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1
<오아시스> 현지 반응과 외지에 실린 비평모음(2)
2002-09-19

˝이번 영화제 베스트 중 하나˝

9월7일 <라 레푸블리카> 클라우디아 모르골리오네

환상이 제거된 강렬한 사실주의

이창동의 <오아시스>는 이번 영화제에서 스캔들을 일으킬 작품 후보 중 하나였다. 그러나 영화관계자를 위한 첫 시사 뒤 일부는 실망했고 일부는 감동했다. 실망한 이유는 영화 속에 두번 등장하는 에로틱한 장면이 포르노 장르의 그것과 달라서다. 감동한 이유는 그 장면에 등장한 여성이 장애자였기 때문이다. 도입부에서 강간의 희생자가 된 이 여성이 이야기가 진행되며 완벽한 관계를 이끄는 주인공이 된다. 그러니까 관객에게 쇼크를 준 것은 "우리와 다른" 사람의 성적 삶을 억제없이 강렬한 사실주의로 그렸다는 것이다(실제로 많은 관객이 큰 박수로 환호했다). 영화사에서 이런 유형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은 작품을 발견하기란 흔한 일이 아니다. 특히 육체적 정열까지 묘사한 경우를 찾기란 아주 어렵다. 예컨대 <나의 왼발>의 주인공도 <오아시스>의 주인공과 비슷한 병을 앓지만 두 영화의 스타일은 그렇게 다를 수가 없다. 한국영화는 환상이 제거된 영상을 보여주는 반면 <나의 왼발>은 환상의 영화다.… 강간이라는 거친 테마와 장애자의 섹슈얼리티라는 거북한 주제에도 불구하고 <오아시스>는 지금까지 베니스에 왔던 한국영화와 판이한 작품이다.… (<오아시스>에서) 우리는 간단히 말해 어떤 센티멘털한 이야기, 특별히 예민한 이야기 앞에 앉아 있는 것이다.

9월9일 <라 레푸블리카> 나탈리아 아스페시

심사위원들을 지옥에서 구원할 영화

만약 심사위원단이 지옥에 간다 해도 (<막달렌 시스터즈>의 황금사자상 수상과 관련해) 다른 수상작들에 의해 즉시 용서를 받을 것이다. 불완전한 인간 사이의 사랑과 슬프면서도 긍정적인 스토리의 <오아시스>로 이창동과 문소리가 각각 감독상과 신인배우상을 수상했다.

9월8일 <일 마니페스토> 로베르토 실베스트리

"두 배우는 진저 로저스와 프레드 아스테어같다"

이창동은 이번 영화제에 참여한 작가 가운데 일상생활 속의 보이지 않는 환상을 가장 성공적으로 벗겨냈다.그리고 환상에서 일상을 제거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그리고 관객을 정서적으로 지치게 하는 경계로, 우리와 그들 사이로, 정상인과 이중의 장애를 안고 있는 그들 사이의 경계로 끌고 간다.(중략) 이창동은 이 경계를 안정환과 그 동료들로 구성된 한국 축구대표팀이 사용한 것과 같은 기술과 전략으로 허문다.이탈리아 팀, 즉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이기는 데 익숙하고 심판, 언론, 부귀 그리고 힘센 후원자까지 다시 말해 가질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갖고 있어 거만해져 버린 이탈리아팀을 꺾은 그 능력 말이다. 이를 인정치 않으면 신경은 곤두서고 오랫동안 억제됐던 인종주의는 폭발한다.(중략) 실제로 <오아시스>는 모든 것이 이를테면 돈, 권력, 패권, 타인의 패배 등이 단 하나의 목표로 집중돼 있다.(한국 대표팀처럼이란 뜻) 여기에는 무엇보다 두 주연배우 문소리와 설경구의 역할이 크다. 대도시의 규율에 적응하지 못하고 육체와 영혼이 번뇌하는 디킨스 작품의 인물같은 두 배우는 마치 2인무를 추듯이 연기한다. 그들의 기쁨은 진저와 프레드의 그것이건만, 다른 사람들은 그 기쁨을 마치 페스트 보듯 두려워한다.

9월9일 <스크린 데일리> 리 마셜

희비극적 결말에 부여된 놀라운 깊이

사회적으로, 육체적으로 장애를 가진 두 부적응자의 사랑에 대한 이 기억할 만한 이야기는 마지막 크레딧이 올라간 뒤에도 우리의 마음속에 늘어붙어 있다. 관객 입장에서는 따라가기 쉽기만 한 필름이 아니고 상업적 견지에서 이창동의 전환점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예술영화 시장을 확장할 수는 있는 영화지만. 표면적으로 갓 출소한 표류자와 뇌성마비 여성의 사랑은 할리우드의 감상적인 방식에 안성맞춤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창동은 그 부드러운 감정을 고도의 코미디로 장식한다. 따뜻함이 쇼크와 불신으로 돌변하는 강간기도 장면처럼 관객이 몸을 비틀게 하는 불편한 장면들도 있다. 그러나 결국 이 거친 표현과 호감가는 부분은 있으나 불안정한 남자주인공에게 푹 빠질 수 없는 관객의 주저는, 이 스토리에 최영택 촬영감독의 감정을 제거한 스테디캠 촬영에 의해 생생히 그려진 거친 리얼리티를 불어넣는다. 그러나 이 영화 최고의 요소는 <박하사탕>의 설경구가 연기한 홍종두다.… 문소리는 자신의 셀프 이미지와 무관한 육신에 갇힌 젊고 총명한 여성을 훌륭히 연기했다. 정상적이고자 하는 그녀의 뜨거운 욕망은 액션에 방해가 되지 않게 붙여진 환상 시퀀스로 끓어 넘친다. 희비극적 결말은 무능한 감독의 손에 떨어졌다면 감정을 구걸했겠지만, 이창동은 그것에 놀라운 깊이를 부여했다.

<오아시스> 이창동 감독, 배우 문소리 귀국 일문일답"실제 장애인인줄 알았다는 사람도 있더라"

현지의 반응은 어땠나.

이창동=<오아시스>는 내용도 전달 방식도 불편한 영화다. 그런데 베니스의 관객, 평자도 국내에서 그랬듯 예상 외로 영화를 잘 받아들였다.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관심이 유난히 열광적이었다는데.

이창동=설경구씨의 연기는 알 파치노 젊을 때보다 더 잘한다는 평도 얻었고 문소리씨는 영화제 전체를 통틀어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문소리=영화가 끝날 때까지 객석을 메운 관객의 눈빛이 영화를 다 이해한 느낌이어서 낯선 땅, 낯선 사람들이 이해해준 것만으로도 기뻤는데 큰 상까지 탔다.

이번 수상이 앞으로의 작업에 어떤 영향을 끼칠 거라 보는가.

이창동=앞으로 영화를 만드는 데 용기와 자기확신을 주는 좋은 방향으로 작용했으면 한다. 또 다른 구속이나 자기기만의 계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남이 상을 준다고 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칸의 임권택 감독에 이은 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이다. 한국영화의 힘을 느끼는가.

이창동=수년간 아시아영화가 세계영화를 주도해왔다. 그중 한국영화가 선두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문지방을 넘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현지의 기자들로부터는 어떤 질문을 받았나.

문소리=실제 장애인인 줄 알았다고도 했고 연기 지도방식도 궁금해했다. 여배우라기보다 배우이고 싶어 이런 연기에 충실히 임하려 했다고 답했다.

수상에 대한 개인적 소감은.

문소리=영화제 끝나고 유럽여행을 가려고 유레일 패스 끊고 민박집 예약도 했는데 끌려왔다. 아쉬웠다.

다음 작품 계획은.

이창동=늘 그랬듯 머릿속에서 자라도록 내버려둘 것이다. 다 자라면 나가겠다고 스스로 노크할 거다. 게으르게 사막에서 기다리겠다.

영화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문소리="우리 모두 문소리의 수상을 잊자"고 당부하고 싶다. 이제 시작하는 배우로서 영화가 좋아 받은 격려라고 생각한다. 김영희/ <한겨레> 문화부 dora@hani.co.kr

<<<

이전 페이지

기사처음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