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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스테이션 2로 즐기는 게임 7편(2)
2002-09-19

골프에서 삼국지까지,검승부가 따로 없다

<진 삼국무쌍2>코에이 개발/ 코에이 코리아 유통

<삼국지>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많은 <삼국지> 게임들 중에서도 턴방식 전략 시뮬레이션으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자리를 구축한 코에이가 화끈한 액션 게임을 선보였다. 관우가 언월도를 한 번 휘두르면 산천 초목이 벌벌 떨고, 조운은 정말 '조자룡 헌 창 쓰듯' 적병을 쓰러뜨린다. 치밀한 심리전이나 정교한 전략의 재미는 없지만 제목 그대로 통쾌하고 용맹스러운 액션이 펼쳐진다. 게임의 백미는 '무쌍 모드'다. 무쌍 게이지가 가득 찬 상태에서 무쌍 모드를 발동시키면 화려한 빛이 캐릭터를 감싸며 잠시 동안 사정 거리 안의 적들을 모두 날려버린다. 삼국지에서 생생하게 묘사되었던 일당백 장수들의 활약을 재현하느라 연이은 버튼 연타에 손가락에 물집 맺히는 줄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장수라도 적진에 막무가내로 혼자 뛰어들었다가는 이름 없는 잡졸의 칼에 쓰러질 수 있다. 공명심에 마음이 급하겠지만 한 숨죽이고 전황을 읽은 후 동료들과 발맞춰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럿이 협력 플레이를 할 수 있어서, 둘이서 하나는 관우, 하나는 장비, 아니면 주유와 손권, 조조와 사마의를 각각 맡아 힘을 합쳐 플레이하면 혼자 할 때와는 또 다른 맛이 있다. 물론 친구가 포위되건 말건 내 공세우는 데에만 급급해서는 안될 것이다.

서브 케이스 2 :

하루라도 만나지 않으면 겨드랑에 가시가 돋히는 닭살 커플, 명절이라고 예외는 없다. 역시 차례가 끝나자마자 횡하니 빠져나온 두 사람. 색다른 데이트를 해볼 좋은 기회다. 상대가 평소 게임하는 걸 못마땅하게 여겨온 박해받는 게이머라면 이 기회에 은근슬쩍 끌어들일 절호의 찬스일 수 있다.

<이코>SCE 개발/ SCEK 유통

<이코>는 <플레이 스테이션2> 게임 중 최고의 명작 중 하나로 꼽힌다. 이코는 머리에 뿔이 난 소년이다. 제물로 바쳐진 성 안에서 우연히 만난 말 못하는 소녀를 데리고 탈출해야 한다. 성은 너무 많은 방과 복도가 있어서 끝이 없는 미로다. 안개 속 천길 낭떠러지에 복잡하게 얽힌 다리와 계단이 위태롭게 걸려 있다. 계속 나아가기 위해서는 밧줄을 타고 오르고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며 장애물을 없애기 위해 머리도 쥐어짜야 한다. 소녀의 손을 잡으면 진동 패드를 통해 희미하게 심장 박동이 느껴진다. 혼자서는 너끈히 지나갈 수 있는 곳도 연약한 소녀를 데리고 가려면 있는 힘을 다해야 한다. 탈출구를 찾기 위해 잠시라도 손을 놓았다가는 검은 그림자들이 나타나 소녀를 데려가 버린다.

아름답고 쓸쓸한 성에서 벌어지는 이 아련한 사랑 이야기에 이미 많은 게이머들이 감동을 받았다. 한 명이 플레이하고 다른 사람은 구경만 해도 충분히 재미있는 게임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며칠 전부터 공을 들여 보자.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혼자서 플레이하는 일인용 게임이다. 하지만 한 번 클리어한 다음에는 한 명은 이코, 다른 한 명은 소녀를 맡아 이인용 플레이가 가능하다. 며칠을 노력해 미리 클리어해 놓으면 투자한 몇 배 이상의 대가를 얻을 수 있다.

케이스 3 : 혼자 보내는 명절, 지금까지의 인생에 회의가 들기 시작하는 경우

이유는 묻지 마라, 난 혼자다. 애써 아닌 척 해보지만 명절이면 더욱 쓸쓸하다. 아무리 자고 또 자도 해는 아직도 하늘 꼭대기에 떠 있다. 내년에는 꼭 가족과 함께 해야지. 하지만 지금 당장은 어떻게 보내야 하나.

<영 - 제로>테크모 제작/ SCEK 유통

<영 - 제로>는 <각명관> 등으로 이미 호러 장르에서 나름의 실력을 인정받은 테크모의 최신 <플스2> 출시작이다.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소녀 하나사키 미쿠가 실종된 오빠를 찾아 낡은 폐가를 찾아간다. 여기에는 수많은 귀신들과 혼령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물론 여느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미쿠의 눈에는 비친다. 으슥한 계단으로 허연 물체가 지나간다. 미쿠가 가지고 있는 카메라에는 신비한 능력이 있다. 귀신을 향해 카메라를 돌려보면 원귀가 입을 벌리고 달려드는 게 똑똑하게 보인다. 카메라의 뷰파인더 안에 들어왔을 때 셔터를 누르면 귀신을 봉인할 수 있다. 카메라에 찍힌 귀신이 늘어갈 수록 오빠의 실종에 얽힌 진실이 조금씩 밝혀진다.

화면은 거의 모노톤으로 거칠게 처리돼서 으스스한 느낌을 효과적으로 자아낸다. 음악 역시 음산하고 불안하다. 역시 일본인뿐 아니라 한국인에게도 에일리언이나 사이코 연쇄살인마보다는 '월하의 공동묘지' 풍의 원귀들이 제격이다. 밤에 불 꺼놓고 혼자 하는 게 제일 좋겠지만 낮에 해야 한다면 최소한 커튼이라도 전부 쳐놓고 하자.

<데빌 메이 크라이>캡콤 제작/ 코코캡콤 유통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예전에는 명절이면 변두리 동시상영 극장에 혼자 나타나 <영웅본색>을 몇 번이고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꼭 있었다. 과학기술혁명의 혜택인가, 귀찮게 차려입고 나갈 필요 없이 <데빌 메이 크라이>만 틀어 놓으면 충분하다. 이 게임의 주인공인 반인반악마 단테는 게임 사상 최고의 '후까시' 캐릭터로 꼽힌다. 있는 폼 없는 폼 다 잡으며 거들먹거리는 오프닝을 보면 기분이 나빠지기보다는 오히려 웃음이 나온다.

혈혈단신으로 적과 맞서야 하는 단테. 빨간 벨벳 코트를 입고 은발을 휘날리며 자기 키보다 더 큰 칼을 휘두르고 틈틈이 쌍권총도 꺼내서 쏘아준다. 시점이 고정되어 있지만 많이 불편하지는 않다. 게임 그래픽은 화려하면서도 음산한 분위기를 멋지게 표현하고 있고, 난이도가 적당해서 긴장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중간에 패드를 내던지며 좌절할 일도 없다. 주윤발 흉내내서 검은 바바리를 입고 다닌 사람은 내 주위에도 몇몇 있었지만 설마 빨간 벨벳 코트를 입고 다닐 사람은 없으리라 믿는다. 그래도 이벤트 장면마다 시니컬한 표정으로 느끼한 대사를 따라해 보자. 그 뭐라 형언할 수 없는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하면서 게임을 즐기다 보면 명절의 지루함 정도야 금새 날려버릴 수 있을 것이다.박상우/ 게임평론가 www.MadOrDea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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