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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IS리포트] 고다르가 격찬한 거물의 신작
2001-12-11

알랭 기로디 감독 <오랜 꿈> 개봉, 독자적 시선으로 평단 주목받아

올해 프랑스영화는<아멜리에>나 <늑대의 후예들>와 같은 프랑스판 블록버스터의 성공과 고다르, 리베트, 로메르와 같은 노거장들의 작품이 동시에 발표된, 다른 어느 때보다도 풍성한 한해였다. 새로운 재능을 기다리는 평론가들의 입장에서 올해의 또다른 수확 중 하나는 어느 누구와도 닮지 않은 신인감독, 알랭 기로디의 등장이다. 3편의 단편영화 뒤 만든 첫 중편 <거지들을 위한 햇살>로 이미 <카이에 뒤 시네마>를 포함한 소수의 열성 지지자들 얻은 이 감독은 지난 11월29일 개봉한 두 번째 중편 <오랜 꿈>으로 벌써 ‘가장 위대한’ 감독으로 불려지기 시작했다. 올해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대된 이 영화를 두고 <사랑의 찬가>로 칸을 찾은 고다르가 자신의 기자회견장에서 영화제에 초대된 모든 영화 중 최고의 영화라고 격찬을 한 덕에 개봉 전에 이미 유명세를 얻기도 했다.

올 37살인 기로디 감독은 다른 동년배 감독들이 대개 국립영화학교 출신이거나 시네마테크에서 독학한 영화광 출신인 것과 달리 지방 소도시에서 노동자 부모 밑에서 자라며 TV영화를 본 것이 전부인‘비정통’코스를 밟았다. 다른 동년배 감독들이 영화를 연구하는 동안 기로디 감독이 대학 시절 매진한 활동은 공산당에 가입해 주말마다 공산당 기관지인 <위마니테>를 팔러 다닌 것. 여전히 공동체의 삶의 질을 높이는 문제를 함께 고민하기 위해 당원활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공산당원이자 사생활에서는 동성연애자인 감독의 정체성은 <오랜 꿈>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영화는 폐쇄를 앞둔 공장에 기계를 해체하러 한 청년이 도착하면서 시작한다. 붙박이장처럼 평생 이 공장에서 일하다 쫓겨나게 된 노동자들에게 서부영화의 영웅처럼 표표히 등장한 이 청년은 자유의 상징처럼 보인다. 노동자들의 분노와 체념을 그리는 다큐멘터리처럼 시작한 영화는 이 청년과 공장 남자들간의 추파가 시작되면서 관객의 예상을 뒤엎고 다큐멘터리에 코미디, 판타지, 에로티시즘이 뒤엉킨 엉뚱한 영화로 돌변한다. 이곳 평론가들은 모범생같이 영화를 잘 만드는 젊은 감독들은 많지만 현실에 독자적인 시선을 가진 감독들은 드문 상황에서 기로디 감독의 등장이 이 결핍을 메워줬다고 환호하면서 감독의 그 다음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파리=성지혜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