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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리포트]<아이스 에이지> 흥행 돌풍
2002-04-01

극사실주의적 비주얼 돋보여, 폭스는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명가로 부상컴퓨터 애니메이션의 삼국시대가 도래했다. 지난해 드림웍스와 PDI 스튜디오가 <슈렉>을 앞세워 디즈니의 오랜 독주를 깨뜨린 것도 잠시, 뉴욕산 애니메이션 <아이스 에이지>가 무서운 흥행력을 과시하며 라이벌 구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개봉 첫 주말 4700만달러의 흥행수입을 거두며 역대 비디즈니 애니메이션 최고의 개봉 흥행성적 등 각종 기록을 갈아치운, 무서운 신예 <아이스 에이지>는 <타이탄 A.E.>의 참패로 한동안 애니메이션에서 철수했던 20세기폭스의 비장의 무기다. 무엇보다 <아이스 에이지>는 미국 동부지역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컴퓨터 애니메이션이다. 폭스사를 등에 업고, 컴퓨터 애니메이션에 관한 한 첨단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서부의 PDI와 픽사에 정면 도전한 곳은 뉴욕에 자리한 15년 전통의 컴퓨터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블루 스카이’다.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 ‘CGI 스튜디오’를 사용해 섬세한 자연광 표현이 돋보이는 그래픽을 제작해온 블루 스카이는 광고와 영화 특수효과 분야에서 이미 그 기술력을 인정받아왔다. <스타트랙> <죠의 아파트> 등이 이들의 솜씨로 빚어낸 작품들. 창립 멤버이자 <아이스 에이지>의 감독이기도 한 크리스 지는 <버니>로 1998년 아카데미상 단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미 독특한 개성을 확보한 경쟁사들의 대표작 <몬스터 주식회사>와 <슈렉>과 비교할 때, <아이스 에이지>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도 바로 극사실적인 비주얼이라는 평이다. 약간은 고풍스럽기까지 한 사실적인 이미지에 시트콤 스타 레이 로메너, <물랑루즈>의 존 레기자모 등 성우들의 맛깔나는 연기와 적절한 감동과 웃음을 주는 스토리가 어우러져 1950년대 만화영화의 전통을 되살렸다는 평을 듣는 등 일단은 신고식에 합격했다. 주인공 맘모스와 짝을 이룬 빙하시대의 나무늘보 입에서 튀어나오는 예상치 못한 뉴욕 악센트나 디즈니표 스토리 뒤에 숨겨진 일말의 블랙유머는 이 애니메이션이 뉴욕산임을 입증하는 또 다른 재미.

그러나 형식적인 새로움과 성인 취향의 조크를 곁들인 디즈니 전통 비틀기의 걸작 <슈렉>이나 탄탄한 이야기 구성과 세련된 색감을 자랑하는 <몬스터 주식회사> 이후 기대치가 한층 높아진 평론가들의 눈에 <아이스 에이지>는 ‘충분히’ 잘 만들었지만, 신참에게 요구되는 진취성이 2%쯤 부족한 모범생 대접을 받고 있다. 기술자로 출발한 제작진들이 가장 고심한 작업이 스토리 구성이었다는 고백을 참고하지 않더라도, 휴머니즘을 지향하는 스토리는 다소 상투적이다. 이미 제작에 들어간 블루 스카이의 두번째 작업 <로봇>에서는 뉴요커의 감수성이 얼마나 배어나올지, 폭스가 끼어든 삼국시대는 얼마나 지속될지 흥미진진하게 기다려봄직하다.뉴욕=옥혜령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