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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리포트]린제이 앤더슨의 <If…> 복원·재개봉
2002-03-11

프리시네마의 전설, 부활하다유럽에서 영화의 새로운 정신과 스타일을 모색하거나, 과거에 그것이 시작된 순간을 되새기고자 할 때 언제나 돌아보는 곳은 60년대 후반의 뉴웨이브 영화들이다. 장 뤽 고다르의 <네멋대로 해라>는 그 기억들이 고정화된 정점으로 물신화돼버린 영화다. 영국에서 이에 비견되는, 60년대 나타난 새로운 경향의 영화를 대표하는 것은 단연 린제이 앤더슨의 <If…>다. 1969년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이 영화가 3월 초, 새로운 프린트로 복원되어 다시 개봉됐다. 35년이 지난 뒤.1968년 봄, 린제이 앤더슨이 <If…>의 시나리오를 다듬고 있을 무렵은 파리의 소르본대학, 뉴욕의 컬럼비아대학 학생들이 거리로 나선 68혁명의 시기였다. 그러나 <If…>는 직접적으로 이들 학생들이 내세웠던 이슈들과 관련된 정치적인 이슈들을 다루고 있지는 않다. 영국의 전통적인 사립학교를 배경으로, 이미 화석화된 과거의 추상적 가치들인 복종, 협동, 전통, 의무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자유를 부정하는 권위적인 제도들에 반항하는 젊은 반항아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If…>는 가장 인상적인 마지막 장면을 가진 영화 중 하나로 꼽힐 만하다. 마지막 장면에서 이 반항아들은 개교 기념일에 지붕 위에서 기관총을 난사한다. 학교 스탭들, 학부모들, 다른 학생들을 향해. 군인 출신의 교장은 이들을 향해 발포할 것을 명령한다. 그리고 검은 바탕에 <If…>가 빨간색으로 찍힌다. 이것은 환상인가, 현실인가?

린제이 앤더슨이 <If…>를 촬영할 당시 그는 45살로, 영국 프리시네마(Free Cinema)의 공동 창안자이자 사회적 이슈들을 다루는 영화를 지지하는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을 때였다. 당시 그의 영향을 받으며 함께 일했던 젊은 스탭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이후 <킬링필드> <미션> 등을 촬영했던 크리스 멘제스가 카메라 오퍼레이터로, 이후 <슈퍼맨> <리쎌 웨폰> 등을 편집했던 스튜어트 바이어드가 린제이 앤더슨의 개인 어시스턴트로, 당시 26살이었던 영화감독 스티븐 프리어즈(<나의 아름다운 세탁소>의 감독)가 함께 일하고 있었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이 영화로 스타가 된 사람은 주연배우였던 말콤 맥도웰. 그는 뒤에 앤더슨이 만들었던 다른 두편의 영화에도 이 영화에서와 같은 이름의 믹 트래비스라는 이름의 캐릭터로 출연한다. 스탠리 큐브릭의 <시계태엽장치 오렌지>에 나오는 인상적인 악당이 바로 이 배우 말콤 맥도웰이다.이번 <If…>의 새 프린트 재개봉은 린제이 앤더슨이 영국의 젊은 영화인들에게 끼친 영향과 그의 영화적 성취를 기념하는 계기가 된 동시에, 영국 프리시네마의 전통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이것은 영국영화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새로운 모색으로도 비쳐진다. 대다수의 영국 평론가들은 별 다섯의 다섯으로 이 영화에 대한 자신들의 예우를 표했다.런던=이지연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