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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 붉은 욕정의 그림자
2001-03-16

해외신작 <물랑 루즈>

Moulin Rouge

감독 바즈 루어먼

출연 니콜 키드먼, 이원 맥그리거, 존 레기자모, 카일리 미노그

개봉예정 6월

늘씬한 미녀의 쭉 뻗은 다리를 마음껏 볼 수 있는 곳. 20세기를 눈앞에 둔 1899년, 파리 몽마르트의 번화가

클리시 거리에 ‘물랑 루즈’라는 이름의 카바레가 개장했다. ‘붉은 풍차’라는 이름은 옥상의 네온사인 풍차를 가리키는 것이었지만, 동시에

주름치마를 힘차게 걷어올리며 빙글빙글 돌아가는 ‘프렌치 캉캉’과도 딱 들어맞았다. 세기말의 퇴폐와 환락을 마음껏 맛볼 수 있는 공간, 물랑

루즈를 즐겨 화폭에 올린 꼽추 화가 툴루즈 로트레크의 뒤틀린 몸과 인생처럼 어딘가 겹질린 세상을 만날 수 있는 곳.

1899년 반항적인 시인 크리스찬(이원 맥그리거)은 사랑하는 가족의 품을 떠나 보헤미안의 천국, 파리의 몽마르트에 정착한다. 크리스찬은

몽마르트에서 만난 툴루즈 로트레크(존 레기자모)과 그의 주변 세계에 빠져든다. 그 세계를 지배하는 법칙은 섹스와 마약, 캉캉이다. 그 모든

것이 축약된 카바레 물랑 루즈를 드나들던 크리스찬은 카바레 최고의 스타인 새틴(니콜 키드먼)과 사랑에 빠진다. 크리스찬과 새틴이라는 이름에서

보이듯, <물랑 루즈>는 선과 악의 상징을 자유롭게 교차시키며 욕정과 관능이 지배하는 화려한 세계를 펼쳐보인다.

<댄싱 히어로>와 <로미오와 줄리엣>의 감독 바즈 루어먼이 다시 초대한 <물랭 루즈>는 전작들처럼 현실과 환상, 과거와 현대가 자유롭게

얽힌 초현실주의적인 시공간이다. 공간은 19세기이지만 영화 전체에 흐르는 음악은 비틀스, 엘튼 존, 마돈나, 스팅, 너바나, 퀸 등 20세기를

관통한 팝의 명곡들이다. 1999년에는 직접 뮤지컬을 연출하기도 한 바즈 루어먼이 “뮤지컬 형식의 재창조”를 이룰 것이라고 공언한 <물랑

루즈>는 때로 우습고, 때로 슬프고, 때로 기괴한 느낌을 던져주는 기묘한 뮤지컬이다. 아마도 21세기의 뮤지컬은 세계의 혼돈을 그대로 담고

있지 않을까. 라스 폰 트리에의 <어둠 속의 댄서>가 그렇듯이. 미국에서는 5월 개봉예정이고 국내에서는 6월에 관객을 비일상적인 세계로

초대할 예정이다.

김봉석 기자 lotu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