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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라>에서 <프릭스>까지, 인간을 습격한 변종괴물들(3)
2002-09-06

자연,성난 얼굴로 돌아보다

변종들의 역습, 특수효과가 도왔다

요즘 변종괴물영화들이 심심찮게 등장하는 이유 하나는 특수효과의 발달 덕분이다. 과거에는 거대한 괴물 하나가 도시를 활보하는 장면 하나를 찍는 것도 힘들었지만, 이제는 어떤 장면도 만들어낼 수 있다. 50년대에 괴물 공포영화가 유행한 것도 전성기를 달리던 특수효과 덕이다. 오리지널 <킹콩>은 지금 봐도 재미있다. 사람의 그림자가 보이는 건물을 기어올라가는 킹콩이나 공룡과 싸우는 킹콩의 모습은 자연스러울 뿐 아니라 자연의 광포함까지 함께 드러낼 정도다. 킹콩의 움직임을 만들어냈던 윌리스 오브라이언의 스톱모션 기술은 당대 최고였고 30, 40년대 특수효과를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다. 50년대 들어 오브라이언의 기술은 전설적인 레이 해리하우젠에게 넘어간다. 오브라이언에게 특수효과 기술을 배운 특수효과 감독 해리하우젠은 <마이티 조 영>(1949), (1953), <땅 밑 2천마일>(1957), <비밀의 섬>(1961), <제이슨의 모험>(1963) 등등 스톱모션을 활용한 다양한 오락영화를 만들어내며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SF공포영화를 마지막으로 몰락한 특수효과는 조지 루카스와 스티븐 스필버그가 등장한 80년대 이후 부활했다. 특수효과가 반드시 필요한 B급 오락영화들도 활발하게 만들어졌다. 조 단테의 1978년작 <피라냐>, 존 세일즈가 각본을 쓴 <앨리게이터> 등은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수작. 하지만 특수효과의 중심이 컴퓨터그래픽으로 넘어가기 전까지는 변종생물들의 공포영화가 활발하게 만들어지지 못했다. 변종 괴물영화의 클라이맥스인 수많은 변종생물이 화면을 가득 메우는 장면을 만드는 것은 컴퓨터그래픽의 도움없이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다크 콜로니> <박쥐> <프릭스> 등 50년대 변종생물 공포영화들이 재창조되는 이유는 특수효과의 비약적인 발전 덕분이다. 우리가 자연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공포를 이제는 완벽하게 영상으로 그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자연의 역습은 현실화되었고, <박쥐>와 <프릭스>는 내일 우리 눈앞에 닥칠 현실을 미리 보여주는 것이다. 그건 핵폭탄이 아니라, 유전공학과 환경오염의 결과로 도래하는 현재의 악몽이다.

인간의 만행, 자연의 복수

그러고보니, 세계 곳곳에서 기상이변이 너무 자주 일어난다. 매년 듣다보니, 기상이변 자체가 정상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구 온난화가 시작되었다고도 하고, 지나친 환경오염이 지구의 시스템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는 말도 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인간이 자연에 엄청난 만행을 저질러왔고 이제는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점이다. 현대인이 자연에 대해 가지고 있는 두려움은 당연하다. 동물들의 습격은 단순한 천재지변이 아니다. 그건 이미 우리가 저지른 범죄에 대한 형벌이다. 동물들의 습격을 다룬 영화가 과거나 현재나, 그리고 영원히 의미심장한 이유는 그것이다. 인간은 결코 자연보다 우월한 존재가 아니고, 인간의 문명은 야수성의 다른 표현에 불과한 것이다.김봉석/ 영화평론가 lotusid@hanmail.net

<고지라> 시리즈의 고지라 일본인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아온 괴수 고지라는, 인간과 과학의 오만이 낳은 변종생물들 중에서도 왕중왕이라 할 만하다. 공룡의 후예처럼 웬만한 빌딩보다 거대한 몸집에 이따금 불을 뿜어대면서 도시를 박살내는 고지라. 54년 도호가 만든 <고지라>를 통해, 미국의 원자폭탄 실험이 벌어진 비키니섬 근해에서 눈을 뜬 이 괴수는, 히로시마 피폭을 기억하는 일본인들의 공포가 반영된 산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수십년간 다양한 시리즈에서 변주를 거칠수록 그 모습도 변해왔다. 때로는 다른 괴물들로부터 세계를 구하기도 하고, 사람이 특수의상을 입고 연기하던 것에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판 <고질라>처럼 컴퓨터그래픽만으로 재창조되기도. ..............

<프릭스> <타란툴라> <지구 대 거미>의 왕거미 ‘거미 공포증’(arachnephobia)이란 단어가 생겨날 만큼, 거미에 대한 인간의 공포심은 유난하다. 독거미를 제외하면 실제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일이 별로 없는데도, 다른 곤충들을 거미줄로 휘휘 감아 수액을 빨아먹는 습성 때문일까. 변종생물들의 습격을 다룬 영화에서는 꽤나 단골손님. 유독폐기물에 오염된 먹이를 먹고 사람보다 거대해진 <프릭스>의 거미떼는 <타란툴라> <지구 대 거미> 등 50년대 B급 괴물영화 속 왕거미 선조들의 후예. 과학자의 실험실에서 약물 때문에 30m가 넘는 거구가 된 타란툴라가 단독 습격을 벌였다면, 이번에는 컴퓨터그래픽에 힘입어 떼거지로 애리조나주의 인간사냥에 나선다. ..............

<엘리게이터> <플래시드>의 변종악어 한때는 애완용이었을지 모르나, 새끼 때 화장실 변기를 통해 하수구에 버려진 <엘리게이터>의 악어는 온갖 호르몬 실험으로 죽은 동물 시체를 먹고 자란 무시무시한 괴물. 길이 9m 이상, 무게 800kg이 넘는 몸집으로 도시의 하수도를 활보하는 이 거대 악어는, 특유의 날카로운 이빨로 사람을 토막내 먹이로 삼는다. 강력한 꼬리로 인간들을 날려버리거나, 지상으로 나와서 자동차에 탄 사람을 차째로 깔아뭉개기도. 화학실험이 낳은 ‘엘리게이터’에 비하면 태생의 비밀은 분명치 않지만, 휴양지의 맑은 호수를 피로 물들이는 <플래시드>의 악어 역시 거대한 돌연변이다. ..............

<박쥐>의 박쥐 음침한 동굴, 밤의 어둠 속에 기거하는데다가 쥐도 새도 아닌 외양, 거꾸로 자는 폼까지 독특한 습성을 지닌 박쥐. 원래는 과즙이나 곤충을 먹고산다지만, 많은 뱀파이어영화에서 이들은 종종 흡혈의 상징으로 등장해왔다. 루이스 모르노의 <박쥐>에서 정부의 실험 때문에 공격성이 증폭되고 인간 못지않은 지능을 갖게 된 박쥐떼는 가히 살인병기라 할 만하다. 다른 변종들에 비해 크기는 적지만, 수백수천 마리가 달려들어 작은 이빨로 물어뜯는 데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딥 블루 씨>의 상어 이미 <죠스> 시리즈를 통해 식인상어의 공포는 주지한 터. <딥 블루 씨>의 상어들은 ‘죠스’의 흉포한 공격성에 고도의 지능까지 부여받은 돌연변이들이다. 상어의 뇌에서 추출한 고단백질로 인간의 뇌조직을 재생한다는 알츠하이머 치료 프로젝트 연구를 명목으로, 유전자를 조작한 과학자의 야심이 낳은 산물. 톱니바퀴 같은 이빨만 해도 위협적이건만, 부상당한 채 헬기로 끌어올려지던 연구원을 바다로 끌어들여 연구실 창에 보란 듯이 던질 만큼 교활한 머리까지 갖추고 인간에 응징을 가한다. ..............

<미믹>의 ‘유다’ 대부분의 변종생물들과 달리, <미믹>의 ‘유다’는 인간의 ‘의도적인’ 피조물이다. 뉴욕의 아이들이 바퀴벌레를 매개로 전염되는 괴질에 시달리며 죽어가자, 과학자들에 의해 바퀴벌레의 천적으로 창조된 존재. 사마귀와 흰개미의 유전자를 합성한 ‘유다’의 활약(?)으로 괴질은 사라지지만, 번식하지 못하고 1세대로 멸종하도록 조작됐던 이들은 과학의 지식을 뛰어넘어 살아남는다. 강한 번식력으로 폐쇄된 지하도에 자신들의 왕국을 꾸린 이들은, 창조주인 인간을 향한 역습을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