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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도 좋아> Free Talking, 조광희 vs 임상수(2)
2002-09-13

♂지·♀지,슬픈 육체, X같은 검열

■■■ 임 :: :: 그러니까. 단 몇년 안에. 그런데 자료는 하나도 안 남아 있어. <처녀들의…> 비디오랑 케이블TV 방영본이 잘린 채 나와서 소송했잖아. 그때 조 변호사가 맡았고. 재판에서 자르라고 한 사람이 누구냐를 찾는데 안 나와. 아무도 책임 안 지는 거지. 비디오회사, 케이블회사가 자진해서 잘랐겠어? 그런데 안 나오니까 케이블회사는 배상을 하고 비디오는 다시 출시됐지. 지금 <처녀들의…>가 무슨 윤리적 논란이 되냐고. 그런데 왜 돈 들여서 재판했고, 국가기관도 판사도 시간낭비하고, 비디오회사는 재출시하고, 케이블회사는 돈 물고 그러냐고. 이득 본 사람은 딱 두 사람이야. 하나는 조광희 변호사고(웃음), 하나는 그때 거마비 받았던 심의했던 사람들이지. 등급위도 세금으로 운영하는 기관인데 돈을 과외로 지불하게 하는 일만 하고. 영화라는 게 길게 보면 역사책일 수가 있어요. 수십 수백년 뒤에 되게 중요한 사료가 될 걸 계속 누군가가 훼손하고 있는 거라고. 그걸 돈 주면서 시키고 있다는 거지.

■■■ 조 :: :: 훼손하거나 못 보게 하거나.

■■■ 임 :: :: 사실은 훼손하는 거지. 자르라고 하는 거니까. 우리 사회에 두 부류가 있어. 헌팅할 때부터 느낀 건데 '여기서 찍으면 안 된다'는 말을 좋아하는 사람하고, 어려운 사정이 있더라도 '찍어라'고 허락하는 사람이 있어. 등급위도 마찬가진데, 안 된다고 하는 사람들은 그걸 통해서 얻는 게 있기 때문이거든. 권력을 얻는다고. 안 된다고 할 때 힘이 생긴다고 여기는 게 체질화돼 있는 거지. 치사한 사회의 체질인 거지. 하지만 실은 그 순간에 싸구려 권위를 얻는 것에 지나지 않지. 한국에서 개봉한 영화 중에 남자 성기가 나오는 영화가 하나 있었어. 닐 조던의 <크라잉 게임>. 그때 공륜위원장이 김동호(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씨였다고. 이 장면 없으면 영화 설명이 안 되는데 어떻게 하겠느냐 하며 허락했다고. 우리 동네에서는 그 사람에게 무지한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고.

■■■ 조 :: :: 보수적인 사람들에 대한 의문 중 하나는, 싸움이 생겼고 진보하자는 쪽이 이겨서 상황이 바뀌었단 말이에요. 그러면 옛날에 보수적인 주장을 하던 사람은, 변동된 상황이 틀린 거니까 여전히 싸워야 하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계속 그 다음 단계에서 얻어지는 부분을 지켜요. 검열이 맞다고 주장한 사람들은, 지금 검열 못하게 됐으면 여전히 검열은 맞다고, 복원하자고 싸워야 일관성이 있는 거잖아. 그 얘기는 하나도 없고, 지금 상태에서 또 진전시키지 않기 위해서 계속 노력하고. 계속 지키기 위한 싸움만 하는 거 아닌가.

■■■ 임 :: :: 조 변호사가 말하는 그 사람들 근엄하고 일관성 있는 척하지만, 그냥 그날그날의 빵구만 메우면서 사는 거라고. 나중에 그게 어떤 결과를 낳을지 전혀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나한테 주어진 총대가 자르라고 주장하는 거구나. 그 주장을 따라갈 따름이라고. <거짓말>이든 뭐든 하루하루만 막으면서 생존하면 되는 거라고. 언제까지 그럴 거냐고. 내가 광분하는 건 내가 물려받은 그걸 이어가지 않겠다는 거지. 아버지들이 너무 힘들게 하루하루 살아왔다는 걸 이해하고 연민이 있지만, 내가 그 생존방식을 답습할 수 없다는 거지. 애들을 위해서라도 길게 보고, 원칙과 일관성을 가지고.

■■■ 조 :: :: <씨네21>에 실린 등급위원 15명의 답변을 보니까, 영등위 관련 법들을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더라고. 그들은 법률에 따라서 임무를 부여받은 사람이거든요. 그러면 법이 어떻게 돼 있는지, 법에서 부여한 임무가 뭔지 알아야 하잖아요. 법제를 잘 모르는 경우도 있고, 법에서 부여한 걸 넘어서 자기 개인적인 것, 취향적인 것들을 다 섞더라고. 그건 법과는 관계없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거지. 공무를 수행하는 게 아니라, 그 취향을 표현하고 있다고. 자기 취향을 가지고 남의 취향을 막는 일을 하고 있다는 거지. 그냥 느낌, 이 정도면 되지 않나, 이건 심한데 하는 감각을 가지고 하는데, 그건 어떤 감독이 자기 인생을 걸고 만드는 작품을 가려주는 사람의 태도는 아니라는 거지.

■■■ 임 :: :: 김기덕 감독의 두 번째 영화 <야생동물 보호구역>이 잘렸어. 왜냐면 음모가 조금 나왔다는 거야. 음모가 몇초, 한 1∼2초 나왔을 거야. 영화 찍다가 잘못해서 나올 수 있다고. 그게 잘리니까 김 감독이 공륜에서 "몇초 잠깐 지나가는 것 잡아내려고 있다면, 왜 눈 나쁜 노인들이 있느냐, 눈 좋은 젊은이들 데려다놓지", 그랬다는 거야. 계속 모욕을 당하고 있는 거거든. 그런 모욕에도 불구하고 계속 꿋꿋하게 하시는 건데. 우리 아버지 시대는 수모는 잠깐이고, 이득은 영원하다는 원칙으로 살아온 건데. 오케이해서 사회적 혼란이 오는 걸 막아야 한다는 쓸데없는 사명감이 있을지 몰라. 하지만 한국사회가 그렇게 후지지 않다고. 문제 생기면 사회적으로 해결할 능력이 있다고.

■■■ 조 :: :: 보수적인 사람들의 논리는 언제나 혼란이 온다는 건데, 더 열어줬을 때 혼란이 와서 다시 이전으로 돌아간 적은 없다는 거지.

■■■ 임 :: :: <거짓말>의 장선우나, <죽어도 좋아>의 박진표가 음란범이 아닌지 극장에 걸어놓고 판단하자고. 그래서 진짜 문제가 생기면 검찰에서 수사할 거고, 재판에 회부할 거고, 그래서 보자고. 예술가인지 음란범인지. 서로 변론하고 할 수 있는 말 다하게 하고. 좋잖아. 구경거리도 되고. 사회도 풍요로워지고.

■■■ 조 :: :: 왜 기회도 안 주고 당신들이 맘대로 막느갸는 거지. 그런 사태가 벌어졌다고 해서 등급위원들에게 어떤 법률적인 책임도 없다고. 그 사태 막으라고 등급위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다만 18세와 제한상영을 음란 기준으로 나누라는 건 아니고, 음란까지는 아니지만 일반 상영관에 틀어서 광고 버젓이 하는 게 청소년 등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판단해달라는 거지. <죽어도 좋아>는 지금 음란죄 판례대로 봐도 위반될 여지가 전혀 없다고 보지만 그 전에 사법기관도 아닌 등급위가 판단할 이유도 없고, 권리도 없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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