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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영화 제왕의 선견지명
2001-10-31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탈출> 전미 개봉 준비..

B급영화의 제왕이 되려면 반드시 필요한 재능이 있다. 가장 발빠르게 이슈를 담은 영화를 만드는 것. 그게 안 되면 그런 영화를 수입해서라도 개봉을 하는 것.

현재 전세계의 이목이 쏠린 곳은 단연 9·11 테러의 진원지로 지목당한 아프가니스탄이다. 아프가니스탄 공습이 연일 이어지고 지상군 투입도 이루어진 지금, B급영화의 전설 로저 코먼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탈출>이라는 영화의 전미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선견지명이 있었던 로저 코먼은 1994년 <페샤바 왈츠>라는 러시아 액션영화 한편의 판권을 얻어놨다. 티무르 베크맘베토프와 겐나디 카즈모프가 감독한 <페샤바 왈츠>는 소련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배경으로, 아프가니스탄의 수용소에서 탈출하는 소련 병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로저 코먼의 회사인 뉴 콩코드는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탈출>을 작품 속에 나오는 미국인 캐릭터를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재편집하고, 모두 영어로 더빙한 버전과 러시아어와 영어가 함께 나오는 버전을 개봉할 계획이다. <쥬라기 공원>이 성공을 거두자 바로 아류작을 만들어 성공을 거두는 등 로저 코먼은 빠른 발걸음으로 적당한 수익을 올리는 데 수완을 보여왔다. 하지만 <페샤바 왈츠>는 싸구려 영화가 아니다. 1994년 카를로비 바리 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랐고 감독상을 공동수상하기도 한 수작이다.

B급영화의 목표는 영화사에 남을 위대한 걸작이 아니다. 자신이 만들고 싶은 영화를 빠르게 만들어 수익을 남기고 다음 영화를 찍는 것. 자유를 누리면서도 돈을 버는 것. 로저 코먼은 평생을 그런 원칙에 충실해왔고, 21세기에도 여전히 ‘제왕’으로 건재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