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해외뉴스
비국내 유일한 흡연천국 등급적용론 등장
2002-03-19

미국을 찾은 한국의 애연가들은 열이면 열 “미국에선 못살겠다”고 하소연한다. 식당을 포함한 거의 모든 공공장소가 금연으로 지정되어 있어 정 피우고 싶으면 바깥에 나가 그것도 눈치를 봐가며(담배 피우는 사람은 거의 야만인 취급을 하는 문화이므로) 급히 피우고 들어오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에는 맘대로 흡연할 수 있다는 광고를 손님 유치전략으로 내세우는 곳도 있다. `애연가의 지옥'이라고 부를 만한 미국이지만 지금까지 한 군데 예외가 있었다. 바로 할리우드 영화다. 하지만 그 할리우드도 드디어 흡연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일간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영화 속 흡연 반대운동 단체인 스모크 프리 무비(Smoke Free Movie), 영화 주간지인 <버라이어티>와 <할리우드 리포터>, 그리고 미라맥스영화사 간에 일어난 논쟁을 보도하면서 이제 폭력과 섹스뿐만 아니라 흡연장면 여부도 영화 등급을 결정하는 요소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모았다. 논쟁의 발단은 스모크 프리 무비가 미라맥스사의 아카데미상 유력 후보작 <침실에서>를 비난하는 광고를 <버라이어티>와 <할리우드 리포터>에 실으려 했다가 거절당한 사건이다. 영화 속 주인공 시시 스페이섹이 담배를 많이 피우고, 게다가 한 장면에선 말보로 라이트 한 갑을 달라고 가게 주인에게 이야기한다면서 이 영화가 흡연을 미화하고 있다는 게 비난의 내용이다. 스모크 프리 무비를 이끄는 스탠튼 글랜츠(샌프란시스코 캘리포티아대학 의대 교수)는 이 광고를 접수한 <버라이어티>가 처음에는 별 불만을 이야기하지 않다가 의 기자가 이 광고에 대한 코멘트를 따기 위해 미라맥스사에 전화를 한 다음날 자기에게 전화를 걸어 광고를 실을 수 없다고 통보했다면서 “이는 명백히 미라맥스가 금권을 동원해 우리의 입을 막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미라맥스 홍보담당 간부가 직접 전화를 걸어 “그 광고가 <침실에서>의 아카데미상 수상 여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서 “왜 같이 흡연장면이 있는 영화 <아름다운 마음>은 걸고 넘어지지 않느냐”는 내용의 항의를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미라맥스와 <버라이어티> 쪽은 압력 여부를 부인했다. <버라이어티>는 “한 영화만 거론했기 때문에 명예훼손의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아 싣지 않기로 했을 뿐이다, 여러 영화를 거론했다면 실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할리우드 리포터> 역시 광고의 게재를 거절했다. 미국내 모든 연령 층에서 흡연인구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데 반해 유독 할리우드에서만 흡연장면이 점점 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신문은 감독들이 영화 속 인물들이 괴롭고 힘들 때 담배를 핀다는 식으로 정당화하긴 하지만 좀더 근본적인 이유는 할리우드 영화인들 중 흡연가가 많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암시했다.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수상자 호명을 받은 러셀 크로가 연단에 늦게 올라간 것은 담배를 피기 위해 시상식장 바깥에 나가 있었던 탓이라는 따위의 사례를 들으면서 담배회사들이 스타들에게 음으로 양으로 홍보노력을 많이 기울여온 것이 결실을 맺은 듯하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스타들이 담배를 피는 모습을 본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우기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보고를 들어 흡연장면이 있는 영화에는 `18살 이상 관람가' 등급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스앤젤레스/ 이남(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