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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준의 세계영화제 방문기 [3]
2002-10-04

뉴욕영화제(New York Film Festival)

9월27일∼10월3일. 미국 뉴욕. www.filmlinc.com/nyff/nyffb.htm

뉴욕영화제는 링컨센터 ‘씨네클럽’(the Film Society of Lincoln Center)의 자체 상영회라는 성격을 출발부터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하고 있음. 이 클럽은 시네마테크 형태로 연중 내내 고전영화와 예술영화 위주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뉴욕영화제는 그중에서도 가장 큰 연례 행사인 셈. 국가적인, 혹은 지방정부 차원의 떠들썩한 지원 없이도 뉴욕영화제가 높은 위상을 지닐 수 있는 것은, 바로 뉴욕이라는 도시의 프리미엄 탓임. 뉴욕의 관객이 평가하고, 뉴욕의 미디어에 평이 실리고, 뉴욕의 배급업자와 극장주들이 영화를 보러 오기 때문임. 그리고 그 결과가 결국 미국 전체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임. 그래서 누벨바그도, 뉴저먼 시네마도, 중국의 제5세대도, 이란영화도, 최근에는 한국영화도, 뉴욕영화제라는 ‘통과의례’를 거쳐 소개되고 존재를 인정받아왔음. 외국영화에 대하여 배타적이기로 악명 높은 미국 시장에서, 대부분의 외국영화들은 토론토-(텔룰라이드)-뉴욕의 코스를 밟아 미국 관객과 만나게 됨.

풍경: 클래식 음악 콘서트와 오페라의 무대인 링컨센터의 대극장들은 영화제 기간 동안 상영관으로 탈바꿈함. 줄리아드 음악학교가 같은 건물 안에 있는데, 조촐한 영화제 사무실은 그 옆 한쪽에 자리하고 있음. 사무실에 들어섰을 때 제일 먼저 내 눈길을 끌었던 것은 뉴욕을 처음 방문했던 때 찍은 파스빈더 감독의 대형 사진이었음. 그리고 트뤼포, 타르코프스키, 키에슬로프스키, 구로사와 아키라…. 지금은 돌아올 수 없는, 이곳의 무대에 섰던 이들의 이름들.

낭트삼대륙영화제(Nantes Festival des 3 Continents)

11월26일∼12월3일. 프랑스 낭트. www.3continents.com

낭트는 영화산업과는 무관한, 별다른 관광 자원이 있는 건도 아닌, 평범한 프랑스의 중소 도시임. ‘삼대륙’이라 함은 다름 아닌 아시아, 아프리카 그리고 라틴아메리카임. 이름 그대로, 이 영화제는 지난 24년간 많은 ‘제3세계’ 영화들을 프랑스에, 그리고 유럽에 처음 소개해 왔음. 문화적 저변이 넓은 유럽이라 하여도, 이러한 성격의 영화제가 버텨온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임. 오리엔탈리즘의 시선을 극복하고, 영화의 다양성과 진정성을 존중해온 낭트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고 싶음.

풍경: 만약 당신이 자크 드미 영화의 팬이라면, <롤라>에서 아누크 에메가 오르내리던 아케이드의 계단과 파사드를 이 평범한 도시 낭트에서 감동적으로(!) 만날 수 있음.

이 짧은 가이드북을 마무리지으려니, 비슷한 유형이기 때문에, 또는 가보지 못했다는 이유로 아쉽게(?) 빠뜨린 영화제들이 마음에 걸리는군요. 그러한 영화제들의 이름을 불러보는 것으로, 이 글을 마무리지을까 합니다. 베니스, 베를린, 산 세바스찬, 카를로비 바리, 로카르노, 로테르담, 판타스포르투, 샌프란시스코, 시체스, 클레르몽 페랑, 홍콩, 야마가타, 안시 그리고 미드나이트 선…. 그럼 이만 총총.

관련인물

김홍준/ 영화감독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 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