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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영 `날 소개하는데 손색없는 영화`
2002-02-25

지난 1998년 전도연씨와 함께 출연한 악극 <눈물의 여왕> 이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에서 비껴나있던 배우 이혜영(39)씨가 <피도 눈물도 없이>로 화려한 스크린 나들이를 했다. 그동안 연극, 뮤지컬 등에는 간간이 얼굴을 내비췄으나, 영화는 95년 <헤어드레서> 이후 7년만의 외출이다.“해본 경험이 없는 여자의 모습이고, 한국 영화계에서도 유례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내가 여자 주역을 맡아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영화도 많았는데, 두 명이 주역이라 부담도 적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나를 잘 모를텐데, 그들에게 나를 소개하는 데 손색이 없는 영화라고 생각한다.”이씨가 맡은 경선역은 전과기록이 화려한 전직 금고털이로 지금은 사채업자들에게 시달리며 남편이 진 빚을 갚기 위해 택시운전을 하는 여자다. “그 많은 인물이 다 성깔이 있고, 경선은 제일 성깔이 있음에도 죽이고 사는 사람이다. 불뚝불뚝 성깔을 부리긴 하지만 나이를 먹고 삶에 지치면서 어쩔 수 없이 성깔이 마모되고, 참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삶에 찌든 스산한 모습 보다 경선의 성깔이 좀 더 살았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류승완 감독은 시나리오를 처음 쓸 때부터 이씨를 모델로 경선이란 인물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만큼 류 감독은 이씨에게 많은 것을 요구했다. “해보지 않은 역이라 내 생각이나 주장 보다는 처음부터 감독의 뜻에 맞추려고 했다. 두 장면 찍고 나더니, `선배님, 선배님의 그게 없다`며 무언가 부족함을 얘기했으나, 그렇게 말을 하고도 결국은 그가 하고 싶은 대로 했다. 하지만 그래도 만족한다. 경선이 이혜영의 컨디션에서 최선의 모습은 아니지만, 류 감독이 만들어낸 경선에서는 최선의 모습이기 때문이다.”이씨는 상당히 솔직하고 똑부러질 만큼 명쾌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배우였다. 감정의 기복이 심해 한 영화를 찍으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컨디션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이 힘들다거나, 새로운 역을 맡으면 그 역에서 연상되는 걸음걸이나 몸짓 등 외형적인 변화가 잘 안된다는 등 배우로서 스스로 느끼는 한계를 숨김 없이 털어놓았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는 끝까지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고, 육체적인 변화도 많이 연구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피도 눈물도 없이>에서의 이씨는 목까지 차오른 극한 상황 속에서 자신을 꾹꾹 누르며 살지만 때로는 불끈 성깔을 보이는 경선역으로 관객들의 마음에 때로는 안스러움을, 때로는 가슴 한 켠의 서늘함을 안겨준다.“요즘 한국영화를 보면, 탐나는 역은 다 남자역”이라는 이씨는 다섯 살 난 딸을 돌보느라 옛날과 같이 바쁘게 활동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나이, 지금까지 쌓아온 시간들 안에서 표현해낼 수 있는 그런 역을 하는 게 앞으로의 바람이다.신복례 기자borae@hani.co.kr 김경호 기자jija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