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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우와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_ 게임 메뉴얼 1.0 (9)
2002-09-07

가상현실부터 , <성소>사전

시나리오이 영화는 <거짓말>에 앞서 기획되기 시작했다. 장 감독은 김정구의 시에서 얻은 영감을 영화평론가이자 시나리오 작가 이정하씨에게 전해 시나리오 초고를 작성하게 했다. 그것이 시나리오 버전 1.0이다. <거짓말>을 제작한 뒤 인진미 조감독을 비롯한 연출부, 김우형 촬영감독, 심지어 홍콩 무술감독인 리들리까지 참여한 가운데 좀더 정교한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했고, 그렇게 만들어진 게 버전 3.0이며, 촬영시에는 이보다 약간 업그레이드한 3.5 버전을 바탕으로 삼았다. 이 시나리오는 보통의 경우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시나리오는 닫혀 있지는 않습니다. 완결된 구조가 아니죠. 첨부터… 늘 확장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구조입니다”라고 장 감독이 시나리오에 밝혔듯, 촬영 도중에도 시나리오는 바뀌어나갔다. 또 개요를 간략하게 설명하는 다소 불친절한 지문과 대사가 적혀 있고, 같은 상황을 표현하는 두 가지의 상이한 내용이 함께 적혀 있기도 하다. 일부 장면의 경우 실제로 이 두 가지를 다 찍었던 탓에 편집작업도 상대적으로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시스템영화를 표면적으로 읽을 때, 시스템은 ‘성소 재림’이라는 게임을 운영하는 회사다. 성냥팔이 소녀를 죽게 함으로써 게이머들을 접속시켜 이윤을 창출하는. 하지만 현실/가상현실의 경계가 모호하거나 아예 없다고 한다면, 시스템의 의미는 확장된다. 굳이 ‘시스템’이라고 명명한 것에서도 이같은 확장성은 애초부터 고려된 듯하다. 장 감독 스스로는 거듭 부인하는 바지만, 이 영화에서 정치성이 존재한다면, 그건 주와 성소가 시스템과 대항하는 지점일 것. 이 영화에서 시스템은 대형 스크린 속 얼굴로 존재하는데, 그 주인공은 장 감독과 친분이 깊은 프랑스의 영화평론가 피에르 리시앵이다.음악<성소>의 음악은 달파란(강기영)이 맡았다. <나쁜 영화>와 <거짓말>을 통해 달파란과 함께 작업했던 장선우 감독은 느낌이 좋고 입맛에 맞아 3번째 작업을 도모했다. 달파란 또한 장선우 감독의 세계에 계속 호감이 있었던 터였다. 달파란은 이 영화의 음악작업을 시작하면서 하나의 장르로 국한시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목포의 눈물> 같은 옛 가요부터 최신 트렌드의 대중음악, 일렉트로니카풍의 사운드까지 캐릭터와 이야기에 맞게 꾸미겠다는 것. 영화가 1, 2, 3단계로 바뀌어나가면서 음악도 대중적인 가요풍에서 일렉트로니카 분위기로 바뀌었고, 오인조는 올드록, 라라는 <베사메무쵸> 같은 식으로 캐릭터에 맞는 테마음악을 붙이기도 했다. 성소가 천사원과 거리에서 향해??? 총을 난사할 때 <아베마리아>를 음악으로 사용하는 것도 그의 아이디어. 테크노 뮤지션으로 알려져 있는 그가 가준오(강타)가 부른 <섬>을 작곡한 것도 나름의 ‘충격’이다. 오래된 가요풍으로 만든 이 곡은 강타의 편곡을 거쳐 하드코어적 사운드가 첨가된 트렌디한 발라드로 바뀌었다. 또 장선우 감독의 아들인 장민승도 음악의 선곡작업을 도왔고,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임은경임은경 또한 <성소>의 시작을 가능케 했던 필수 구성요소였다. 애초 이 영화를 떠올릴 때, 장선우 감독의 머릿속에는 TTL 광고로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있는 듯한 이미지를 보여줬던 임은경이 들어와 있었다. 성냥팔이 소녀라는 캐릭터, 그리고 게임이라는 요소까지 만족시키는 인물은 그녀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 당시 초상권을 독점하고 있었던 SK텔레콤은 임은경의 영화출연을 반대했지만, 제작진의 거듭된 요청과 출연하고자 하는 임은경의 의사가 맞물려 성소로 등장하게 됐다.---장선우<성소>의 시작과 끝, 모든 것, 그 자체. <성소>에 있어서 그는 감독이었을 뿐 아니라, 시나리오 작가이자 실질적인 제작자이기도 했다(이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랴).

총기이 영화에 쓰인 총기는 모두 33정. 이들은 홍콩에서 들여온 것. 베레타, 매그넘 같은 권총에서 MP5 같은 기관총, 소총, 샷건, 발칸포까지 기종도 다양했다. 영화를 위해 사용한 공포탄은 3만발 정도였다. 이들 총기를 관리하기 위해 홍콩에서 자격증을 가진 스탭 2명이 현장을 지키기도 했다. 장기간 동안 빌렸음에도 인건비까지 포함해서 1억원 남짓하게 든 것은 한국 시장 진출을 노리는 홍콩의 총기 임대업자의 사업구상에 힘입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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