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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신작 <배틀 로얄>
2002-02-27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

2000년 개봉 당시 ‘폭력을 조장하는 영화’라는 이유로 일본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문제작. 야쿠자 영화로 유명한 노장 후쿠사쿠 긴지의 60번째 작품으로 기타노 다케시가 침묵 속에 광기를 품은 선생님으로 등장한다. 영화의 설정은 사회 혼란이 심각한 근미래 일본, 학생들의 수업거부가 늘자 정부에서는 ‘배틀 로얄’이라는 법안을 발표한다. 무작위로 중학교 한 학급을 선발, 무인도에서 3일간 단 한 사람이 살아남을 때까지 서로 죽이게 만드는 법이다. 학생들은 이 황당한 규정에 거부감을 갖지만 피할 방법은 없다. 무장한 군인들이 규칙을 어기는 자를 사살하고 온갖 감시장치가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본다. 논스톱으로 이어지는 서바이벌 살인게임은 숨쉴 틈 없이 전개되는데 42명의 학생들이 저마다 각기 다른 사연을 품은 채 비정한 죽음과 대면한다. 설정만 놓고 봐도 <배틀 로얄>의 서바이벌 게임이 무엇을 뜻하는지 어렴풋이 짐작될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누군가를 밟고 일어서야 되는 치열한 경쟁사회를 이 영화는 폭력의 판타지로 보여준다. 고희를 넘긴 감독이지만 후쿠사쿠 긴지의 연출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할 만큼 정교하고 우아하다. 각각의 액션 시퀀스는 드라마의 리듬이 요구할 때 정확히 그 자리에 들어앉아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고 서스펜스는 시종 팽팽하게 당겨진 최초의 에너지를 잃지 않는다.

지난해 부천국제영화제 제한구역 부문에서 상영됐으나 국내 개봉여부가 불투명했던 이 영화는 산세바스찬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고, 지난 2월15일 디렉터스 컷이 18세 관람가 등급을 받음으로써 한국 관객과 정식으로 만나게 됐다. 남동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