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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 감독 마이클 만 인터뷰
2002-01-10

“장밋빛 영웅담은 필요없다”

-어떻게 무하마드 알리에 관한 영화를 만들게 됐나.

=제일 어려운 질문이다. (웃음) 사실 처음에는 내가 이 영화를 만들고 싶은지 확신을 할 수 없었다. 알리의 일생에 관한 전기물이 아니라 한편의 `영화`로 만들고 싶은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있을까를 고민했다. 결국 알려진 모습 이면에 숨겨진 `인간 알리`를 관객이 생생하고 친밀하게 느끼게 해보자는 야심을 가지게 됐다. 그래서 알리가 타이틀을 빼앗긴 뒤 가장 힘들었던 시기, 조지 포먼을 이기는 것을 거의 의무감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그의 개인적인, 혹은 사회적인 경험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래서인지 알리가 영웅이라기보다는 독단적으로 보일 만큼 독특한 인물로 그려진 것 같다.

=알리에 관한 장밋빛 영웅담을 만드는 게 목적이 아니었다. 나는 `투쟁`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알리의 면모라고 생각한다. 비록 고통스럽고, 실패도, 실수도 있었지만, 끊임없는 좌절 속에서도 알리는 평생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것을 위해 싸웠다. 알리 본인도 이상화된 영웅의 이미지로 그려지는 것은 자신이 진정으로 성취한 것을 깎아내리는 일이라고 반대했다. 가끔 독단적으로 보일 만큼 흑인으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신념을 끝까지 고수한 것도 투쟁의 한 부분이었다.

-<인사이더>도 투쟁을 주제로 한 영화였는데, 평단의 격찬과 달리 흥행은 실패했다. <알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는 박스오피스를 생각하면서 영화를 만들지 않는다. 내가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만들 뿐이다. <인사이더>는 내용의 특수함 때문에 처음부터 큰 반응을 기대하지 않았다. <알리>의 경우에는 그런 대로 괜찮을 것이라 전망한다.

-60년대의 알리와 시대상황들을 해석하는 특별한 역사적 관점이 있다면.

=모든 게 정치적이었던 그 시절, 말콤X나 이슬람교와의 관계, 군대징집 거부 등은 당연히 논쟁적인 부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흑인인권운동의 맥락에서 알리와 주변상황을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관객시사 때도 대부분이 일반적인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였다.

-역시 권투시합 장면이 인상적이다. 윌 스미스 대신 스턴트 대역을 기용하지 않은 위험 부담이 있지 않았나.

=지금도 윌 스미스에게 권투시합을 시킨 것이 가장 안전한, 최상의 방법이었다고 생각한다. 스턴트맨은 권투선수가 아니다. 실제 알리가 링에서 그랬을 것 같은 움직임과 느낌을 본능적으로 살리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을 알리가 되기 위해 투자한 윌 스미스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고, 결과는 대성공이라고 생각한다.

-권투시합 장면 촬영이 다른 권투영화들과 다른 것 같은데.

=예를 들어 마틴 스코시즈의 <성난 황소>의 경우 뭐랄까, 시적이고 실험적인 방식으로 권투시합을 촬영했다면, 이 영화는 극사실주의로 찍었다고 할 수 있다. 세세한 디테일까지 실제에 가깝게 촬영하려고 했다.

-제작에 들어가기까지 5년이라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괜찮은 시나리오가 없었던 게 주원인이다. 알리 영화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는 근사했지만, 너무나도 방대한 내용이라 구성이 완벽한 시나리오 없이는 배우든 감독이든 누구도 쉽게 나설 수가 없었다. 특히 알리 영화가 언제든지 쉽게 만들어질 수 있는 소재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시나리오 작업이 제일 중요했다.

-영화를 만들면서 제일 힘들었던 점은.

=역시 알리에게 개인적으로 중요했던 순간과 역사적인 경험들을 어떻게 생생하게 스크린에 되살려내느냐의 문제였다. 예를 들어 알리의 인생관에 큰 영향을 끼친 어린 시절의 기억들을 어떻게 그려낼까라든가, 시련이 찾아오자 주변 사람들이 등을 돌렸을 때의 심정을 어떻게 표현할까…. 무엇보다도 알리가 조지 포먼과의 시합을 이겨야만 했던, 일종의 의무감을 어떤 방식으로 이해하느냐가 숙제였다. 아프리카에서 자신을 영웅시하는 원주민들에게 둘러싸여 흙벽에 그려진 자신의 얼굴을 보는 순간의 느낌이랄까.

-영화에서 음악이 상당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다. 곡 선정의 특별한 원칙이라도 있는가.

=음악이 영화의 톤을 만들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내 영화들에서 음악은 때로는 영화의 서브텍스트이기도 하고, 직접 메시지를 전달하는 에이전트이기도 하다가 감정적인 분위기 메이커이기도 하는 등 역할이 상당히 복잡하다. <알리>에서는 알리가 살았던 삶의 분위기, 정조를 표현하려고 했다. 예를 들어 오프닝신에 나오는 샘 쿡의 블루스 같은 경우, 정확히 알리의 음악이다. 실제로 알리도 샘 쿡의 음악을 좋아했을 뿐 아니라, 알리가 살았던 64년의 시카고 한 동네의 분위기를 그대로 전해준다.

▶ 마이클 만 감독, 윌 스미스 주연의 권투영화 <알리> 지상시사

▶ <알리> 주연 윌 스미스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