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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어미품이 되어버린 고향 <하트 인 아틀란티스>
2002-05-07

어른이 돼서 찾아간 어린 시절의 고향 동네는 마음 속 기억보다 훨씬 작고 초라할 때가 많다. 널찍했던 골목이며 큼직한 계단들이 너무 좁고 얕아 보여서 정말 옛날 그 길인가 의심하게 된다. 하지만 빛나던 추억 한 보따리만은 세월도 앗아가지 못한다. 사진작가 바비 가필드(데이비드 모스)가 단짝 친구의 장례식을 위해 다시 찾아간 고향 길도 그랬다. 썩음썩음한 흉물로 변한 옛 집에서 그가 찾아낸 건 11살 생일 언저리의 도타웠던 우정과 사랑 그리고 잊을 수 없는 한 남자의 얼굴이다.욕망을 주체 못하는 홀어머니 밑에서 힘겹지만 씩씩하게 살아가는 소년 바비(안톤 옐친)네 집 2층에 어느 날 낯선 노신사 테드(앤서니 홉킨스)가 단출한 짐을 부리면서 바비의 삶이 달라진다. 남의 마음을 꿰뚫어 읽어내는 그의 손길을 따라 소년은 마법의 낙원같던 `아틀란티스'를 떠나 낯설고 험한 세상을 헤쳐나갈 힘을 얻는다. 불우했던 한 천재 피아니스트의 삶을 그린 <샤인>으로 명성을 얻은 스콧 힉스 감독은 베스트 셀러 작가 스티븐 킹의 원작 소설을 성장영화로 매만지며 그 특유의 기이한 것에 대한 취향을 고향을 그리는 마음과 버무렸다. 아비 없는 아이를 초자연적인 힘으로 이끌어주는 `테드'에게서는 이제는 작아져버린 옛 고향 길 같은 그림자가 보인다. 10일 개봉. 정재숙 기자jj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