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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니발 렉터를 해부한다(3)
2002-11-08

우아하고 아름다운 악의 화신

인간 내면의 어둠과 불안을 건져 영웅은 단 한명이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거울 조각으로 영웅의 모습을 비춘다. 네명의 감독은 그 자신만의 렉터를 기억했고 창조했다. 변하지 않은 것은 렉터의 심장이다. 정제된 취향은 야만을 용납하지 않고, 그 안에 도사린 야만은 인육을 요리하는 우아한 주방에서 위태로운 줄을 탄다. AP통신 기자 출신인 해리스는 전세계의 테러와 범죄를 목격했다. 그가 6년과 11년 간격을 두고 완성한 세편의 소설은 유리처럼 단단한 인간의 피부 밑에서 어둠과 불안을 건져올린 것이다. 그 세월이 응축된 한니발 렉터. 테드 톨리는 “렉터가 왜 신화가 됐는지는 모르겠다. 분명 토마스 해리스도 그 답을 모를 것이다”라고 말했다. 누구도 그 답을 알지 못하는 까닭은, 렉터가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서 화학작용을 일으켰기 때문일 것이다. 내 마음속에 어떤 악이 있는지는, 누구도 알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글 김현정 parady@hani.co.kr 디자인 임정숙 norii@hani.co.kr

`한니발 렉터` 시리즈의 등장인물들

☞ 프랜시스 돌로하이드(<레드 드래건>):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상처와 언청이로 태어난 열등감, 외할머니의 학대가 더해져 연쇄살인자가 된 ‘레드 드래건’이다. 블레이크의 그림 <붉은 용과 태양의 여인>을 보고 영감을 얻어 등에 문신을 새기고 살인을 시작하지만, 눈먼 여인 리바를 만나 분열을 겪는다.

☞ 윌 그레엄(<레드 드래건>): 한니발 렉터를 체포한 유일한 인물. 렉터에게 치명상을 입고 플로리다 해안에 은둔하지만, 잭 크로포드의 부탁으로 레드 드래건 사건을 맡게 된다. <양들의 침묵>에는 또 한번 부상을 당한 그가 플로리다의 주정뱅이가 됐다는 소문이 나온다.

☞ 잭 크로포드(<레드 드래건> <양들의 침묵> <한니발>): 연쇄살인을 담당하는 FBI 행동과학과 과장. <레드 드래건>의 윌 그레엄과는 FBI 아카데미에서, <양들의 침묵>의 스탈링과는 버지니아대학 범죄학 강의에서 만났다. 크로포드는 수사관들의 장점을 영리하게 이용한다고 악명이 높지만, 부하들이 부당한 처우를 받거나 힘들어할 때 책임감 있게 감싸주는 장점도 가졌다. 시리즈에서 거의 유일하게 자연사하는 인물이다.

☞ 프레드릭 칠튼(<레드 드래건> <양들의 침묵>): 볼티모어 정신병원 원장 자격으로 8년 동안 렉터를 괴롭혔고, 8년 동안 렉터에게 모욕당했다. 의학박사 학위가 없는 칠튼은 놀림감으로 전락하면서도 렉터를 정신분석해 명성을 얻으려는 욕심을 포기하지 못한다. 스탈링과 렉터의 대화를 도청하는 방법까지 썼지만, 결국 렉터가 탈출한 뒤 실종된다.

☞ 바니(<레드 드래건> <양들의 침묵> <한니발>): 덩치 크고 예의 바른 안전요원. 6년 동안 렉터를 지키면서도 무사히 살아남았고, <한니발>에선 거액의 현금까지 손에 넣는다. 렉터는 자신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바니에게 지성을 선물했다. 그가 전세계에 있는 베르메르 그림을 보겠다는 꿈을 가지게 된 것은 렉터의 교육 덕분이었다.

☞ 클라리스 스탈링(<양들의 침묵> <한니발>): 심리학과 범죄학을 전공한 FBI 수사관. 연수생이었던 <양들의 침묵>에서 처음 렉터를 만났고, <한니발>에서 렉터와의 오랜 인연을 마무리짓는다. 순찰 도중 살해된 야간 경비대원 아버지와 모텔 청소원 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란 스탈링은 자신이 ‘백인쓰레기’라는 강박에 짓눌려 있다. 아버지의 죽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그녀가 스스로 치유할 수 없는 상처. 스탈링에게 렉터는 자유를 찾도록 도와준 스승이자 아버지, 연인과도 같다.

☞ 제임 검(<양들의 침묵>): 여자가 되고 싶어하는 연쇄살인자. 덩치 큰 여자들만 골라 살해한 뒤 가죽을 벗겨 옷을 만드는 기괴한 범죄 끝에 스탈링에게 사살당한다. 에드 게인이라는 실제 인물이 비슷한 범죄를 저지른 적이 있다.

☞ 폴 크렌들러(<양들의 침묵> <한니발>): 렉터가 스탈링을 위해 준비한 만찬에서 주재료가 되는 인물이다. 정계진출의 야심을 품은 법무부 간부 크렌들러는 스탈링이 연쇄살인자 제임 검을 먼저 체포하자 앙심을 품는다. 성희롱과 승진방해, 증거조작 등으로 스탈링을 괴롭히던 크렌들러는 렉터와 스탈링에게 산채로 뇌를 접대하는 형벌을 받는다.

☞ 메이슨 버저(<한니발>): 렉터 때문에 얼굴을 개에게 뜯어먹힌 거부. 인공호흡기 신세를 지면서도 렉터에게 복수심을 불태운다. 타고난 악당인 그는 렉터를 산 채로 돼지먹이로 던져주기 위해 오랜 세월 준비하지만, 그 자신의 악행 때문에 최후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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