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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가신 감독 인터뷰
2002-04-02

“홍콩영화가 망한 이유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중국, 대만, 일본을 합작 파트너로 삼지 않은 이유가 있나.=나는 홍콩에 살고 있다. 그리고 한국과 타이 영화를 좋아한다. 이 두 나라의 영화는 새롭다. 새로운 것을 통해 스스로도 자극을 받고 싶다. 일본은 아시아에서 영화가 가장 안 좋은 나라다. 노화하고 있다. 대만은 1년에 예술영화 몇편을 세명의 영화인이 만든다. (웃음) 중국은 너무 규제가 심해서 귀신 나오는 것을 못한다. <친구>는 조폭이 나와서 못 찍고 <해피 엔드>도 불륜이라서 못 만든다. 중국에서 할 수 있는 건 <무사> 같은 무협물이다. 중국과 합작을 한번 해보려다가 지금까지 3년을 끌고 있다.-당신이 감독하는 에피소드 ‘과년회가’에 홍콩의 정서가 반영되는가.=홍콩은 아이덴티티를 잃었다고 생각한다. 영국이 떠난 뒤 자기 신분을 되찾아보려 하지만 모호하다. 96년 <첨밀밀> 만들 때 홍콩의 아이덴티티가 가장 강했다. 그때가 마지막이었다. 새 홍콩에서는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신분을 찾지 못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신분이다. 이번 영화의 내용이 홍콩을 드러낼지 확신할 수 없지만 이런 홍콩인의 정서는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주인공은 중국에서 온 의사다. 홍콩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토박이 외에 본토에서 온 사람이 절반이다. 그들은 항상 돌아가고 싶어한다. 10년 동안 넘어온 사람들은 홍콩에 오면 뭔가 희망이 있겠다고 기대하고 왔다. 그러나 최근 5년간 홍콩 모습은 희망적이지 않다. 그들은 와서 더 힘들다고 느낀다. 전에는 홍콩 토박이라고 거짓말을 했지만 지금은 아니다.-오랜만에 감독으로 돌아왔다.=<첨밀밀> 뒤 97년 미국으로 갔다. 그동안 감독을 안 한 건 홍콩인으로서 홍콩을 대표하는 말을 해야하는데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뭘 말할 지 몰라서 안 찍었다. 옛날에는 장소를 말했는데, 지금은 사람을 말하고 싶다. 미국에서 <러브 레터> 한편을 찍어보니까 그것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이번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할 얘기가 떠올랐다. 또 전에는 연출 직전에 엎은 일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다른 감독의 두 에피소드가 완성돼 있었기 때문에 엎을 수가 없었다.(웃음)-한국과 타이는 영화가 성장하는 반면, 홍콩은 쇠락해가고 있다.=한국 친구들 만나면 홍콩영화가 어떻게 망했는지를 새겨보고 타산지석으로 삼으라고 말한다. 오늘 이 행사는 의미가 크다. 홍콩영화계에 활력을 줄 것이다. 이 영화가 아니라면 한국과 타이의 기자들이 홍콩에 왔겠는가. 이 행사를 한국에서는 대수롭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지금 한국은 자국시장이 영화를 받쳐주는 몇 안 되는 나라다. 10년 전 홍콩이 그랬다. 자신이 있었다. 그래도 문제는 아시아 각국이 인구가 적다는 것이다. 한국영화가 성공하면서 배우들 몸값이 뛴다. 하지만 시장은 한정돼 있다. 이게 제작비를 압박한다. 이런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한 뒤에 시장을 넓히려고 하면 늦다. 왜 미국영화가 강하냐면 2억이 넘는 고정 인구가 받쳐주기 때문이다. 유럽이 왜 모이냐면 각국의 인구가 적기 때문이다. 유럽이 모이는데 우리는 왜 못 하나. 한국에서 한편이 흥행하면 다른 나라에서 사려 한다. 그런데 좋은 배급망을 만난다는 보장이 없다. <공동경비구역 JSA>가 홍콩에서는 예술영화 취급을 받았다. 타이에서는 개봉도 안 했다. 그러나 <쓰리>는 3개국 모두에서 자국영화다. 이게 다 같이 시장을 넓히고 발달시키는 길이다.▶ <쓰리> 홍콩 촬영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