남에게 팔리고, 정들었던 직원들이 다 잘리게 생겼다. 지미의 마음 속에는 앤이 떠나질 않지만, 앤은 여행을 가버렸다. 24시간 안에 결혼하기 위해 이전에 사귄 여자를 다시 기억해내며 찾아다닌다. 그 여자들중 한명으로 팝가수 머라이어 캐리와 배우 브룩 쉴즈가 잠깐 출연하며 중간중간 삽입되는 노래의 선곡이 좋다. 개리 시뇨르 감독.

임범 기자ism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