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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리포트] 변호사, 법정 밖에서 더 인기?
2002-02-05

전직 검사·변호사 출신 작가들, 할리우드에서 승승장구변호사들이 할리우드로 몰려들고 있다.22일치 <LA타임스>는 요즘 들어 부쩍 늘어난 변호사 출신 TV 작가들의 활약을 `전직 변호사들의 클럽`(The Ex-Lawyers Club)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기껏해야 자기 하나밖에 모르고 서류뭉치나 들고다니는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TV나 영화 속에서 놀림받던 변호사들이 이제 스크린 속에서가 아니라 화면 뒤에서 자신들의 생생한 경험을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강력한 작가군단으로 등장한 것은 최근 몇년 들어 뚜렷이 부각된 트렌드다. 인기드라마인 <보스턴 저스티스>(The Practice), <앨리 맥빌>(<앨리의 사랑만들기>·Ally Mcbeal), <보스턴 퍼블릭>(Boston Public)의 작가인 전직 보스턴 검사 출신 데이비드 E. 켈리를 필두로 <CBS>의 ‘CSI’(Crime Scene Investigation)의 작가 및 여타 드라마의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는 캐롤 멘더슨, 최고 인기 법률드라마인 <NBC>의 <법과 질서>(Law & Order)를 맡고 있는 변호사 출신 작가 베리 신델, 전직 연방검사 출신으로 <심슨즈>를 쓰고 있는 리치 애펄 등, 공식집계는 없지만 최소한 20∼30명의 법률가들이 안정된 직장을 박차고 나와 TV 스크립트에 새 인생을 바치는 작가로 활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여타 전문직과 달리 변호사들이 대거 작가직으로 진출할 수 있는 데에는 다른 직업이 가지지 못한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우선 데드라인에 맞춰 소송서류와 법정심리 원고를 작성하는 트레이닝을 거쳤다. 모든 소송들은 거기에 참여한 인간들의 구체적인 캐릭터와 더할 수 없는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게다가 소송을 승리로 이끌고 가기 위해선 자신의 원고를 누구보다 설득력 있게 써야 한다. 이처럼 생존의 필요에서 우러나온 공격적인 글쓰기로 무장된 변호사들은 시청자들을 사로잡기 위해 서바이벌 전쟁을 치르는 방송사들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준비된 작가요원으로 이들을 인정하게 하는 근거다.이처럼 변호사들의 엑소더스가 이어지면서 확실히 주변만 기웃거리던 법률드라마도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80년대 <페리 메이슨>(Perry Mason)이 살인 미스터리와 법정에서의 막판 승부 등과 관련된 내용에 초점을 맞췄다면,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 인기리에 방영된 <L.A. Law> 같은 드라마는 법정 밖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살고 있는 미국 최고 로펌 변호사들의 꿈과 야망을 그려낸 변호사 드라마로서 새 전기를 열었다. 이런 드라마들이 로스쿨을 졸업하고 따분한 직업에 무료함을 느끼던 변호사들을 자극해 작가로 변신하게 만들면서 최근 들어 <법과 질서>나 <가디언>(The Guardian) 같은 드라마들은 이 생활을 경험하지 않은 작가들이 근접하지 못할 정도로 법률드라마의 수준을 끌어올렸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이 신문에 보도된 한 변호사 출신 작가는 “매일 친구 변호사들이 자신의 스크립트를 들고온다”면서 낮에는 밥벌이를 위해 변호사로, 밤에는 작가 지망생으로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려대는 예비작가들이 널려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라면 “얼빠진 변호사”라고 낙인찍히기 십상인 이들 변호사들의 작가에의 꿈은 단지 예술을 위한 무모한 도전정신 때문만은 아니다. 실제 성공한 작가들의 수입은 변호사로서 벌 수 있는 돈의 규모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유난히 법정드라마에 약한 우리 영화나 드라마의 전통은 여기에 비춰보면 법률인과 작가 사이의 직업적인 불균형이 원인일지도 모를 일이다.LA=이윤정 통신원사진설명:<보스턴 저스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