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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회 부산국제영화제 취향대로 즐기기
2002-11-08

11월 14일 <해안선> 상영으로 닻 올리는 부산영화제 내 멋대로 항해법

● 아직도 고민 중이십니까. 일곱 번째 부산국제영화제가 마련한 이 산해진미, 산진해착, 수륙진미, 진수성찬 앞에서 당신은 혹시 갈등하고 계신 건 아닙니까. 젓가락만 휘휘 돌리며 뭘 먼저 집을지, 어떤 영화가 맛있을지를 골똘히 생각하고 계신단 말입니까.

● 저희도 안타깝습니다. 11월14일부터 23일까지 열흘 동안 열리는 제7회 부산영화제의 모든 상차림을 맛보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당신이 손오공처럼 엉덩이털을 뽑아 수많은 자신을 만드는 분신술을 쓰지 못하는 한, 여기서 상영되는 228편의 영화를 모두 볼 수 없는 건 현실입니다. 설사 초 단위로 시간을 쪼개는 불굴의 투혼을 발휘해 이 영화를 다 본다 한들, 도대체 줄거리나 머릿속에 남아 있겠습니까.

● 머리가 더 아파지셨다고요. 고민하는 여러분께 하나의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천하의 산해진미라도 자기 입맛에 맞지 않으면 쓸모없는 법. 스스로의 취향에 맞는 영화보기를 권유하는 것입니다. 이 영양과다의 시대에 편식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골라먹는 재미, 내 맘대로 선택하는 재미를 추구하십시오. 이번엔 ‘타인의 취향’보다는 ‘본인의 취향’대로 부산영화제 관람시간표를 짜보십시오.

● <씨네21>이 부산영화제를 찾는 여러분을 위해 준비한 취향의 지도는 모두 6개의 길로 이뤄져 있습니다. 우선, 9·11 이후 변화하는 세계의 지형 속으로 뛰어든 영화들의 길이 있습니다. ‘정치와 역사’로 명명된 여기서 9·11 사건, 중동분쟁, 전쟁난민 등을 만날 수 있을 뿐 아니라 역사적 사건의 현재적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술이 역사나 정치라는 거대 담론에 어떻게 개입하는지 궁금하신 분이라면 이 길로 들어가보십시오. 지구라는 한 지붕 아래서 살아가는 타자들에게 관심을 두는 분이라면 ‘다큐멘터리’ 표지판을 따라가십시오. 그러다보면 차마 보기 힘든 경우도 있고, 마음이 절로 무거워질 수도 있지만 부디 두 눈 부릅뜬 채, 다른 곳에서 움트는 삶들을 지켜봐 주십시오. 세계적인 시네아티스트들의 시선이 궁금하신 분, 뭔지 모를 성취감이나 도전의식을 주는 영화를 보려는 분이라면 ‘작가영화’의 길로 가보십시오. 영화제가 아니면 만날 수 없을 소쿠로프, 올리베이라, 요셀리아니 등의 영화를 맛보십시오.

● 아, 너무 무거웠다고요. 사람과 사람의 관계, 그 거리와 깊이에 마음을 두고 계신 분이라고요. 그럼 ‘멜로영화’쪽을 향하십시오. 11월의 쌀쌀한 날씨를 단번에 제압할 따스한 사랑이야기를 원하시는 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길에선 미워하면서도 끌어안을 수밖에 없는 가족들의 얼굴도 마주칠 수 있습니다. 당신이 여전히 외딴섬으로 남아 있는 여성의 현실에 분노하시거나 자아를 찾는 여성들의 이야기에 감동받는 분이라면, ‘여성영화’를 권합니다. 막달레나 자매들이나 여죄수들을 만나는 동안, 여성으로 산다는 것의 슬픔과 감동을 누릴 수 있을지 모릅니다. 머릿속에 무거운 돌덩이를 들여놓는 게 무조건 싫거나 영화는 즐거워야 한다는 철학을 가진 분이라면 ‘대중영화’의 길로 가보십시오. 상업극장가와 달리 영화제에선 오히려 ‘마이너리티’에 속하는 이들 영화를 보는 것도 영화제를 즐기는 나름의 방법일지 모릅니다. 아직까지도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지 못하신 분, 내 마음 나도 모르는 분이라면 차라리 영화보단 영화제 자체를 즐기는 건 어떻겠습니까. 자갈치의 곰장어, 해운대의 포장마차에서 자신만의 축제를 만끽하려는 것 또한 당신의 취향이니까요.

● 그래도 고민 중이십니까. 그러나 째깍째깍…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 ‘6종 종합세트’는 수량이 제한돼 있으니까 빨리 주문하셔야 합니다. 인터넷으로 예매를 원하신다면 부산영화제(www.piff.org)와 부산은행(www.pusanbank.co.kr) 홈페이지에 접속하십시오. 가까운 곳에 있는 부산은행으로 달려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 <씨네21>이 그린 취향의 지도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여기 제시하는 지도는 228편 중 극히 일부만을 대상으로 만든 것일 뿐입니다. 나머지는 여러분이 채워주십시오. 이 취향의 지도를 완성시키는 일은 바로 당신의 몫이니까요.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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