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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리포트]30년전 인질극이 낳은 두 영화
2002-05-06

<돌입하라! ‘아사마 산장’ 사건> vs <빛의 비>, ‘아사마 사건’에 대한 두가지 접근방식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72년의 2월19일. 혁명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활동하면서 그때까지 금융기관에 대한 습격이나 폭탄 테러 사건을 일으켜온 연합 적군의 멤버 5명이 피서지인 나가노현의 가루이자와에 출현한다. 이곳에서 경찰관들과 총격전을 벌이던 이들은 가와이 악기라는 회사의 휴양소인 ‘아사마 산장’으로 장소를 옮겨 관리인 부인을 인질로 잡은 채 틀어박힌다.5월11일 개봉할 <돌입하라! ‘아사마 산장’ 사건>은 이 사건이 발생한 2월19일부터 경찰 기동대의 진압으로 인질이 풀려난 28일 오후 6시17분까지의 10일간을 철저하게 경찰의 시점에 서서, 다큐멘터리 분위기로 그린 작품이다. 감독은 <주바쿠>를 통해 은행 경영위기의 이면을 엔터테인먼트 작품으로 만든 하라다 마사토. 사건 당시 경비 막료장으로서 현장을 지휘한 사사 아쓰유키가 직접 쓴 책 <연합 적군 ‘아사마 산장’ 사건>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에는 <쉘 위 댄스?>의 야쿠쇼 고지가 주인공인 사사 역을 맡고 있다. 아무 요구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산발적인 총격만 되풀이하는 범인들에게 신경질을 내는 경찰의 인간적 고뇌와 클라이맥스 부문의 강제 진압을 극적으로 그린 이 작품은 오락영화로서 일정의 수준이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체포 순간까지 범인들이 등장하지 않는 등 사건의 배경이 전혀 보여지지 않는 탓에 권선징악만을 이야기하는, 단순한 영화가 돼버렸다.한편 지난해 12월에 공개된 <빛의 비>는 아사마 산장 사건 직전, 산 속 은신처에서 군사훈련을 하던 연합 적군 내부에서 발생한 린치 살인사건의 원인을 밝혀내려는 영화였다. 이 작품은 범인들과 같은 세대인 다테마즈 와헤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지만, 소설 <빛의 비>를 영화화하는 촬영현장과 촬영중인 영화의 내용이 동시에 전개되는 이중구조로 얽혀 있다. 원작자와 같은 세대인 다카하시 반메이 감독은 이런 구조에 관해 “어떻게 하면 현재적 의미를 갖는 영화가 될 것인가, 이 사건을 젊은 세대들에게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을 때 제작자가 이 아이디어를 찾았다”고 <키네마순보>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러나 극중에서 30년 전 연합 적군 멤버를 연기하는 현대의 젊은 배우들의 모습이 상투적인 탓에 당시 세대들이 본다면 실망할 수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사마 산장 사건은 텔레비전을 통해 생중계됐고, 당시 많은 사람들이 여러 입장에서 “체험했다”고 말해도 될 만큼 큰 사건이었다. 그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린치 살인사건도 60년의 일미안전보장조약 반대 운동으로 정점을 기록한 뒤 서서히 후퇴해온 학생운동의 비참한 말로로 보는 이가 적지 않았던 사건이었다. 이처럼 영화화가 잇따르는 것만 봐도 이 사건이 일으킨 파장이 30년이 지난 현재까지 미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도쿄=사토 유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