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도 성공한 적이 없는 라스베가스의 카지노 금고 털이를 위해 폭탄제조 전문가, 소매치기, 베테랑 사기꾼 등 각 분야의 `선수` 11명이 뭉쳤다. 목표물은 벨라지오, 엠지엠(MGM), 미라지 등 세 개 호텔의 카지노 현금이 보관돼 있는 곳. 범행 디-데이는 엠지엠 호텔 실내 체육관에서 헤비급 복싱 경기가 열리는 날이다. 그날 카지노 금고에 보관돼 있을 현금은 어림잡아 1억5천만 달러에 이른다.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만든 <오션스 일레븐>은 잘 짜여진 유쾌한 범죄영화다. 영화의 플롯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빈틈없이 잘 짜여져 있다. 뉴저지 교도소를 갓 출감한 대니 오션이 자신의 한탕 프로젝트를 위해 선수 10명을 하나씩 불러 모으는 과정에 이어 계획대로 범행을 착착 진행하는 과정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여기에 오션의 전처로 지금은 오션이 털기로 한 호텔 카지노의 주인 테리의 애인이 된 테스와의 삼각관계를 둘러싼 신경전이 양념처럼 곁들여진다.잘 짜여진 플롯이 주는 흥미진진함 못지않게 영화에 출연하는 할리우드 스타군단의 캐릭터를 보는 재미도 적지 않다.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줄리아 로버츠, 맷 데이먼, 앤디 가르시아 등 쟁쟁한 스타들이 출연하는데, 제작 초기 “그들이 모여서 전화번호부를 읽는 모습만 찍어도 흥행대박이 날 것”이라고 얘기됐을 만큼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캐스팅과 관련된 일화 한가지. 조지 클루니와 소더버그 감독은 줄리아 로버츠에게 캐스팅 섭외를 하면서 “요즘은 편당 20씩 받고 출연한다죠?”라는 쪽지와 함께 20달러 짜리 지폐를 봉투에 넣어 보냈고, 소더버그 감독과 함께 만든 <에린 브로코비치>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로버츠가 쾌히 섭외에 응했다고 한다. 로버츠의 출연료는 2천만 달러다.한탕 아이디어를 생각해낸 보스 오션(조지 클루니)이 규합한 `선수` 10명의 면면을 보자. 그의 오랜 친구이자 계획을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참모 러스티(브래드 피트), 뭐든 가루로 만들어버리는 폭탄제조 전문가 베셔(돈 치들), 테리에 대한 개인적 원한으로 돈을 대주는 물주 루벤(엘리엇 굴드), 사기꾼 사울(칼 라이너) 등이 비교적 개성이 살아있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전과가 있는 카지노 딜러로 카지노의 내부동향을 알아오는 프랭크(버니 맥), 몸을 자유자재로 구부리는 중국인 곡예사 옌(샤오보 퀸), 자동차 전문가이자 사기꾼인 터크와 버질 쌍동이 형제(스캇 캔과 케이시 애플렉)도 재미있게 그려졌다. 아쉬움이 드는 건, 천재 소매치기 라이너스역을 굳이 맷 데이먼이 연기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것과 로버츠가 연기한 테스역이 별로 설득력 있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션스 일레븐에 맞서는 카지노의 주인 테리로는 중후한 매력의 앤디 가르시아가 나온다.<오션스 일레븐>은 세련된 플롯에 앙상블 영화에 필수적인 개성있는 캐릭터, 감칠맛나는 대사들을 스크린 위에 산뜻하게 버무려놓은 소더버그 감독의 연출력으로 영화 전반에 걸쳐 상당한 재미를 안겨준다.신복례 기자bora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