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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결산(3)
2002-09-19

<막달렌 시스터즈>에 황금사자상, <오아시스>는 2개부문 석권

60돌 맞는 영화제, 이제 어디로 갈까

1932년 엑첼시오르 호텔 테라스에서 출범해 햇수로 70년, 횟수로 59회를 맞은 베니스영화제는 흔히 "주름살 제거수술이 필요한 연로한 숙녀"에 비유된다. 프랑코 베르나베 비엔나레 위원장에 의해 전격 초빙된 모리츠 데 하델른 신임 집행위원장이 강조하는 입장도 '대대적 수술'의 메스를 쥐지 못하는 한 소방수 노릇을 하기 위해 베니스에 머무를 까닭이 없다는 것이다. 스타와 마켓의 존재가 국제영화제의 영향력과 위상에서 가장 긴요하다고 믿는 데 하델른의 신념은 올해 베니스영화제에도 미약하게나마 반영됐다. 마켓의 전초 형태로 신설된 베니스 스크리닝에는 1693명의 영화산업 관계자가 등록했지만 이탈리아영화에 치우친 프로그램과 일반 관객이 오가는 시네마 가든에 설치된 부적절한 부스 위치로 인해 큰 성과는 보지 못했다. 모리츠 데 하델른은 "이탈리아에서는 어디서 방탄 조끼를 살 수 있는지 알아보는 중이다"라는 농담으로 자신의 좁은 입지를 암시하면서 영화제의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영화제를 쥐락펴락하는 이탈리아식 관료주의의 청산과 안정적인 지휘권이 필수적임을 강조하고 있으나, 영화제 기간 중에는 이탈리아 언론인 출신의 로카르노의 현 집행위원장 이레네 비냐르디가 내년에 영입될 거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데 하델른의 임명에 즈음해 15년간 계속한 영화제 일을 그만두었다는 한 관계자는, 비냐르디 임명이 90% 확실하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그러나 좌파 성향의 비냐르디 역시 베를루스코니 정권의 입김으로부터의 자율성이 보장되어야만 베니스의 조타수 자리를 받아들이리라는 것이 지배적인 전망이다. 내년에 60회를 맞는 이 물 위의 영화제는 그 어느 때보다 정박할 굳은 땅을 필요로 하고 있다.

황금사자상 수상작 <막달렌 시스터즈>(Magdalene Sisters)"교회의 폭력은 드라마가 아닌 현실"

신의 이름으로 행해진 폭력에 저항하는 처녀들의 아우성을 그린 <막달렌 시스터즈>는 켄 로치의 <내 이름은 조> 마이클 윈터보텀의 <클레임> 등에서 주연하며 영국 사회적 리얼리즘영화의 주요 배우로 명성을 쌓아온 피터 멀랜이 감독 데뷔작 <고아들>에 이어 내놓은 두 번째 장편이다. <막달렌 시스터즈>의 무대는 1964년의 아일랜드 수녀원의 보호소. 이같은 기관은 본디 19세기에 매춘부, 미혼모, 고아 등 이른바 '타락한 여자들'을 수용하는 기관으로 설립됐으나 놀랍게도 이중 일부는 20세기까지 명맥을 유지했고 아일랜드의 마지막 막달렌 수녀원은 1996년에야 폐쇄됐다. <막달렌 시스터즈>의 드라마는 흔히 여성해방운동의 시대로 알려진 1960년대에 가족과 교회에 의해 강제 수용돼 착취당한 네 소녀의 시점을 따라간다. 멀랜 감독은 희망과 징벌을 교대시키는 스타일로 관객의 분노와 카타르시스를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당초 캐스팅됐던 바네사 레드그레이브가 중도하차하고 제작 초기에 사재를 투자하는 곤경을 돌파하며 어렵사리 영화를 완성한 피터 멀랜은 모든 인터뷰에서 공격적으로 영화의 메시지를 힘주어 말했다.

영화를 만든 동기는.

→ 가톨릭 신자로서 성장하면서 탈레반과 큰 차이없이 사회를 집단광기의 소용돌이로 몰아넣는 교회의 억압적 본성에 질문을 던질 필요를 느꼈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는 교회의 수용시설에서 육체적 정신적 폭행을 당한 여성들을 다룬 TV다큐멘터리를 보고 얻었다.

<막달렌 시스터즈>가 이탈리아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는데.

→ 이탈리아 극장가의 좋은 반응에 만족한다. 아마 영화를 비판하려는 신부와 수녀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단지 표만 산다면 내겐 문제될 것이 없다. 사람들이 이 영화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이 영화는 여성들에게 일어났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일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수상 결과에 대해.

중도우파 인사가 처음 이끈 영화제에서 이처럼 반교회적인 영화에 상을 준 것은 기묘한 시그널이라고 생각한다. <막달렌 시스터즈>의 수상이 젊은이들에게 교회의 억압 속에서 100년 동안 그들의 어머니에게 발생했던 일을 돌이켜보도록 부추기는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막달렌 시스터즈>의 베니스 황금사자상 수상에 대한 바티칸의 반발이 심하다.

가톨릭 교회가 영화의 내용이 거짓말이라고 부정한 것에 크게 실망했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지어낼 만큼 대단한 드라마 작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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