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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지지 않는 사람들> 뒤늦게 도쿄 개봉
2001-10-10

2000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됐던 시노자키 마코토 감독의 <잊혀지지 않는 사람들>이 지난 9월15일 도쿄에서 뒤늦게 개봉했다. 영사기사와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다 1996년 <오카에리>으로 데뷔한 시노자키 감독의 두 번째 영화인 이 작품은 2차대전중 태평양의 페리류섬에서 함께 전쟁한 경험이 있는 세명의 70대 남자들과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일상을 그리는 영화다.

미하시 다즈야, 오오키 미노루, 아오키 도미오 등 세명의 남자 배우는 193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일본영화의 황금시대를 중심으로 수많은 영화에 출연해왔고, 오즈 야스지로나 나루세 미키오 등 명감독 밑에서 연기를 단련시킨 경험이 있다. 우연치않게도 모두 1923년 생. 이들은 21년생인 팔순의 여배우 가자미 아키코와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쳐 해외에서도 평가를 받았다. 영화는 낭트 3대륙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2000년 밴쿠버영화제에서는 용호상을 받았다. 영화는 그밖에도 세계 여러 영화제를 돌아 일본으로 뒤늦게 귀환한 셈.

영화의 전반부는 바닷가 마을에 사는 주인공들의 생활을, 관객으로 하여금 고전 일본영화에 표하는 경의를 느낄 수 있게 하는 필치로 공손하게 그리고 있다. 반면 후반부에는 복지를 강조하면서 실제로는 노인들로부터 돈을 빼앗는 유토피아 주식회사가 나오며 주인공들도 이 회사의 피해자 신세가 돼 평온한 일상이 무너져간다.

이야기의 변화가 너무 심해서 의아한 느낌을 갖게 됐다는 비평도 있었지만, 오히려 상상도 할 수 없는 질병이나 잔혹한 일이 일상생활의 바로 옆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대사회를 잘 그렸다고 할 수도 있었다. 또 이 영화는 군대에 입대하고 살아남은 남자와 그 전우를 그린다는 점이나, 그 전우 중에 조선사람이 있다는 점, 주인공 손자의 세대의 젊은이가 나온다는 점 등에서 후루하타 야스오 감독의 <호타루>와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주인공들의 과거가 아니라 현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나 민족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우정을 그린다는 점, 젊은이의 현실이 노인들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는 점 등에서 리얼리티를 확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개봉 첫날 극장에는 주인공들과 같은 세대의 관객이 주로 눈에 띄었는데 감독은 “전쟁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는 젊은이들이 봤을 때 어떤 느낌을 가지는지 물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도쿄=사토 유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