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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영화에 메시지는 무슨…재밌으면 그만이지
2002-02-25

“40년 동안 일관되게 오락영화만을 만들어 왔으며 영화에 어떤 메세지를 담으려하지 않았다. 작품이 재미있느냐 없느냐 만을 생각했다. 오락영화는 노래와 춤, 액션, 서스펜스와 관객을 놀라게 만드는 계기가 있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60년대 일본 누벨바그 개척자의 한 사람인 스즈키 세이준(79) 감독이 20일 서울 사간동 아트선재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문화학교 서울이 그의 영화 15편을 가져와 상영하는 `스즈키 세이준 회고전`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온 스즈키 감독은 “살아 있을 때 회고전을 연다니까 꼭 살아 있을 때 장례식을 치르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무척 꺼리는 스타일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날 유머 섞인 답변으로 여러차례 웃음을 자아냈다. “왜 오락영화만 만들었냐”는 질문에 대한 스즈키의 대답. “당신은 예술영화를 좋아하는가? 나는 예술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당신이 예술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내가 오락영화를 만드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누아르, 뮤지컬, 서부극 등 다양한 장르를 B급 영화적 감성으로 버무리는 스즈키의 영화는 분명히 오락적이지만 툭툭 건너뛰는 이야기 전개에 과도한 생략과 과장이 뒤섞이는 그의 영화 문법은 매우 도발적이었다. 흑백필름에 담은 킬러이야기 <살인의 낙원>(67년)은 관습적 영화문법을 뒤집는 과격성으로 인해 그를 니카츠영화사에서 해고당하게 만들었지만 왕자웨이(왕가위), 짐 자무쉬, 쿠엔틴 타란티노 등 이후 세대의 스타일리스트 감독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일본 영화산업에 대한 그의 회고. “일본 영화가 사양길에 접어들었던 60년대는 영화사마다 스타 중심의 오락영화, 즉 야쿠자 영화 같은 것을 집중 제작했다. 당시 영화 한 편당 제작기간은 불과 20~25일이었고, 회사에서 영화 기획을 전적으로 관리했다. 80년대 들어 독립프로덕션으로 옮기면서 다양한 영화들을 시도했는데 극장을 잡지 못해 텐트를 치고 영화를 상영하기도 했다.” 스즈키 세이준 회고전은 오는 25일까지 열린다. www.cinephile.co.kr (02)533-3316, 595-6002.임범 기자ism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