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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제작현장 미스터리 X파일(2)
2002-06-21

“니 눈엔 내가 스탭으로 보이니?”

FILE NO .4 ┃정체불명 청년의 출현┃

“거참 이상하네.” 의 편집이 이뤄지던 1997년 말. 편집실에서 작업을 하고 있던 허진호 감독과 조민환 프로듀서는 모니터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 장면을 찾기 위해 편집기를 돌리던 중 베타테이프가 떡 하니 서더니 이상한 화면이 눈에 들어왔다. 리더필름(카메라 매거진에 새로운 필름 릴을 끼우고 난 뒤 버리게 되는 필름의 시작부분)에서 이상한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보통의 경우 이 부분이 촬영분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버린 필름이라는 것을 표시하기 위해 사람의 손가락을 찍는데, 여기에는 모르는 청년 한명이 환하게 웃으며 슬레이트를 들고 있었던 것.

그 괴청년 뒤에는 익히 잘 알고 있는 스탭 두명이 서 있었지만, 그 청년만큼은 누군지 알 길이 없었다. 는 모든 장면이 군산에서 찍힌 탓에 보조출연자로 동원했던 인근 주민들의 얼굴은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에, 조민환 프로듀서는 처음엔 유영길 촬영감독의 영상원 제자인 줄 알았다. 하지만 유 감독의 제자들을 모두 알고 있는 허진호 감독이 그것도 아니라고 말하자, 편집실엔 잠시 침묵이 흘렀다. 다른 촬영감독의 작품이었다면 스탭 중 하나의 장난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유영길 감독의 경우 필름 한자까지 아끼는 성격으로 유명했기 때문에 촬영부나 연출부가 카메라로 장난을 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바쁜 일정 속에서 후반작업을 하던 이들에겐 그 화면 속 주인공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고, 이 일은 곧 묻혀버릴 것 같았다. 다만 당시 조 프로듀서의 인상에 남는 점 하나는 당시 편집실에 있던 누군가가 “아, 저 친구 유영길 감독님 아드님 닮았네”라고 말한 것이었다. 이 화면이 다시 조 프로듀서의 마음속을 때린 것은 영화가 개봉하기 직전 유 감독이 갑자기 타계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였다. 뭐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이상한 기운이 그를 감싸돌았다. 평소 그리 친분이 깊은 사이가 아니었음에도 조민환 프로듀서가 영안실에서 펑펑 눈물을 쏟은 것도 그런 느낌 탓이었다. 나중에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했을 때도 그는 비슷한 감정을 느꼈고, 이유는 설명할 수 없었지만 고 유영길 감독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몰더: 국장님 눈에 눈물이….

국장: 아니, 음….

스쿨리: 다음 파일 열겠습니다.

FILE NO .5 ┃“죽여!” 컴퓨터 속으로 들어온 귀신의 비명?┃

씨네와이즈의 장소정 실장은 예전 자신이 홍보를 맡았던 <가위>만 생각하면 지금도 가위에 눌리려 한다. 당시 홍보사 R&I커뮤니케이션스에 다니던 장 실장은 이 영화의 예고편 제작을 위해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어느 날 사운드 믹싱을 위해 한 녹음실에서 작업을 한 뒤 완성된 작품을 튼 순간, 제작진들의 머리카락이 일제히 쭈뼛 섰다. 뭉글뭉글거리는 사운드가 나오는 가운데 ‘세븐 호러, 쓰리 시크릿’이란 자막이 나오고, ‘가위’라는 타이틀이 막 화면 위로 뜨는 순간, 괴기스런 소리가 들린 것. 이 예고편을 연출하던 최민식 감독은 다시 틀어보자고 했고, 아까의 그 부분에서 분명히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자세히 들어보니 “죽여!”라는 소리와 매우 비스무레한 외침이었다. 엔지니어가 컴퓨터를 통해 분석해봤지만, 육성이 삽입된 기록은 없었다. 기기상으로는 아무런 이상을 찾을 수 없었지만, 계속 다시 들어봐도 그 소리는 남자의 절규였다. 일단 컴퓨터로 만들어낸 사운드가 이상하게 조합돼 우연히 그와 비슷한 소리를 만들어냈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기분이 찜찜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몰더: 본래 귀신은 기계를 좋아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귀신이 컴퓨터 기기 속으로 들어갔다가…. 게다가 <가위>라는 영화가 호러영화니 귀신으로서도 친근감을 느꼈겠죠.

스쿨리: 쓸데없는 소리. 컴퓨터로 사운드를 합성하다보면 육성과 비슷한 소리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경우는 아니지만, 서태지의 음반을 거꾸로 돌리면 귀신 소리가 난다는 루머도 있었잖습니까. 게다가 호러영화였으니 다른 때보다 더 으스스한 분위기가 감돌았겠죠.

국장: 알콩달콩 잘도 싸우는구먼. 내 나중에 진실을 알려줄 테니 일단 계속하게.

FILE NO .6 ┃<찍히면 죽는다> 포스터가 가져온 재앙┃

그동안 꽤 많은 영화의 포스터와 카피 작업을 해온 ‘김정민 디자인’의 김정민 실장은 <찍히면 죽는다>의 포스터 작업을 잊지 못한다. 이 슬래셔 호러영화의 포스터 컨셉은 눈이 없는 여자가 비명을 지르고 있는 모습을 담아 무시무시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이었다. 여자의 눈을 없애는 방법은 당연히 컴퓨터그래픽. 김 실장은 밤을 꼬박 새우다시피 작업한 끝에 마침내 실제로 눈이 없어져버린 듯한 여성의 모습을 완성했다. 만족감을 느끼고 집으로 돌아간 그는 다음날 오전, 습관대로 신문을 펼쳐들었다.

그런데 눈이 뜨끔했다. 신문지가 눈동자를 스치고 지나간 것. 곧바로 병원으로 달려가 응급조치를 받은 덕에 큰 사고는 면했지만, 눈을 지우는 작업을 하면서 내심 으스스했는데, 종이에 눈을 베고 나니 기분이 묘했다. 포스터의 ‘재앙’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 실장과 함께 작업했던 한 직원도 같은 날, 순간적으로 놓친 안경이 깨어지는 불길한 일을 겪었다. 불과 3cm 높이에서 떨어졌을 뿐인데, 바닥에 닿자마자 안경알이 산산조각난 것이다. 또 하나. 이 영화의 컴퓨터그래픽 작업을 하던 한 엔지니어는 으스스한 분위기의 장면을 만들어내던 도중 화장실로 가 용변을 봤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자신의 어깨를 누르는 것을 느꼈다. 가슴이 철렁한 그가 뒤를 돌아보니 거기엔 아무도 없었다.

국장: 공포영화 관련자들 앞에 귀신이 많이 출현한다는 얘기로군.

몰더: 그렇죠. 아무래도 자기들 얘기니깐 관심이 없을 수 없잖겠습니까.

스쿨리: 그만. 다음 파일입니다.

FILE NO .7 ┃<폰>의 미스터리, 그 휴대폰 받으면 죽었을까?┃

“어휴, 안 받길 잘했지.” 개봉을 앞두고 있는 <폰>의 여주인공 하지원은 영화를 찍는 도중 살갗이 돋는 무서운 일을 겪었다. <가위>를 만들었던 안병기 감독이 연출하는 이 영화는, 휴대폰을 통해 발신자 미상의 괴전화를 받은 사람들이 죽거나 이상현상을 일으킨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데 주연인 하지원이 꿈 속에서 괴상한 소리를 울리는 전화를 받고 화들짝 놀라서 깼는데, 자신의 휴대폰을 보니 ‘발신자 미확인’이 찍힌 전화가 와 있었다는 것.

뿐만 아니라 하지원은 <가위>를 찍을 때도 가위에 눌리는 악몽을 여러 번 경험했다고 한다. 영화에선 자신이 귀신이었는데 말이다. 또 <폰>은 주로 방배동의 한 저택을 빌려 촬영됐는데, 스탭들이 철수를 하고 주인이 다시 집으로 들어온 뒤, 이상하게도 괴전화가 걸려왔다. 한밤중이나 새벽녘에 전화벨이 울려 전화를 받으면 상대방은 아무 말도 않고 그냥 끊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 집의 주인은 제작진한테 강력하게 항의를 하기도 했다.

스쿨리: 참으로 괴이한 일입니다만, 혹시 홍보하는 쪽에서 마케팅 차원에서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관객에게 흥미를 돋우는 데는 이런 괴담이 딱이니까요.

몰더: 스쿨리의 억측이라고 봅니다. 홍보를 맡은 젊은기획에서는 배우와 스탭들에게 확인한 틀림없는 이야기라고 주장하고 있어요. 그럼 다음 파일입니다.▶ 한국영화 제작현장 미스터리 X파일(1)

▶ 한국영화 제작현장 미스터리 X파일(2)

▶ 한국영화 제작현장 미스터리 X파일(3)

▶ 충무로 영계 연구가 이광훈 감독

▶ 괴담의 해외 사례들

▶ 원귀의 본산, 서울종합촬영소

▶ 영상원의 유령 목격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