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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정성일,십대영화의 어떤경향에 주목하다(2)
2002-11-14

˝청소년 영화제보다 친구들 시각이 더 냉담해요˝

정성일 영화를 처음 만들어본 건 언제예요

조대완 본격적으로는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그전에, 청소년영상제작캠프에서 3박4일 동안 6분짜리를 여럿이서 만든 적이 있고, 그 단체의 다른 사람들과 다른 작업을 한 적이 있긴 하지만.

정성일 <음악에>를 같이 작업했던 친구들은 어떤 친구들이에요

조대완 <음악에>는 완전히 혼자서 했어요. 원래는 학교 영화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하려고 했는데 촬영지가 진도이다보니, 친구들 집안에서 반대를 했죠. 여름방학 때 진도에 가서 혼자 찍었어요.

정성일 진도에는 누가 계셨나요

조대완 어머니가 계세요. 몸도 좀 안 좋으시고 해서 도시에 살기가 불편하다, 하시던 차에 진도에 우연히 가게 되셨고, 그곳이 좋아서 아예 살고 계세요.

정성일 그러면 영화구상은 진도에서 한 건가요

조대완 어머니가 진도에 계시고 그곳 풍경이 좋고 하니까 거기서 영화를 찍어볼까, 했어요. 구체적인 시나리오는 진도에 가서 썼고요.

정성일 촬영은 몇회에 걸쳐 했나요

조대완 집에 있는 장면은 하룻밤을 새워서 일산 집에서 찍었고요, 진도와 완도를 오가며 찍었는데, 진도 하루, 완도 하루 이렇게 이틀 걸렸어요. 콘티없이 자전거 바구니에 카메라 넣고 삼각대 어깨에 메고 다니면서 ‘여기 경치 좋다’ 그러면 즉석에서 자전거를 멈추고 삼각대 세우고 찍고, 그렇게 했어요.

정성일 <서편제>를 제일 처음 본 건 언제였어요

조대완 제가 1985년생이거든요. <서편제>는 굉장히 어렸을 때 개봉한 영화라서 극장에서는 못 보고, 나중에 텔레비전에서 봤어요. 처음엔 별다른 감흥은 없었어요. 그러다가 최근에 학교에서 다시 볼 기회가 있었어요. 국어교과서에 이청준의 <선학동 나그네>가 있어서 수업시간에 <서편제>를 교실에서 단체관람했죠. <서편제>는 원래 보고 싶던 영화였어요.

정성일 원래 왜 보고 싶었나요

조대완 제가 학교에서 영화동아리를 만들면서 동아리 이름도 ‘bleeding eyes’(피흘리는 눈)이라고 지었어요. 청소년들이 가진 한 같은 것을 영화로 표현해보자는 의도에서였어요. <서편제>가 예술을 위해 한을 품는다는 이야기잖아요. 그래서….

정성일 <음악에>도 그런 십대의 한이 들어 있는 영화인 셈인가요

조대완 음, <음악에>는 단소는 못 불고 피아노는 잘 치는 학생의 얘기예요. 단소 시험을 앞둔 학생이 연습은 않고 걱정만 하다가 <서편제>를 보고 감명을 받은 뒤 <서편제>의 꿈속으로 빠져드는 내용인데, 꿈이 ‘너 한번 한을 느껴봐라’ 하는, 일종의 벌 같은 거죠.

정성일 그 내러티브가 굉장히 이상하게 느껴졌거든요.

조대완 <서편제>에서 주인공들의 여정은 한의 길이잖아요. <음악에>에서 저는 주인공이 <서편제>의 여정을 따라 길을 걷는 것을 우리 음악을 소홀히 여긴 것에 대한 조상들의 벌로 표현하려고 했어요.

정성일 한치고는 영화가 너무 예뻤던 것 같지 않나요. 이를테면 임권택 감독은 끝내 한을 풀어 없애지 않잖아요. <음악에>는 그게 그냥 쉽게 풀려버린 게 아닌가.

조대완 만약 주인공이 나중에 단소 연주를 잘하게 됐다면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꿈에서 깨어나고 나서도 단소를 잘 부는 건 아니거든요. 대신 피아노를 치는데 가야금 소리가 나오는 장면으로 여운을 남겼죠.

정성일 국악에 대한 관심이 많나봐요. 국악에 대한 관심이 어디서 시작됐어요

조대완 어머니가 국악을 하세요.

정성일 그럼, 한편으로 <음악에>는 어머니에게 바치는 영화라는 면도 없지 않아 있겠네요.

조대완 네, 그런 면이 있어요. 어렸을 때는 어머니가 하시는 국악보다 대중음악을 좋아했는데, 계속 국악을 많이 듣는 환경 속에서 살다보니까 국악이 좋아지더라구요. 지금은 여러 종류의 음악을 폭넓게 듣는 편이에요.

정성일 <음악에>에서 다른 종류의 음악을 만나게 한 것도 취향의 반영일 수 있겠네요. 그런데 그렇다면,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음악을 택할 수도 있었을 텐데 영화를 택한 이유는 뭐예요. 음악을 본인이 해볼 생각은 없었나요

조대완 네, 그런 생각은 없었어요. 음악을 직접 하기에는 소질이 없는 것 같았고, 연극영화쪽은 직접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하나의 길, 두 가지 풍경

정성일 어떤 영화를 좋아해요

조대완 제 영화에 대한 관심은 액션블록버스터영화로 시작됐어요. 오우삼 감독을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좋아했는데, 오우삼 감독이 샘 페킨파에게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해서 샘 페킨파 영화를 보게 됐어요. 샘 페킨파 감독의 <와일드 번치>를 굉장히 재밌게 봤어요.

정성일 샘 페킨파 영화를 좋아하는 취향 속에서 <서편제>라는 영화는 어떤 의미인가요 샘 페킨파와 임권택, <와일드 번치>와 <서편제>는 어떻게 만날 수 있나요

조대완 글쎄요…. (웃음) 거의 출발점이 다르죠.

정성일 보통은 첫 영화를 찍을 때는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따르게 되는데, <음악에>에서 샘 페킨파의 스타일은 거의 느낄 수 없었어요.

조대완 액션영화는 찍기가 기술적으로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액션 연출에 소질도 있질 않을 뿐더러…. 제가 사실은 몸을 잘 못 써요. 굉장히 게으르고 느릿느릿해요.

정성일 조대완 학생이 생각하기에 임권택 감독은 어떤 사람인 것 같나요. <음악에>라는 영화에 <서편제>를 끌어 안았을 때에는, 조대완 학생 방식으로 그 영화의 내면을 봤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조대완 임권택 감독님 영화는 <서편제> <춘향뎐> <장군의 아들> 딱 3편밖에 안 봐서….

정성일 98편 다 보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 몇명 안 돼요. (웃음) 제가 사실 임권택 감독님을 계속 인터뷰를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음악에> 얘기도 했어요. 감독님이 막 웃으시더니 “그 한번 영화를 보고 싶구만” 하시더라구요. 제가 한번 기회가 닿으면 감독님께 보여드릴 생각인데.

조대완 임권택 감독님 영화에는, 다른 나라에서는 할 수 없는 그런 것들이 있어요. 영상과 이야기가 어떻게 그렇게 마음에 와닿을까. 왠지 모르게 끌려요.

정성일 오히려 김지운이나 허진호나 박찬욱 감독 영화들이 더 끌리지 않구요 조대완 학생 세대의 영화연출 지망생들과 얘기해보면 주로 그 이름들이 거론되지 임권택 감독 이름이 나오지는 않거든요. 그런 것은 조대완 학생이 처음이에요.

정성일 <서편제>의 그 길을 실제 봤을 때 느낌이 어땠어요

조대완 글쎄, 왜소해 보였어요. 굉장히 먼 길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별로 안 길어 보였어요.

정성일 <서편제>에서 그 장면을 봤을 때 느낌은

조대완 그 장면만 딱 떼어놓고서는 사실 주인공들간의 관계를 볼 수가 없어요. 동호와 유봉, 송화와 유봉, 송화와 동호의 복잡한 관계들이. 하지만 힘든 길을 가는 와중에 ‘놀아본다’는 것이 <서편제>에서 우리 음악의 힘을 느끼게 하는 대목인 것 같아요.

정성일 촬영지에서는 혼자 돌아다녔나요, 아니면 어머니랑 같이 다녔나요

조대완 혼자 다녔어요.

정성일 좀 이상한 질문일 수 있지만, 어머니가 국악인이고 하면, 여행다니는 주인공을 어머니로 해볼 생각은 안 했어요

조대완 애초부터 그 인물(본인이 직접 주인공 연기를 했다)을 쓰고 싶더라구요. 다른 생각은 하질 않았어요.

정성일 <음악에>에서는 <진도아리랑>을 왜 안 썼나요

조대완 사실 제가 <서편제>의 그 장소를 등장시키는 게 굉장히 위험한 수였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서편제>가 좋아도 그렇지, 어떻게 장소까지 따라하냐는 비판이 있을 수 있거든요.

정성일 근데도 그렇게 한 이유는

조대완 같은 길이지만, 그 길에서 인물이 하는 행위가 <서편제>와 <음악에>는 서로 다르니까요. <서편제>에서는 세 인물들이 춤을 추고 노래하면서 그 길을 가지만, <음악에>에서는 주인공 한명이 힘들고 지치고 주저앉으면서 그 길을 걸어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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