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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라고? 치열한 생존싸움! <시리즈7>
2001-10-18

극단적 서바이벌 게임을 쇼처럼 보여주는 TV 프로로 가장..

<시리즈7>은 공포영화가 아닌데도 등골이 오싹해지는 순간을 수차례 만들어낸다. 또 폭력·액션물이라고 할 수 없는데도 수시로 등장하는 다큐멘터리적 `액션'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이런 이유로 미국에서 좀체 받기 힘든 R등급(17살 미만은 부모 동반의 경우에 한해 관람 가능)을 받았다. 그렇다고 폭력의 선정성을 상업적으로 착취하려는 B급 영화는 아니다. 총격으로 피가 튀고, 칼날이 사람 몸을 헤집는 따위의 섬뜩한 장면을 쏟아낼 수 있는 상황이 계속되지만 이를 의도적으로 피한 흔적이 역력하다. 약간 상하는 비위를 감수한다면, 희귀하고도 끔직한 풍자극을 만나게 해준다.

<시리즈7>은 극단적인 서바이벌 게임을 쇼처럼 보여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으로 가장했다. 시청률 1위를 기록중인 `적수들'이란 프로그램의 7번째 에피소드로, 방송사가 무작위로 정한 참가자들은 프로그램 진행자들로부터 무기를 건네받는다. 그 때부터 이들은 다른 참가자들을 제거해야 한다. 일종의 살인 게임이다. 성공적으로 최후까지 살아남더라도 상금 따위는 없다. 다만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 뿐이다. 출연 거부는 불가능하며, 24시간 따라다니는 카메라를 통해 일거수일투족이 방송된다.

인터뷰, 상황 재현극 등 텔레비전의 제작 관습을 빌어 미디어의 속성을 비꼬면서 드러낸다는 점은 <트루먼쇼>나 <에드TV>와 비슷하다. 하지만 웃거나 감상에 빠질 틈이 없다. 미디어 비판을 넘어 사람 속에 숨어있는 동물적 본능을 공포스럽게 끌어내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한 스타 도온은 임신 8개월의 무거운 몸이다.

영화는 도온이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던 다른 참가자를 순식간에 쏴죽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내 아기를 지키기 위해 못할 게 없다”는 그는 능숙하게 살인을 이어가며 우승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중이다. 성스러운 것으로 추앙받던 모성애는 이렇게 `추락'한다. 넉넉한 중년여자의 표정을 한 코니는 응급실 간호사이자 독실한 신앙인이다. 하지만 게임에 초청된 그는 악마같은 나이팅게일로 변한다.

고통을 덜어주던 주사기를 흉기로 사용하고, `게임에서 벗어날 방법이 있다. 힘을 모으자'고 참가자들을 꼬득인 뒤 잔혹하게 살해한다. 더 끔찍스러운 건 이들을 지켜보는 시선이다. 시청률 1위가 증명하듯 사람들은 이 살인게임에 열광하고, 프로그램 진행자나 카메라맨들은 아무리 위급한 상황이 벌어져도 방송에 차질을 빚는 것이 아니라면 절대 개입하지 않는다.

놀랍게도 이 와중에 로맨스가 등장한다. 고환암으로 죽어가는 전위적인 예술가 제프는 도온의 옛 애인이며, 이들은 아직 서로를 잊지 못한 상태다. 살기 위해 연인을 죽여야하는 이들에게서 어쩐지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의 보니와 클라이드 커플의 운명이 떠오른다. <나는 앤디 워홀을 쐈다>의 시나리오를 쓴 다니엘 미나핸이 각본을 쓰고 감독했다. 27일 개봉.

이성욱 기자 lewoo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