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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서 부활한 영원한 복서 `알리`
2002-02-25

마이클 만 감독의 <알리>는 전설적인 권투 영웅 무하마드 알리(60)의 삶을 담은 작품이다. 그러나 이 영화엔 단순히 `권투선수의 일대기`라고 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다.재즈 클럽에서 청중들의 환호에 휩싸인 채 혼신의 힘을 다해 <브링 잇 온 홈 투 미>를 부르는 흑인가수 샘 쿡의 라이브 장면과, 펀치볼을 두드리는 알리(윌 스미스)의 굳은 표정을 교차 편집해 보여주면서 영화는 시작한다. 흑인영가에서 리듬앤블루스와 솔에 이르기까지, 본향을 향한 노예의 사무치는 그리움과 분노조차 신명나는 멜로디로 만들어버리는 흑인음악과 알리의 삶은 너무도 많이 닮았다. (샘 쿡은 실제로 알리와 절친한 사이였고, 둘은 서로의 열렬한 팬이었다.)알리는 1942년 미국에서도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켄터키주 루이스빌에서 `캐시어스 미셀러스 클레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났다. 열두 살에 권투에 입문해 60년 로마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금의환향한 알리는 백인 식당에 들어갔다가 몰매를 맞고 쫓겨난 뒤 금메달을 오하이오 강물에 던져버린다.알리는 64년, 74년, 78년 등 평생 세 번 세계 헤비급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64년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겠다”며 8라운드 케이오를 호언장담한 뒤 링에 오른 알리는 당시 챔피언 리스톤을 실제로 8라운드에 케이오시키고 챔피언 자리에 화려하게 등극한다. 이 즈음 흑인운동 지도자 말콤 엑스와 교유했던 알리는 그의 영향으로 이슬람교로 개종한 뒤 이름까지 이슬람식인 `무하마드 알리`로 바꿨다고 선언한다. 노예의 이름을 버리고 자기가 선택한 이름으로 살아가는 일이 간단하지만은 않았다. 알리는 자기 정체성을 되찾기 위해, 도전자와 싸우는 것 이상으로 힘겨운, 백인 지배의 세상과 긴긴 싸움을 벌여야 했다. 그를 여전히 `클레이`라 부르는 도전자를 링 위에서 마구 두드리며 “다시 불러봐! 내가 누구야? 날 다시 불러보라구!”라고 절규하는 알리의 모습은 그가 벌인 힘겨운 싸움과 위대한 승리를 상징한다.67년 알리는 자신을 `캐시어스 클레이`란 이름으로 징집해 베트남으로 보내려는 군 당국에 맞서 참전을 거부한다. “내 고향에서는 흑인이 개 취급 당하는데, 그런 내게 왜 군복을 입혀 1만 마일이나 떨어진 곳에 가서 베트콩을 죽이라 하는가? 만일 그게 2200만 내 동지들에게 자유와 존엄을 주는 길이라면 난 내일이라도 입대할 것이다.” 징병 거부로 알리는 모든 것을 잃는다. 휴스턴 연방 대법원은 챔피언 타이틀을 박탈했고, 출국 금지는 물론 미국내 시합조차 금지했다. 마약에 빠진 코치는 알리의 챔피언 벨트를 500달러에 팔아먹고, 알리는 파산지경에 이른다. 권투선수로서 황금기라 할 스물다섯에 얻어맞은 날벼락이었다. 3년 5개월을 끈 재판에서 `양심적인 병역 거부`로 무죄판결을 받은 알리는 74년 `빼앗긴 챔피언 벨트`를 되찾기 위해 조상들의 고향 아프리카 자이르에서 조지 포먼과 타이틀 매치를 벌여 승리한다.조금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알리를 영웅으로 부각시킨 마지막 장면을 통해, 감독은 그가 아프리카 결전에서 되찾은 게 챔피언 벨트만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긍지라고 말하려는 듯하다. 3월1일 개봉.이상수기자lees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