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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은 인간의 삶 보듬어야`
2002-03-22

지난해 아네스 바르다 특별전에 이어 올해 특별전에 초청된 여성감독은 이란의 타흐미네 밀라니(42)다. 79년 데뷔한 그는 여섯편의 장편영화를 통해 이슬람 사회와 여성의 관계, 특히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의 국가민족주의가 만들어 낸 이슬람 여성의 모습에 천착해왔다. 이번 특별전에 상영되는 세편 가운데 <숨겨진 반쪽>(2001)은 국제적인 표현의 자유 투쟁까지 불러일으켰던 작품. 이 영화 공개직후 그는 `사형'까지 가능한 이슬람 반혁명죄로 구속됐다. 79년 당시 이란 혁명세력이 모든 이념을 억누르고 탄압한 것 처럼 그려졌다는 이유였다. 카트린 브레이야, 수잔 손탁, 페이 더너웨이, 마틴 스코시즈 등 약 1500명의 영화인들이 석방서명에 참여하면서 밀라니는 하타미 대통령의 중재로 보석으로 풀려났다. 하지만 여전히 그는 재판에 계류중이다. <숨겨진 반쪽>엔 이란 혁명 직후 대학에서 공산주의 운동을 했지만, 지금은 풍족한 환경에서 판사의 아내로 살아가는 한 여성이 등장한다. 어느날 사형수로 복무중인 한 여성 정치범 조사를 남편이 맡게 되자 그는 일기를 통해 자신의 과거를 고백한다. 영화는 단순히 이란혁명을 비판하는 데 머물지 않고 `이념과 인간'이라는 보다 폭넓은 문제를 관객들에게 던져준다. 감독은 혁명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그리면서도, 그것이 이슬람이든, 공산주의든 이념이란 것이 인간 개개인의 삶을 보듬어야 함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듯 하다. 김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