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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 & 스즈키 도시오 인터뷰
2002-06-14

지브리 스튜디오 방문 인터뷰

미야자키 하야오 인터뷰

10살 된 친구 딸을 위해 이 영화를 만들었다

“10살 된 친구 딸을 보면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를 만들겠다고 생각했다. 이 영화를 구상하면서 생각하기가 귀찮아 온천장을 지브리 스튜디오라고 생각하고 이야기를 풀어갔다. (웃음) <센과 치히로…>는 센과 같은 10살짜리 어린아이가 가정을 떠나 다른 사람이 주는 밥 먹고, 그러면서 느낀 점들을 그린 영화다.” 기자들의 질문이 시작되기 전,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렇게 먼저 이야기의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기자들의 딱딱하고 어려운 질문에 대해 쉽고 평이한 대답을 돌려주었다. 숲 속의 예쁜 집 같은 그의 아틀리에에서 열린 한 시간의 인터뷰는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는 <센과 치히로…>에 집중됐다.

지브리 작품 가운데 자연친화적 작품들이 많다. 당신이 생각하는 자연은.

어려운 질문이다. 자연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인간의 생존의 수단이면서 재해와 죽음을 포함하고 있다. 인간은 문명을 버리고 살 수 없다. 그런데 문명은 자연이 있어야 가능하다. 자연에 대한 예의가 있어야 한다. 나무 베고 땅에 구멍 팔 때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한다.

<센과 치히로…>에서 가오나시 캐릭터가 인상적이었다.

가오나시가 금을 만들어 사람들을 혹하게 만드는 건 10살짜리 아이가 선물 사서 남의 관심을 사려는 것과 비슷하다. 아는 초등학생이 영화보고 가오나시에게 굉장한 공감을 느꼈다고 했다. 가오나시가 결국 자기가 있을 곳을 발견해서 좋았다는 거다. 그 얘기 듣고 안심했다.

센에게 예의를 가르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예의를 가르치려고 의도한 건 아니다. 예의를 가르치려고 영화를 만들 만큼 시간이 많지 않다. (웃음) 그런데 미국인 친구가 이 영화를 보고 “미국 어린이들을 일본에 보내 예의를 가르쳐야겠다”고 했다.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일본 얘들도 예의가 없어 가르치려고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대답해줬다.

<센과 치히로…>에는 전작들과 달리 디즈니의 아기자기한 캐릭터를 떠올리게 하는 작은 쥐 등이 나온다.

유바바의 아들을 작은 쥐로 변하게 한 건 이 아기가 너무 커서 그 캐릭터 그리는 게 너무 귀찮았다. 그래서 작게 만들어버렸다. (웃음).

센은 모험을 거치면서 점점 어른스러워진다. 엔딩에서는 어른스러운 어린이가 된다.

어린이는 여러 가지 체험을 하며 어른으로 성장한다. 그런 과정 지나지 않으면 그 다음은 오지 않는다. 그걸 표현하고자 했다. 어린이들이 이 영화보고, 영화라서 좋은 결말이 났다고 생각하길 원치 않는다. 이런 일은 보통 어린이들에게 일어난다. 친구 딸에게 전달하고픈 것도 “하고자 하는 것이 있으면 이루어진다”는 것이었다.

차기작은 누굴 위해서 만들 생각인가.

모르겠다. 지금 영화화할지 말지 생각하는 기획이 있긴 하지만 뭐라고 얘기할 단계는 아니다.

프로듀서 스즈키 도시오 인터뷰

“하야오가 일하지 않으면 내 역할도 끝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오랜 조력자이자 벗인 스즈키 도시오는 도쿠마 서적과 애니메이션 잡지 <아니마주>의 편집장 등을 거친 뒤 지브리 스튜디오 설립에 합류해 <붉은 돼지> <원령공주> 등 미야자키 하야오와 <추억은 방울방울> 등 다카하다 이사오의 작품에서 프로듀서로 활동해왔다. 그는 “미야자키와 다카하다가 일하지만 않으면 내 역할도 끝”이라고 할 만큼 인터뷰 동안 두 사람에 대한 전적인 신뢰를 누차 드러냈다.

신작 <고양이의 보은>은 신인이 연출한다.

<고양이의 보은>은 미야자키가 그린 작품들과는 스타일이 많이 다를 것이다. 다른 감독이 만드니 캐릭터도 다르고. <고양이의 보은>을 신인에게 맡길 때 <귀를 기울이면> 원작자인 히이라기 아오이에게 자매작품을 써달라고 했다. 오리지널 작품을 만드는 게 신인에게는 무리일 것 같아서다. 그러니까 <고양이의 보은>은 이미 틀이 있는 작품이다.

제작자로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흥행요인이 뭐라고 생각하나.

미야자키는 센과 하쿠를 중심으로 홍보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이 영화는 센과 가오나시의 이야기이며 여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우겼다. 나중에서야 미야자키가 ‘당신 말이 맞다’라고 동의했다. 그렇게 하야오는 자기 작품을 잘 모를 때가 많다. (웃음) 가오나시가 인기를 얻은 이유는 일본의 심각한 불황과 연관이 깊다. 지금 일본에서는 “강하지 않으면 험난한 시대를 살아갈 수 없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다. 일본영화의 주인공도 주로 강한 인물이다. 그런 흐름에서 <센과 치히로…>의 최대 특징은 가오나시로 드러나는 약자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이 일본인들에게 어필한 것 같다.

지브리 내에서 미야자키와 어떻게 역할을 분담하고 있나.

미야자키가 기획을 제안하면 내가 좋다 나쁘다를 판단한다. 미야자키는 항상 5, 6개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 물론 내가 항상 그 아이디어에 찬성하는 건 아니고, 내가 먼저 아이디어를 내기도 한다. 미야자키, 다카하다와 끝까지 일하고 싶어서 지브리에 합류했다. 이들이 없으면 내 역할도 끝이다. 물론 지브리의 장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건 다음 세대가 고민할 문제다. ▶ 미야자키 하야오의 지브리 스튜디오 탐방기

▶ 미야자키 하야오 & 스즈키 도시오 인터뷰

▶ 지브리 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