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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리포트]슈테판 츠바이크 전기영화 제작
2002-04-01

독일어권 최고 베스트셀러 작가, 1942년 부인과 동반자살한 동기 추적하는 스릴러물20세기 독일어권 문학의 최고 베스트셀러 작가였던 슈테판 츠바이크. 1942년 2월, 카니발이 한창인 브라질 리오데자네이로에서 22살 연하인 부인 로테와 수면제 베로날 과용으로 동반자살한 츠바이크의 말년을 그린 전기영화 <천국에서의 죽음>이 브라질에서 촬영을 모두 마치고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올해 츠바이크 서거 60주년을 맞아 현재 브라질 최고의 감독으로 추앙받는 실비오 백은 아직도 수수께끼로 남아 있는 작가의 자살동기를 추적해가는 스릴러를 구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나치를 피해 브라질로 이민온 유대계 헝가리인과 독일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백 감독은 역시 나치를 피해 브라질에 망명했던 작가 츠바이크에 대해 어린 시절부터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1995년 <츠바이크의 마지막 나날들>이란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하며 작가의 주변인물들과 수많은 인터뷰를 통해 동반자살을 둘러싼 베일을 벗기고자 시도했다가 실패한 경력이 있는 백 감독은, 이제 논픽션이 아닌 픽션의 길을 걸으며 츠바이크의 말년을 추적해간다. 츠바이크 역에는 빔 벤더스의 영원한 스타로 불리는 뤼디거 포클러가 열연했다. 포클러는 벤더스의 1976년 작품 <시간의 흐름 속에서>에서 모든 희망을 잃어버린 안티히어로의 명연기로 세계적 스타로 부상한, 유럽영화계의 컬트배우다. 백 감독은 <천국에서의 죽음>에서 츠바이크의 자살동기를 제2의 고향으로 삼았던 브라질의 독재정권에 대한 실망, 나치에 쫓기는 유대인을 브라질 정부의 도움으로 피신시키려던 계획의 실패, 그리고 독재자의 프로파간다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자신에 대한 혐오감 등으로 풀어놓는다. 생전 츠바이크는 말년에 정착한 브라질을 천국과 비교하며 이 광대하고, 풍성하고, 낙천적인 나라를 칭송하는 <브라질-미래의 땅>이란 걸작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이 책은 작가의 원래 의도와 달리 브라질 독재정권의 프로파간다에 악용되었고, 독재자 게툴리오 바르가스는 자신의 전기를 써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에 불응했던 츠바이크도 나치를 피해 세계 곳곳을 헤매고 있는 유대인들을 받아준다는 조건이라면 전기를 써주겠다고 태도를 바꾼 바 있다. 브라질 대기업들과 방송사들로부터 300만달러의 제작비를 지원받아 리오데자네이로와 페트로폴리스에서 촬영을 마친 <천국에서의 죽음>은 작가의 자살 미스터리를 파헤친다는 스릴러 형식을 갖추고 있지만, 본질적인 주제는 ‘삶의 낯설음’이다. 백 감독은 츠바이크라는 자신의 내면세계에만 충실했던 인물의 순진하고 상처받기 쉬운 심리를 통해, 기회주의가 만연하는 세상에 대한 절망과 회의,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패러독스하게 돌아가는 현실에 대한 무력감 등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아직도 독일어권 작가들 중 츠바이크만큼 꾸준한 스테디셀러를 자랑하는 인물도 드물다. 이런 이유로 1930년대의 시드니 셸던으로 불리기도 한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던 토마스 만은 작품이 지구 곳곳에서 읽혀지는 독일어권 작가는 츠바이크뿐일 것이라며 부러워한 적도 있다고. 츠바이크의 대표작으로는 <인류의 성시(星時)> <체스소설> <참을성 없는 마음> <어제의 시간> 등이 있으며 마리 앙트와네트의 전기도 유명하다. 백 감독은 <천국에서의 죽음>의 가편집을 마치고 올해 칸영화제 출품을 준비중이다. 베를린=진화영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