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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 드림팀,김상진 감독과 박정우 작가의 <광복절 특사>(3)
2002-10-11

우리는 코미디 특사,˝찍자, 웃자, 뜨자!˝

김상진 __그래도 난 곁에 있어주잖아. <디아블로>나 <스타크래프트>도 같이 해주고. 술먹고 들어와서도 말이야.

박정우 __하여튼 하루에 영화 이야기는 5분도 안 하면서. 그것도 야, 빨리 써. 그게 다지. 뭐.

김상진 __하긴, 남들이 우린 이야기 많이 하는 줄 알더라. 뻐꾸기 날리다 배고프면 밥 먹고 뒷다마로 입운동하고. 그게 전부인데. <신라의 달밤> 때도 경주 갔다오겠습니다, 해놓고 온천에서 놀다가 귀경길에 10분 이야기한 게 다였으니까.

박정우 __수학여행 온 애들 어떻게 노나 한번 보러가긴 했잖아.

김상진 __그랬지. 그게 있었구나.

박정우 __이번에도 끝을 어떻게 내겠다고 한 적이 없었잖아. ‘이거 어때’ 그러면 ‘좋아, 좋아’ 그러면서 한 장면씩 써나갔지. 하루하루 빌어먹고 사는 대책없는 인생이라니까. 맨 처음에 3개월 손보면 끝난다고 꼬드길 때 못 들은 척했어야 하는건데.

김상진 __감독의 능력은 어떻게 다른 사람 능력을 잘 뽑아먹느냐가 중요하지. 흡혈귀 마인드야말로 상업영화 감독에겐 가장 중요한 덕목이야. 내가 살리에르 정도는 한다고.

박정우 __그게 누군데?

김상진 __시나리오만 쓰니까 상식에 약하군.

박정우 __내가 정말 몰라서 그러냐?

김상진 __내 스타일이야말로 자신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끔 해주지.

박정우 __

밤새 제 자랑하겠구만. 자신이 하는 일은 꼬여도 전화위복의 계기라는 등.

김상진 __

그래서 날 부러워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냐. 그냥 운이 아니라니까. 다 미래를 내다보는 거지.

박정우 __

나중에 자기도 놀라면서. 그만하자. 당신이 운 하나만은 억수로 좋다는 거 남들도 다 인정하니까.

김상진 __

<주유소 습격사건> 캐스팅할 때도 그랬지. 나왔던 연기자들이 다들 가능성이 충분한데도 돌파구를 못 찾고 있던 때였으니까. 이요원이나 류해진까지도. 그런 사람들이 한데 모였는데, 참 럭키하게 풀렸지. <주유소 습격사건2>까지 했으면 난리났을 텐데, 이젠 하고 싶어도 못하겠다. 몸값이 올라서 그렇게 만나기도 힘들지.

박정우 __

그게 다 나를 만나면서부터 그런 거지. 나 안 만났으면 그저 그런 로맨틱코미디 했을 거 아냐. 아니면 만날 입에 올리던 봉천동 밴드 소재로 영화 했던가.

김상진 __

박정우도 마찬가지지. <마지막 방위> 끝내고 나서 작가로 보면 은퇴를 결심했어야 할 수준이었어.

박정우 __

그랬으면 감독 입봉은 더 빨라졌겠지. 당신한테 발목만 안 잡혔어도. 어쨌든 내 시나리오 보고 처음엔 ‘이, 새끼 천재다’고 해놓고 나중엔 아마추어 느낌이 난다, 어쩐다 할 땐 정말…. 지금처럼 당신이 잘 나갔으면 이거저거 따져봤을 텐데, 반년 동안 준비하던 멜로영화가 엎어졌던 때니까. 그래도 보는 눈은 있어 가지고.

김상진 __

딱 읽었을 때 아마추어더만, 뭐. 마지막 장면만 하더라도 난 난장판이 되는 과정을 다 보여주고 싶었거든. 개떼들이 싸우는 모양처럼 판을 벌여서 보여주고 싶었는데, 넌 마지막 컷으로 훌쩍 뛰어 이미 널브러져 있는 것만 보여주는 식이었으니.

박정우 __

그게 ‘하이’코미디지. 그게 더 고급스럽고 수준이 높아 보여. 여운도 좀 있고. 관객은 결과적으로 당신의 선택을 지지했지만.

김상진 __

내가 관객의 성향을 짚어낸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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