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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귀신이 온다>
2001-10-19

`포복절도할 코미디`라는 홍보 문구와 달리「귀신이 온다」는 사실 울어야할지 웃어야할지 감정의 갈피를 잡지못하게 하는 영화다.

유대인 학살 현장에서도 유머를 피워냈던 로베르토 베니니의「인생은 아름다워」가 그랬듯이, 눈물이 날 법한 상황인데도 폭소가 터져 나오고, 웃고 난 뒤에는 가슴 한 구석이 울컥하고 북받쳐 오른다.

명확한 선과 악, 슬픔과 기쁨의 이분법에 달련된 이들에게는 분명 익숙한 감정은 아니다.

「붉은 수수밭」의 배우로도 유명한 중국 장원 감독의 두번째 연출작이다.

장원은 서슬이 퍼렇던 문화혁명 속에서 사춘기를 보내는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그린 데뷔작「햇빛 쏟아지는 날들」로 감독으로서도 뛰어난 재능을 보여준 바 있다.

「귀신…」은 2차 대전 말기 일제 점령 하, 중국 가난한 한 마을에 의문의 자루두 개가 배달되면서 벌어지는 예기치못한 사건들을 그렸다.

어느 날 밤 `마다산'의 집에 누군가 찾아와 문 틈으로 총구를 들이댄 채 자루두 개를 맡기고 사라진다.

일본군에게 신고하면 죽이겠다는 협박과 함께. 자루 안에는 일본군 포로와 일본을 위해 일하는 중국인 통역관이 결박당한 채들어있다.

이 후 마을에는 초비상이 걸리고, 포로들은 당분간 마다산이 돌보게 된다.

그러나 곧 돌아와 자루를 찾아가겠다고 하던 `누군가'는 6개월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고, 포로들은 처치곤란에 놓이게 된다.

계속 잡아뒀다가 일본군에게 들키면마을 전체가 화를 입을 게 분명하고, 일본군에게 넘기자니 정체모를 사나이의 협박이 두렵기때문이다.

궁리 끝에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을 풀어주면 곡식 두 수레를 주겠다는 포로들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포로와 함께 일본군 진영으로 향한다.

곧 닥쳐올 엄청난 비극을알지 못한 채... 전작「햇빛…」처럼, 감독은 중국의 격동기를 무대로 역사 그 자체보다는 개인의 삶과 운명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그러나 사회 풍파가 개인의 삶에 아무런 영향을끼치지 못했던「햇빛…」과 달리,「귀신…」에서 사회적 환경은 인간의 본성을 뒤흔들어 놓을 정도로 강하게 작용한다.

순박한 농부였던 마다산이 마을 사람들이 몰살당하자 한 순간에 살인마로 돌변하는 것처럼. 감독은 "한 인간의 내면에 혼재하는 선과 악, 그리고 그것이 물리적 힘에 의해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혼란스럽고 부조리하게 보인다.

심각한 상황에서 불쑥불쑥튀어나오는 유머가 대표적인 예다.

결정적인 순간에 당나귀가 갑자기 서로 엉겨붙어교미를 하는가하면 목이 댕강 잘리기 직전에 파리 한 마리가 목덜미에 달라붙어 시선을 빼앗는다.

돼지 한 마리가 난데없이 꽥꽥거리며 뛰어들기도 한다.

일본이 패전한 뒤에도 중국인의 목을 자르기위해 칼자루를 쥔 사람은 일본군 포로다.

전의마저 상실한 일본군을 살해해 마을의 평화를 깼다는 게 그 죄목인데, 중국인 상사의 명령에 따라 이뤄진다.

어떤 것이 옳고 그른 것인지,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구분하기 힘들다.

일본군의 잔학상이 나오지만 대놓고 항일을 말하지 않는다.

그것은 아마중국인 그 자신들이 순박함을 넘어 훨씬 더 우스꽝스럽고 우매하게 그려지고있는 탓일 게다.

귀신은 그래서 일본을 뜻하기도 하지만 중국인 스스로를 일컫는 말인 것같기도 하다.

「귀신…」은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겪어야 했다.

지난 해 칸영화제는 이 영화에 심사위원 대상을 안겼지만 중국 정부는 중국 내 상영금지 조치를 내렸던 것. 국내 관객들은 162분짜리 원판에서 장원 감독이 30여분을 자진 삭제한 134분짜리 축소판을 만나게 된다.

10월 26일 개봉.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