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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국제영상축제` 프로그램은 좋았지만...
2001-12-17

잔치는 북적거려야 맛이다. 지난 12월14일 막을 내린 `2001 광주국제영상축제`는 이런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영화제가 열린 8일 동안 빛고을을 다녀간 관객 수는 대략 5천명. 미조구치 겐지, 장 뤽 고다르, 이마무라 쇼헤이 등 영화사를 수놓았던 거장들을 비롯 140여편의 작품들이 상영작으로 진상됐으나, 편당 좌석점유율은 20%를 밑돌 정도로 썰렁한 분위기였다.

심지어 단 4명의 관객만이 찾은 영화도 있었다. 그래서 영화제 풍경으로 빼놓을 수 없는 극장 앞 장사진을 볼 순 없었다. 다만 일찍 종영한 뒤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 한국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와이키키 브라더스> 등이 회당 평균관객 400명을 웃돌았다.

영화제를 준비했던 염정호 사무국장은 `예산이 부족하고 준비기간이 짧았던 탓에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며 `특히 지역 내 관객에게 영화제를 적극적으로 소개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고 말했다. 운영상의 문제도 많았다. 프린트 수급문제로 <늦은 결혼> <반다의 방>은 상영이 취소되거나 비디오로 상영됐고, 알랭 기로디의 중편 <가난한 자들에게도 태양을>은 영사기사의 실수로 상영이 불발됐으며, 자막처리도 영화에 따라 편차가 심해 관객들의 불만을 샀다. 그러나 프로그램만은 매우 알찼다는 게 중평. 영시네마, 폴리티컬 시네마, 일본의 두 거장 같은 섹션에 포진한 작품들은 개막작 <시간의 사용>의 감독 로랑 캉테나 일본의 중견 스와 노부히로 등이 입을 모아 칭찬할 정도였다.

하지만 한국영화를 제외하면 지역 관객의 참여도가 워낙 낮아, 제2회 행사가 무사히 열릴지는 미지수다. 무슨 국제영화제가 이렇게 많으냐라는 비아냥도 있지만, 남다른 개성을 갖춘 작고 알찬 국제영화제 하나가 자리를 잡는다면 그건 좋은 일 아닐까?

이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