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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멋대로 해라> [1]
2002-08-30

마니아 거느린 트렌디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의 조용한 혁명

2002년, 월드컵이 끝나고 방심하던 사이, 미니시리즈 한편이 조용하게 시작했다. ‘시한부생명, 소매치기, 결손가정, 삼각관계, 졸부집 딸과 가난한 청년’. 낡은 설정임을 거침없이 드러내며 시작한 이 드라마는 그러나, 첫회부터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풍겼다. 복잡한 가족사들이 얽혀 있을지언정 질척거리지 않고 꼬여 있는 애정관계에서도 괜히 심각한 척 폼을 잡지 않았다. 회를 거듭할수록 보란 듯이 그 낡음이 새로움을 표현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음을 증명하더니 급기야 “뜯어내면 심장마비로 죽어버릴 만큼 너무나 심장에 깊이 박혀”버렸다.

90년대 후반 들어서면서 젊은이들은 변했으나 드라마는 단순히 “짱냐, 캡숑, 열나” 등의 말투만을 옮겨오는 데 그쳤을 뿐, 변화된 청춘의 모습을 온전히 담아낸 적이 없다. 하지만 <네멋대로 해라>는 그들의 대화법, 그들의 사고방식, 그들의 세계관을 투명하게 드러내면서 어떤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도 소화되지 않고 있었던 새로운 시대의 청년문화를 시원하게 세상으로 방출시켰다. 하여 가족을 중심으로 한 특유의 화법으로 80년대 드라마를 평정했던 김수현 작가가 그러했고, 90년대 후반 문학적인 감수성이 묻어나는 직설적인 대사로 마니아층을 형성했던 노희경 작가, 표민수 PD 콤비가 그러했듯이, 2002년 최강의 트리플을 이룬 감독, 작가, 배우가 합주한 <네멋대로 해라>는 한국 드라마사를 바꾼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미 이 ‘초강력 까스활명수’에 의해 뚫어져버린 이상 <네멋대로 해라> 이전의 드라마와 이후의 드라마는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9월5일 20회 종영을 앞두고 밤샘촬영을 ‘전경 혼잣말 하듯’ 자주하는 <네멋대로 해라>의 촬영장을 찾아 박성수 PD와 세명의 매력적인 배우들을 만났고, 인정옥 작가의 포항행 집필여행에 동행하며 전경과 복수, 그리고 미래의 옛날이야기와 이후 이야기를 엿들었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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