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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 기억의 퍼즐
2001-03-08

해외신작 <메멘토>

제작 수잔 토드, 제니퍼 토드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각본 크리스토퍼 놀란, 조너선 놀란 촬영 월리 피스터 편집 도디 돈 음악 데이비드 줄리안 출연 가이 피어스, 캐리 앤 모스, 조 판톨리아노 수입·배급 씨네월드

메멘토. 기억하라. 당신이 지나온 촌음의 발자국들을. 잉크로 쓴 글씨가 물에 젖어 번지며 제 형태를 잃어가듯, 기억이란 어차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왜곡되거나 희미해지는 불완전한 삶의 발췌록이다. 하지만 레너드에겐 그 정도가 좀 심하다. 자신의 아내를 강간하고 살해한 남자와 싸우다가 다친 뒤부터, 기억이 15분 이상 지속되지 않는 희귀한 기억상실증을 앓게 된 것이다. 경찰이 별 성과없이 사건에서 손을 떼자 분노한 레너드는 보험조사관 일을 접고 직접 범인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바로 15분 전의 일도 기억할 수 없는 그에게 뚜렷한 것은 사랑하는 아내의 마지막 모습과 복수뿐. 중요한 실마리까지도 단숨에 잊고 마는 기억력을 대체하기 위해 그는 생활방식을 바꾼다. 가는 장소, 만나는 사람 등 자신과 관계된 것들을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찍고, 강박적으로 메모를 해대며, 스크랩과 색인 카드,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실을 몸에 새긴 문신 등을 이용해 끊임없이 기억을 재구성해간다. 하지만 기록들, 때로 그의 존재를 확인해주는 다른 이의 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기억은 점점 모호해지고 변조되기까지 한다.

과연 지금 여기는 어디인가, 난 뭘 하고 있던 건가, 하루에도 수십번씩 자신의 정체를 반문하는 레너드의 기억과 교차되는 사실의 퍼즐을 맞춰가는 <메멘토>는 정교한 구성이 돋보이는 저예산 스릴러. 98년 데뷔작 <미행>에서 이미 저예산 스릴러의 영민함으로 인정받았던 영국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의 두 번째 영화로, 올해 선댄스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했다. 관객의 두뇌를 교란시키는 교묘한 구성과 가이 피어스의 호연이 돋보인다.

황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