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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 복수 좀비를 경계하라
2002-04-20

화성은 생명체가 살아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아보인다는 이유로 오랜 세월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해왔다. B급영화의 대명사 존 카펜터 감독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나 보다. 그의 최근작 <화성의 유령들>(2001)은 미래의 화성을 배경으로 펼쳐보인 음산한 공포·액션 영화다. 그는 이미 저예산 영화 <할로윈>(1978)으로, 사람들을 칼과 톱으로 난도질하는 장면이 무시로 튀어나오는 이른바 `난도질 공포영화'라는 장르를 낳았다. 서기 2176년, 지구의 자원고갈과 인구과잉으로 화성은 지구의 식민지가 되고, 거기에 `여성우위'의 사회가 형성된다. 영화는 화성경찰대원인 멜라니(나스타샤 헨드리지)가 악명높은 범죄자 윌리암스(아이스 큐브)를 송환하기 위해 `샤이닝 캐넌'이라는 광산구역에 들어가 겪은 일들을 상부(물론 모두 여성으로 채워져 있다)에 보고하는 식으로 전개된다.

경찰대원들은 그곳 사무실에서 도축장의 소처럼 걸려져 있는 목이 잘린 사람들의 시체들을 발견한다. 살아남은 과학자 헬레나는 붉은 모래바람과 같은 `화성의 유령'에 의해 광산 노동자들이 모두 살인광이 되어버렸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유령)자신들의 행성을 제것이라 주장하는 이들에 대한 복수”라는 것이다. 유령이 몸에 들어오면 사람들은 좀비처럼 변해버려 자신들의 얼굴을 칼로 째는가 하면 사람들의 목을 쳐서 그 얼굴로 가면을 만들어 쓰고 다닌다. 대장마저 이들에 의해 살해되자 멜라니는 대원들과 함께 체포대상인 윌리암스 등과 힘을 합쳐, 수백명의 좀비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싸움에 나선다. 영화는 촌스러울 정도로 회상(플래시 백)기법을 남발하고, `서기 2176년'에 어울리지 않게 구식 총과 날아다니는 칼과 같은 고전적인 무기들로 가득 차 있다. 온통 붉은 빛의 화면과 황량한 샤이닝 캐넌의 풍경은, 이 영화를 화성을 배경으로 한 에스에프 영화라기 보다는 서부극처럼 보이게 한다. 게다가 감독은 유령의 정체나 주인공들의 심리를 그리는 데 관심이 없어 보인다. 공포의 극한에 몰린 상황 치곤 헨드리지와 큐브의 표정은 지나치게 건조하다. 하지만 이 모든 설정은 감독이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영화 내내 관객들은 도망가고 싶어도 도망갈 수 없다. 유령의 광기에 사로잡힌 좀비들과 주인공들의 잔혹한 싸움 속으로 꼼짝없이 내몰린다. 98분 내내 총탄이 쏟아지고, 사람들의 팔다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잘려나간다. 카펜터는 마치 “이래도 즐길 수 있어?”라며 사람들에게 도발하고 있는 듯 하다. 여성우위의 사회에 대한 설정이나, 멜라니가 습관적으로 복용하는 마약에 대한 묘사 역시 사람들의 관습과 상식을 쑤시는 것이다. 하지만 작은 원자폭탄 하나로 좀비들을 간단히 날려버리는 마지막 부분의 단순함은 아쉽다. 물론 `유령'의 복수는 계속 될 것이라는 암시를 슬쩍 깔아놓았지만 말이다. 26일 개봉. 김영희 기자do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