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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엠 샘>의 루시,아빠 숀 펜을 말하다 (1)
2002-10-25

아저씨는 `진짜`만 빨아들이는 스폰지예요

안녕하세요. 저, 루시예요. 진짜 이름은 따로 있는데, <아이 엠 샘>을 보신 분들이 기억하시기 편하게 루시라고 소개할게요. <아이 엠 샘>은 루시와 아빠 이야기예요. 루시는 누구보다 아빠를 사랑하고, 아빠도 누구보다 루시를 사랑해요. 그런데 아빠 정신연령이 일곱살밖에 안 된다고 기관에서 둘을 갈라놓으려고 해요. 그래선 안 되잖아요. 그렇게 사랑하는데 헤어지게 할 순 없잖아요.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너무 감동했어요. 제가 행운아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더 행운인 건, 우리 아빠를 숀 펜 아저씨가 연기했다는 거예요. 영화에서 루시는 아빠보다 똑똑해지는 게 싫어서, 아무것도 배우지 않으려고 하거든요. “아빠가 읽을 수 없다면, 나도 읽기 싫어요.” 이러면서 어려운 책을 집어던지죠. 저는 촬영장에서 아저씨를 보면서 반대로 생각했어요. 아저씨처럼 똑똑해지고 싶고, 연기를 잘하고 싶다고요. 그러려면 많이많이 배우고, 얼른 어른이 돼야겠다고요.

제가 숀 펜 아저씨 얘기를 한다니까, 엄마가 하지 말래요. 아저씨가 나왔던 영화나 아저씨가 살아온 얘기는 ‘18금(禁)’에 ‘하드보일드’라면서, 제가 알 수도 없을 거고 알아서도 안 된다는 거예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사람들은 아저씨의 진짜 모습을 모르는것 같아요. 루시처럼, 루시 아빠 샘처럼, 그냥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면 될 텐데, 다른 사람들 말만 듣고 나쁜 생각을 많이 하잖아요. 사실 저도 처음 아저씨를 만났을 때 좀 무서웠거든요. 아저씨가 화도 잘내고 싸움도 잘한다고 해서, 겁이 났어요. 얼굴은 물구나무 삼각형 모양이고, 이마주름이 다섯개도 넘고, 눈은 졸리고 기분 나쁜 것처럼 보였어요.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요, 팔뚝에 문신도 있었어요. ‘Deliver Me’였던가. 아저씨가 커피 가게에서 커피 ‘배달’ 일을 하는 샘을 잘 연기하려고, 그런 말을 새겨 넣었나보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까, 안심이 됐어요(나중에 그게 ‘배달’이 아니라 ‘구원’이라는 걸 알게 됐지만요).

아저씨는 가짜를 싫어해요

촬영을 시작하면서부터, 기분이 아주 좋아졌어요. 왜냐하면 아저씨는 제가 걱정했던 거랑 많이 달랐거든요. 따뜻하게 잘 대해줬어요. 진짜 우리 아빠처럼요. 아저씬 시나리오대로 안 가고 애드리브를 많이 했어요. 처음힘들었는데, 나중아저씨가 애드리브를 하면 저도 다음 대사가 생각났어요. 아저씨가 저랑 정신연령이 같은 역할을 해서인지, 친구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아저씨한테 일곱살짜리 아들이 있어서, 그 아들이랑 얘기하고 놀면서 같아지려고 했다나봐요. 감독님이 그러는데, 아저씨는 루시 아빠처럼 몸은 어른이고 마음은 어린애인 사람들 집에 찾아가서 같이 티셔츠도 접고 봉투도 붙이고 그랬대요. 그게 아저씨 연기의 비밀인 것 같아요. 커다란 스펀지가 돼서, 주욱 다 빨아들이는 거요. 아, 그리고 딱 한번 아저씨가 화내는 걸 봤는데요, 루시 아빠가 돈을 벌려고 강아지들 산책시키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촬영장에 강아지들을 데려온 오빠가 너무 잘하려고 하니까, 아저씨가 막 화를 내는 거예요. “이건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아니야. 그냥 개들이라고. 개는 개다워야지.” 루시는 디즈니 만화영화가 좋은데, 아저씬 그게 다 ‘가짜’라고 생각하나봐요. 그래서 싫은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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