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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패니메이션 DVD 베스트7(1)
2002-09-19

눈이 휘둥그레, 추억이 방울방울

애니메이션 매니아들에게.요즘은 기쁘고도 슬픈 시절이다. 수많은 일본 애니메이션 DVD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어릴 때 본 추억의 만화영화부터 최신 애니메이션까지. 1지역이나 2지역에 비해서 손색이 없는, 때로는 더 알찬 애니메이션 DVD를 모두 사자니 지갑이 비어버리고,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고…. 좋아하는 작품은 당연히 DVD를 산다는 애니메이션 매니아의 요구에 걸맞게 타이틀의 질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곧 애니메이션 업계의 메이저가 될 가능성이 있는 대원이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을 중심으로 DVD 사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소식도 나왔다. 앞으로는 더 많은 일본 애니메이션들이 DVD로 나올 것이다. 걸작 중심으로 출시될 것이 뻔한데 그걸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어디에도 없다. 이미 출시된 애니메이션 DVD들 역시 한번 보고 잊어버리기에는 너무나 가슴아픈 명작들이다.

<자이안트 로보>이마가와 야스히로 감독/DVD 애니

<철인 28호> <바벨 2세>로 유명한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원작만화를 OVA로 제작한 애니메이션. 67년 발표된 원작 만화를 토대로 1992년 1편이 발매된 이후 해마다 한 편꼴로 나왔다. 오랜 기간 준비하고, 한편을 만들 때마다 충분한 시간을 두었기에 편이 거듭될수록 질이 떨어지기 일쑤인 타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1편부터 마지막까지 한번에 제작된 듯 안정된 퀄리티를 보여준다. 모든 에너지가 시즈마 드라이브로 대체된 미래 세계. '지구가 정지한 날'이란 부제대로 빅 파이어단은 모든 시즈마 드라이브를 정지시키고 지구를 암흑으로 몰아넣는다. 빅 파이어단의 음모를 저지하려는 세계 경찰기구요원들의 활약이 펼쳐진다. '왕년의 로봇물과 괴수영화의 장점인 요소들을 전면에 부각시켰다'는 감독의 말처럼 <자이안트 로보>는 화끈하게 몰아붙인다. 악당이 있고, 그것을 저지하는 정의의 편이 있다는 설정은 간단하지만 모든 것을 극한까지 몰고 간다.

<자이안트 로보>는 아동보다는 성인들을 위한 작품이다. 세계를 정복하려는 빅 파이어단의 목적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희대의 악인처럼 묘사되던 폰 포글러 박사의 캐릭터도 후반부로 갈수록 전혀 다르게 그려진다. <자이안트 로보>의 선과 악은 단순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이 정도는 요즘 애니메이션과 영화의 보편적인 경향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자이안트 로보>의 성인 취향은 복고풍의 스타일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자이언트 로보>의 많은 등장인물 중에는 유난히 중국 옷을 입은 사람이 많다. 그 이유는 요코야마 미츠테루가 그렸던 <수호전>과 여타 만화의 등장인물들이 대거 등장하기 때문이다. 흑선풍, 청면수 등 낯익은 이름이 마구 튀어나오는 것으로도 모자라 <바벨 2세>의 로뎀과 로프로스 등도 등장한다. 빅 파이어단과 요원들의 싸움은 무협지를 방불케 하는 휘황한 대결로 전개된다. 자이안트 로보가 다른 거대 로봇들과 싸우는 것도 <마징가 Z>에 익숙한 성인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요즘의 합체로봇도 멋있지만, 육중한 거대 로봇들이 둔탁하게 벌이는 싸움은 고풍스러운 느낌을 준다. 작화의 퀄리티를 한껏 올려 성인의 눈높이에도 맞추는 한편 바르샤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장중한 음악으로 성인의 감성을 자극한다.

<자이안트 로보>의 모든 것들은 단 하나 '열혈'에 맞추어져 있다. 모든 캐릭터는 지나칠 정도로 진지하고, 대의를 위하여 목숨을 건다. 엄청나게 심각하고 '열혈'의 극한까지 밀어붙이지만 '과장과 왜곡'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분명하게 보이는 작품. 아무것도 아닌데 묘하게 피를 끓게 하는 그 '과장과 왜곡'이, 이상하게도 작품의 진정성으로 느껴지는 놀랄 만한 경험을 <자이안트 로보>는 던져준다. <자이안트 로보>는 유행이 지난 듯한 캐릭터, 이야기, 정서 등을 한데 모아 전혀 새로운 느낌의 거대 로봇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냈다. 일어, 영어, 한국어 더빙이 모두 지원된다. 국내 방영이 된 적이 없기 때문에 한국어 더빙은 이번에 녹음된 것이다. 음성 믹스용 임시 영상이나 자이안트 로보 배틀 토크 '마에스트로들이 G를 말한다' 등의 스페셜 피쳐도 풍부하다.

<카우보이 비밥>와타나베 신이치로 감독/ DVD애니

프로듀서인 미나미는 <카우보이 비밥>에 대해 "간단히 말해서 네 사람과 한 마리의 이야기"라고 말한다. 우주선 비밥호에서 기거하는 스파이크와 제트, 페이와 에드 그리고 아인. 전직 경찰인 제트는 한쪽 팔을 기계손으로 대체한 후 현상금 사냥꾼 일을 한다. 스파이크는 한때 폭력조직의 일원이었지만, 연인 줄리아와 함께 도망치려다가 동료 비셔스의 공격을 받고 겨우 살아난다. 스파이크는 몽키 펀치 원작의 <루팡 3세>와 마카로니 웨스턴의 주인공을 현대적으로 변형시킨 캐릭터다. 페이는 냉동캡슐에서 깨어나 과거의 기억이 없다. 충동적이고, 도박을 좋아하고, 틈만 나면 돈을 훔쳐 달아나거나 목표물을 가로채는 여인. 천재적인 해커 에드는 역시 천재적인 지능을 가진 개 아인과 동등한 파트너쉽을 자랑한다. 먹을 때도, 잘 때도, 놀 때도 에드와 아인은 늘 함께다.

<카우보이 비밥>은 2071년을 배경으로, 스파이크 일행이 현상금 걸린 범인들을 잡는 에피소드의 연결이다. 에피소드마다 모두가, 혹은 어느 하나가 주인공이 되어 사건을 해결한다. 아무 의미 없을 것 같은 희극적인 에피소드들도 가끔 끼어들면서, <카우보이 비밥>은 각 인물들의 과거와 현재를 조금씩 드러내고 그들의 가슴속으로 파고 들어간다. 비밥호의 사람들은 저마다 상처를 지니고, 미래 없는 현재를 살아간다. 그들이 모이게 된 것도 우연일 뿐이다. 그러나 각자 따로 노는 것만 같던 그들은 어느 순간에 이미 '가족'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서로 질긴 끈으로 엮어져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다시 각자 떠나간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서, 자신의 길을 향하여.

우리들의 삶처럼, <카우보이 비밥>은 다사다난하면서도 무료하다. 격렬하게 누군가를 사랑하고 증오하면서도, 모든 것이 한순간에 시들해지기도 한다. 인생은 무거우면서도 바람 같은 것이다. 명확한 결말이 지어지기보다는, 그냥 시간의 흐름에 맡겨진다. 이런 것들이 <카우보이 비밥>이 말하는 것이다. 결말이 분명하지도 않고, 악당들의 행방도 때로 묘연해지고 분명한 이유 없이 만남과 헤어짐이 이루어진다.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는 시간들 속으로 네 사람과 한 마리가 달려간다. 작화와 액션, 연출은 현재 일본 애니메이션의 최상급이다. DVD 한 장에 3개씩의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마지막 1장의 디스크에 셔플이 담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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