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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앞에 `양심`은 얼마나 자유로울까?
2001-10-18

기네스 팰트로, 밴 에플렉 주연 <바운스>

<바운스>는 실제 연인이던 귀네스 팰트로와 벤 에플릭이 스크린에서 또 다른 사랑을 나누는 로맨스 영화다. 따뜻한 감성이 흐르는 사랑 이야기이지만, `추악한 전쟁'이 시작된 이후 가뜩이나 허덕이는 항공사들 처지에서는 경악할만한 풍경이 심심찮게 출몰한다.

광고회사 간부 버디(벤 에플릭)는 전형적인 여피족이다. 출장 일을 마친 그가 폭설이 내리는 시카고 공항에서 빼어난 미모의 여성 미미, 작가 그렉과 우연히 합석하면서 그의 삶은 전환점을 맞는다. 그렉의 비행기가 다음날로 연기되고, 버디의 비행기는 예정대로 이륙하게 되자, 버디는, 미미와의 하룻밤을 위해서나 가족이 기다리는 그렉을 위해서 비행기표를 바꾼다. 이튿날 미미의 침대에서 깨어난 그는 자기 대신 그렉이 탄 비행기가 추락했다는 걸 알게된다.

항공사가 껄끄러울 이유는 단순히 비행기 사고가 등장해서가 아니라 사후 수습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가 자못 의미심장하기 때문이다. 항공사가 잘 나가는 광고회사와 손잡고 사고의 비극성을 광고로 묘하게 비틀어 `이미지 조작'에 나서고, 피해자 보상에서 불리한 사실들을 조직적으로 감추기까지 한다. 물론 이건 로맨스의 개연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들이지만 제법 정교해서 <바운스>의 멜로적 완성도나 장르영화로서의 새로움에 기여하고 있다.

버디를 하필 광고회사 간부로 설정한 것도 이쯤에서 그럴 듯해진다. 그러지 않아도 죄책감에 시달리던 버디의 회사에 항공사로부터 이번 사고를 호도할 광고제작 의뢰가 들어온다. 마침내 버디는 알콜중독에 빠져버리고, 간신히 자신을 추스린 뒤 그는 그렉 가족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그래서 `과거'를 감춘 채 그렉의 아내 애비(귀네스 팰트로)에게 다가간다. 버디와 애비가 어딘가 껄끄러운 사랑에 빠져들 무렵, 버디가 법정의 증인으로 호출된다. 항공사와 사고 피해자 사이의 공방 한가운에서 버디는 항공사와 회사로부터 양심에 반하는 증언을 요구받는다. 각본·감독 돈 루스. 27일 개봉.

이성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