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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리포트]에단 호크, 뉴욕의 보헤미안
2002-04-29

뉴욕 언더그라운드 문화의 전설, 첼시 호텔을 배경으로 한 <첼시 월즈> 개봉맨해튼의 첼시에 가면 딸을 안고 커피숍에 앉아 있는 에단 호크를 종종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제 첼시에 가면 영화감독 에단 호크를 만날 수 있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겁 많은 미소년으로, <청춘 스케치>의 심드렁한 백수 역으로 제너레이션 X의 심벌로 떠오른 그가 배우 우마 서먼과 결혼하며 첼시에 칩거한 지도 수년째다. 그 첼시의 한 극장에 뉴욕 언더그라운드 문화의 전설, 첼시 호텔을 소재로 한 에단 호크의 감독 데뷔작 <첼시 월즈>가 개봉했다. 사실 ‘칩거’는 어디까지나 할리우드의 사정권을 기준으로 할 때 이야기이다. 덴젤 워싱턴이 주연한 <트레이닝 데이>로 지난해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것처럼 그가 마음만 먹으면 할리우드 입성이야 문제가 아님을 이미 증명하지 않았던가. 불과 10만달러의 초저예산에 디지털카메라로 제작된 <첼시 월즈>는 뉴요커임을 자처하는 에단 호크가 그간 밟아온 인생 여정의 한켠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문제의 첼시 호텔은 O. 헨리, 유진 오닐, 마크 트웨인, 앤디 워홀 등 당대의 내로라 하는 예술가들이 거쳐갔던 뉴욕의 명물이다. 뉴욕 언더그라운드 문화가 절정이던 60년대는 이른바 보헤미안 예술가들의 천국으로 불렸지만, 한 시대가 지난 뒤 퇴락한 예술가들 혹은 실패한 예술가 지망생들, 약물중독자들만 남은 싸구려 호텔로 서서히 전락해왔다.연극으로 먼저 만들어졌던 <첼시 월즈>는 망가진 혹은 망가져가는 십여명의 예술가들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실제로 60년대 한때 첼시 호텔에 살기도 했던 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이나 화려한 시절 이곳을 주무대로 활약했던 노장 재즈 싱어 리틀 지미 스콧의 연기는 영화에 ‘60년대 분위기’를 더하는 데 한몫 한다. 여기에 첼시 칩거 시절 ‘말라파르테’라는 극단을 조직해서 연극작업을 하기도 했던 에단 호크는 <죽은 시인의 사회> 이후 단짝이 된 로버트 숀 레오퍼드, 스티브 잔, 아내인 우마 서먼뿐 아니라 당시 극단 시절 패거리를 총동원했다. 뉴욕 인디영화계의 대모, 크리스틴 버천이 제작자 타이틀에 올라 있는 것까지, 지금은 힘을 잃은 뉴욕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추억하는 전형적인 뉴욕 인디영화의 품새를 지녔다. 그러나 비평가들의 혹평처럼 극중 음악가가 부르는 밥 딜런 풍의 노래나 끊임없이 낭송되는 딜런 토머스의 시로 보헤미안 예술가의 아우라를 되살리려는 시도가 시대착오적임은 부인할 수 없다. 예술가들의 정신을 영화적으로 ‘콜라쥬’하고 싶었다는 에단 호크의 야심은 그나마 현란한 디지털 이미지 실험에서 원래의 목적을 달성한 듯하다.에단 호크는 디지털카메라의 장점이자 단점인 거친 입자, 화려한 컬러가 가진 회화적 특징을 십분 활용해서, 끝없이 나열되는 에피소드들을 한점의 추상 표현주의 회화작품으로 그려냈다. 왜 에단 호크는 뉴욕의 보헤미안 예술가이길 꿈꾸는 걸까. 5월에 출간될 그의 두 번째 소설 <재의 수요일>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뉴욕=옥혜령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