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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 드림팀,김상진 감독과 박정우 작가의 <광복절 특사>(5)
2002-10-11

우리는 코미디 특사,˝찍자, 웃자, 뜨자!˝

같은 모텔 OOO호

촬영하고 들어오면 누워서 커피 타주라, TV 리모컨 가져와라, 김 감독은 손끝 하나 까딱 안 한다. 나도 ‘가오’잡는 데는 선수라 흘려들었는데, 막상 김 감독 피해서 도망쳐나오니 여전히 수발들어야 하는 조영민이 안돼 보인다. 서울로 일일 ‘외박’을 신청한 조영민이 ‘탈영’하면 어쩌나. 어쨌든 혼자 있는 건 죽어라고 싫어하는 김 감독은 내일 새벽에 일어나야 할 텐데도 배우들 있는 포스터 촬영장으로 갔을 것이다. 미리 떠준 O.S.T 신나게 들으면서 말이다. 조금 있다간 떼거지로 몰고 들어올지 모른다. 아니, 안 봐도 뻔하다. <주유소 습격사건> 때 숙소였던 삼화호텔 주인한테서 조폭합숙소라고 오해를 샀던 전력의 소유자니까. 분위기 메이커 자청하며 부지런 떠는 신기한 체력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건지. 갔다와서 또 전화할 텐데 받아야 하나, 심히 고민된다.

김상진 __

뭐해?

박정우 __

일하지. 아, 그놈의 노래. 종일 O.S.T를 입에 달고 사네. 떼창하는 거 들어봤는데 명색이 합창단 출신이라고 한 소절 불러젖히더만. 굶고 사는 사람도 아닌데 당신 별 짓 다해.

김상진 __

(손)무현이가 갑자기 광복절 밴드를 조직하겠다고 그러잖아. 박상민, 김현철 뭐 이 정도 라인업이면 판 좀 팔리겠다면서 내가 와야지 홍보가 된다나.

박정우 __

하긴, 요즘은 기계들이 좋아서 한 3시간 작업하면 기가 막히게 나오니까 큰 무리는 없겠다.

김상진 __

연습도 안 하고 가서 불렀는데 손무현이 기계자랑을 하면서 걱정말래. 그런데 니 데뷔작은 어떡하냐. 제작사까지 차려놓고 매일 사무실 비우니.

박정우 __

잘될 리가 있나. 내가 컴퓨터라면 한쪽 폴더에 <광복절 특사> 넣어놓고, 또 하나 불러와서 내 작업할 수 있을 텐데. 처음엔 내 것 좀 쓰면서 현장감이나 익혀야지 싶어 같이 하겠다고 했는데. 내 것 진도는 영 안 나가지 갑갑해. 이걸 끝내야 제대로 할 텐데.

김상진 __

내가 도와줄게.

박정우 __

제발 방해나 하지 마. ‘이렇게 하면 안 되는데’, ‘그것도 좀 아닌데’ 옆에서 온갖 참견 다 할 거면서.

김상진 __

약속한다. 니 데뷔작 앞뒤로 내 영화 붙이는 짓은 안 할게. 그땐 내가 영화 안 찍고 참으마.

박정우 __

<간다> 개봉하면 당연히 피해야지. 긴장 좀 하라고. 어디 한편이야. <간다> <쏜다> <난다>. 시리즈니까 몸조심해야지.

김상진 __

데뷔작 망하면, 시나리오 작가로 다시 불러줄게. 나머지 작품들도 통으로 계약해주고.

박정우 __

당신 걱정이나 하라니까. 난 오히려 편해. 데뷔하는 감독이니까. 아직 시작도 안 했잖아. 이번에 잘되면 당신은 더 부담스러울 텐데.

김상진 __

그런 부담감이야 언제든 갖는 거지.

박정우 __

이젠 그만 해먹어. 쌈마이 나름의 정서가 처음엔 신선한 데가 있었는데 조폭코미디가 쏟아지면서 극단적이고 즉흥적인 설정이 유행이 되버려놔서.

김상진 __

이번에 크게 한번 해먹고 그만 해야지. 너도 잘할 거야.

박정우 __

말로 뭘 못해. 사실 충무로에 처음 들어왔을 때 시나리오 쓰면서도 내가 카메라 들면 웬만한 감독보다 더 잘 찍을 것 같았는데. 남한테 한번도 귀띔 안 한 이야기도 있었고. 그 이후로 현장에서 찍는 거 봐도 나라면 저렇게 안 했을 텐데 그랬었어. 근데 20대 데뷔하자던 젊은 혈기 다 사라지고 코꿰어 30대 중반이 되도록 여관방에서 썩었더니, 이젠 겁이 나네. 막상 찍게 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 처음엔 젊은 애들 이야기였는데 내가 그들 노는 걸 아나, 어른들의 우화 같은 식으로 바꾸려고 해. 처음 만들고 싶었던 때랑 내가 달라졌고, 영화 보는 눈도 달라져서 그런지 마무리 못하고, 요즘 생각만 는다니까.

김상진 __

그건 6편 해도 똑같아. 아직 촬영이 남았는데 훌쩍 한달 동안만 여행갔다 오고 싶어. 개봉할 때 돌아와서 몰래 보려고. 지쳤다는 말일 테지. 시나리오 볼 땐 이 장면 어떻게 찍을까 궁금해죽겠더만, 막상 들어가면 완성품이 과연 어떻게 나올까 궁금해 미치겠다. 내가 찍으면서도 잘 모르겠으니.

박정우 __

하여튼 당신이 날 평생 먹여살려준다고 했으니 책임지라고.

김상진 __

이젠 빨아먹을 게 없어서. 아깐 그냥 말했는데 그 문제는 생각 좀 해보자고.

박정우 __

이 바닥이 이렇다니까.

글 이영진 anti@hani.co.kr / 사진 손홍주 light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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