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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회 부산 국제영화제/멜로영화(2)
2002-11-08

그녀에게,그에게,사랑에게

그릴 포인트 Grill Point

▶ 월드시네마/ 독일/ 안드레아스 드레센/ 105분

▶ 11월18일 오후 8시 부산1, 11월20일 오후 8시 메가박스9

사랑해도 되니, 네 마누라 현대 도시를 살아가는 30대 부부들의 삶을 유쾌하게 들추는 독일영화. 프랑크푸르트에 살면서 가까이 지내는 두쌍의 부부에겐 각기 문제가 있다. 라디오 진행자인 크리스와 아내 카트린은 함께 침대에 있을 때조차 한마디도 건네지 않는 서먹한 사이. ‘그릴 포인트’란 이름의 식당을 삶의 전부로 받아들이는 우베와 엘렌의 관계도 좋으려야 좋을 수 없다. 이런 와중, 우연히 만난 크리스와 엘렌은 서로의 눈빛에서 뭔가 뜨거운 것을 발견하고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과연 두 부부, 네 남녀의 삶은 어떻게 바뀔까. <그릴 포인트>는 과장은 됐을지언정, 권태기에 접어든 부부들의 진실을 놓치지 않는 예리함도 갖고 있는 영화다. 올해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수상작.

<곰의 키스> Bear’s Kiss

▶ 월드시네마/ 독일, 러시아/ 세르게이 보드로프/ 2001년/ 103분

▶ 11월16일 오후 8시 메가박스5관, 11월21일 오후 8시 부산극장1관

서커스단의 ‘미녀와 야수’, <슈렉>의 결말을 향해 달려가다. 서커스단 소녀 롤라는 러시아에서 귀여운 새끼곰 마샤를 친구로 맞는다. 서커스단이 스웨덴으로 독일로 스페인으로 옮겨다니는 동안 어린 롤라는 아가씨로 자라나고, 마샤 역시 롤라에게 사다리를 올려줄 만큼 큰 키에 위협적인 앞발과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곰으로 성장한다. 모든 생활을 마샤와 함께하며 그를 사랑하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 마샤는 어느새 건장한 청년의 모습으로 롤라 앞에 나타난다.

때로는 사람의 모습으로 때로는 곰의 모습으로 사랑을 나누는 가운데, 스페인에서 만난 한 주술사는 “그가 곧 사람이 될 것”이라는 말을 던지고 사라진다. <곰의 키스>는 인종이나 연령의 차이가 아니라 동물과 인간이라는 건널 수 없는 강을 사이에 둔 안타까운 연인의 사랑을 담은 독특한 멜로다. 떠돌이라는 태생적 비극성을 안은 서커스단을 배경으로 하고 때때로 비극적인 정조를 띠지만 영화는 결국 그들만의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는다. 또한 곰의 모습을 한 마샤와 롤라가 부퉁켜안고 추는 서정적이고 따뜻한 춤을 보고 있노라면 수간 (獸姦) 같은 선정적인 느낌이 끼어들 틈이 없다. 남자주인공이자 감독의 아들인 세르게이 보드로프 주니어는 최근 코카서스 산맥에서 발생한 눈사태로 운명을 달리해 이 작품은 그의 유작이 되었다.

<물의 여인>

▶ 새로운 물결/ 일본/ 스기모리 히데노리/ 2002년/ 115분

▶ 11월18일 오후 1시30분 대영시네마3관, 11월21일 오후 1시30분 대영시네마3관

물의 여인, 불의 남자를 만나다. 비가 온다. 매번 그녀에게 중요한 일이 생길 때면 어김없이 비가 온다. 누군가 ‘비가오네’라고 말하면 ‘미안해요’라고 답하는 그녀의 이름은 시미료 료. 그러나 ‘시원하고 맑은 물’이란 이름 대신 사람들은 그녀를 ‘물의 여인’이라 부른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 약혼자와 아버지를 동시에 잃게 된 료는 아버지가 운영하던 목욕탕 벽화에서만 보았던 후지산으로 무작정 향한다. 길에서 만난 이름모를 여자로부터 원기를 얻은 료는 다시 마을로 돌아오고 자신의 집에 숨어든 ‘불의 남자’를 발견한다. “불만 보면 마음이 가라앉고 안정이 되는 느낌이야.” 그리고 료는 그에게 가장 적당한 일을 선사한다. 욕탕의 물은 어떻게 끓는가!

불과 물이 만났지만 그 온도는 점점 높아져만 가는 영화 <물의 여인>은 “학교는 지식을 가르치지만, 법은 상식을 가르치지만, 목욕탕은 인생을 가르친다네”같은 영화 속 노래처럼 가식없이 조화로운 융합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텅스텐 빛깔의 푸른 화면과 오로지 빗소리만이 가득한 가운데 사람의 손길과 물이 휘감기듯 펼쳐지는 정사신은 쉽게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여가수 우아(UA)가 ‘물의 여인’으로, <피크닉> <이치 더 킬러> 등의 아사노 타다노부가 ‘불의 남자’로 등장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남인사십 July Rhapsody

▶ 아시아 영화의 창/ 홍콩/ 허안화/ 2001년/ 103분

▶ 11월 16일 오후 2시 메가박스9, 11월 18일 오후 5시 대영1

장학우와 매염방, 흔들리는 40대 부부의 삶. 80년대말부터 90년대초 사이 홍콩영화의 매력에 빠진 적 있는 사람이라면 <열혈남아>의 장학우와 <인지구>의 매염방이 40대 부부로 등장하는 <남인사십>을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영영 늙지 않고 철없는 젊은이로 남을 것 같던 장학우가 중년에 접어든 남자로 나오는 것부터 <남인사십>이라는 제목을 곱씹게 만드는 이 영화는 <투분노해> <객도추한> 등으로 널리 알려진 80년대 홍콩 뉴웨이브의 대표적 여성감독 허안화의 신작. 1995년작 <여인사십>에서 치매에 걸린 시아버지를 모시는 중년여인의 이야기를 다룬 허안화는 <남인사십>에서 유혹에 흔들리는 중년남자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주인공 장학우는 고등학교 선생님. 아내와 두 아들이 있는 평범한 가장인 그는 자신을 좋아하는 여고생에게 애써 냉담한 척한다. 나이 마흔은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나이, ‘불혹(不惑)’이라 부른 것은 뼈 있는 농담일까 간신히 유혹에 견디고 있는 남자에게 어느 날 아내 매염방은 자신의 옛 애인이 나타났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아내의 옛 애인은 장학우와 매염방이 함께 고등학교를 다닐 때 그들의 선생님이었던 인물. 매염방은 그때 유부남인 선생님의 아이를 임신했고 그녀를 짝사랑했던 장학우는 매염방의 출산을 돕기 위해 함께 산부인과를 찾아갔다 결국 결혼에 이르렀다. 이제 이혼도 하고 늙고 병들어 죽을 날만 바라보는 아내의 옛 애인, 아내는 갈 곳 없는 이 남자를 임종까지 지켜주고 싶다고 말한다.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답하는 장학우, 그날부터 그는 본격적으로 여고생을 만나기 시작한다. 방황하는 중년남자를 그린 흔한 멜로물을 연상할 만한 영화지만 허안화는 되풀이되는 사랑 이야기에 세월의 숨결을 불어넣는다. 마흔에 이른 장학우와 매염방은 어떤 선택도 스스로를 자유롭게 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안다.그리고 그 좌절감이 배어나올 때 허안화는 멜로드라마의 원숙한 경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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