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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결산(2)
2002-09-19

<막달렌 시스터즈>에 황금사자상, <오아시스>는 2개부문 석권

<…9월11일>, 11명의 감독, 11배의 기쁨

올해는 베니스영화제가 알베르토 바르베라 전임 위원장이 도입한 경쟁부문 이원화 체제를 운영한 두 번째 해. 대안영화 섹션으로 정체성을 명료하게 한다는 모리츠 데 하델른의 의도 아래 '현재의 영화'를 개명한 '업스트림' 섹션에서는 10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티안주앙주앙 감독의 <작은 마을의 봄>이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연상시키는 스토리와 단아한 미장센을 앞세워 작품상에 해당하는 산 마르코 상을, 자살을 만류한 자원봉사자를 겨냥한 스토킹을 소재로 극단적인 관음주의 판타지를 펼친 쓰카모토 신야의 이 심사위원 대상을 받아 동북아시아 영화에 트로피를 보탰다. 수상권에는 들지 못했으나 전형적인 프랑스식 심리묘사를 교통체증의 밀봉된 시간과 공간 속에서 새롭게 그려 세련된 여성적 에로티시즘을 보여준 클레어 드니의 <금요일 저녁>, 북구의 신성 루카스 무디손이 상업적 성공을 거둔 전작들의 기분좋은 휴머니즘을 버리고, 극단적 빈곤에 처한 구소련 지역의 소녀가 처음에는 생존을 위해, 그 다음에는 기만당해서 섹스를 파는 과정을 아프게 그린 <릴리아 포에버>는, 대사와 세트의 요란함을 극적 통찰이 따라잡지 못한 도리스 되리의 <네이키드>나 센티멘털리즘이 지나쳐 야유를 받은 세르게이 보드로프의 <곰의 키스>보다 훨씬 메인 경쟁부문에 어울리는 수작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베니스영화제는 디지털로 촬영된 <풀 프론탈>이나 근친상간, 근친폭행 등 교외 10대들의 극단적 행태를 그린 스캔들 메이커 <켄 파크> 등을 업스트림 부문에 배정해 섹션의 성격을 명확히 하려는 노력을 기울였으나 여전히 기자들은 "도대체 <작은 마을의 봄>이 <좋은 시절>보다 대안적인 근거가 뭐냐?"는 의문을 제기해 이원경쟁 체제의 장기 지속 가능성은 올해에도 미지수로 남았다.

개막 전부터 관심을 끌었던 화제의 비경쟁작도 베일을 벗고 대중의 평가를 받았다. 이중 비평가 주간을 개막한 딜란 키드의 데뷔작 <로저 다저>는 "생각이 있는 <아메리칸 파이>"라는 애칭을 얻으며 언론과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반면 <리플리>와 동일한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시리즈 소설을 각색하고 존 말코비치를 중년의 리플리로 캐스팅한 릴리아나 카바니의 <리플리의 게임>은 단조로운 스타일로 '황금칠면조상 후보'라는 험담을 들어야 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신작 <블러드워크>는 자기에게 이식된 심장의 주인을 살해한 범인을 쫓는 전직 FBI 요원의 스토리를 빌려 이스트우드의 도덕주의자적 면모를 좀더 주류적인 형식에 담은 미스터리 스릴러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경쟁부문 바깥에서 가장 큰 발견의 기쁨을 안긴 영화는 프랑스 TV프로듀서 알랭 브리강의 제안으로 전세계 11명의 감독이 9·11 테러의 잔영을 11분9초와 한 프레임에 기록한 앤솔로지 이었다. 사운드 클립과 뉴스 이미지를 조합한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나리투의 도큐멘트부터, 미국이 가해자였던 또 하나의 9월11일을 회상한 켄 로치의 고발까지 제작 중 다른 감독과 대화하지 않는 조건 아래에서 작업한 세계 각국 작가들의 단편 모음은 "재앙은 항상 가장 위대한 예술을 낳는다"는 흥분된 찬사까지 끌어냈다. 특히 엄마를 간호하느라 학교에 못가고 9·11 뉴스가 실린 호외를 파는 가난한 아프리카 소년의 오사마 빈 라덴 현상금 사냥기를 그린 이드리사 우에드라고 감독의 에피소드는 아직 민감한 소재에 코미디의 렌즈를 들이댄 대담함과 미국의 희생자들에 대한 조의와 질병과 기근에 시달리는 아프리카의 연대를 호소하는 진심이 큰 박수를 끌어냈다. 그런가 하면 피해 당사국인 '미국 대표' 숀 펜은 무역센터의 붕괴를, 아내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하고 그늘진 방에서 혼자 사는 노인의 방에 기적처럼 스며드는 햇빛으로 묘사하는 서정적 접근법을 택했다. 하지만 베니스 관객의 호의에도 불구하고 에 주어진 "명백히 반미적"이라는 미국 언론의 불편한 반응은 이 영화의 미국 배급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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