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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FF 2002 엔딩 크레딧 <3>
2002-11-29

세계 3대 영화제 집행위원장이 말하는 오늘의 영화

올해 부산영화제에는 3대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모두 참석해 눈길을 모았다.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과 디이터 코슬릭 베를린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지난해에 이어, 모리츠 데 하델른 베니스 집행위원장은 올해 처음으로 부산영화제를 찾았다. 각기 자신의 영화제가 국제영화의 ‘심장’임을 자부하는 이들은 ‘아시아영화의 오늘과 내일’을 가늠하기 위해 부산을 찾았다고 했다. 티에리 프레모 위원장은 “전반적인 아시아영화의 파노라마를 보기 위해 부산을 찾았다”고 밝혔고, 디이터 코슬릭 위원장은 ‘미래의 트렌드를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영화제를 ‘패션쇼’에 비유하며, 부산이 바로 그런 곳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그렇다면 매년 최고의 ‘전망’에서 국제영화의 흐름을 목도하는 이들은 ‘오늘의 영화’그리고 ‘내일의 영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이야기의 초점은 자연스레 아시아영화에 맞춰졌다. 최근 10년 사이, 국제영화제의 이목이 아시아에 집중, 그 안에서 조금씩 위치 이동해왔기 때문. 22년 동안 베를린영화제를 지휘하다 올해 베니스로 옮겨간 모리츠 데 하델른 위원장은 일찍이 장이모, 차이밍량, 리안 등을 서구에 알리는 데 기여한 인물. 그는 자신의 영화적 관심이 “중국으로부터 출발해, 대만으로, 일본으로, 다시 한국으로 넓어졌다”고 밝혔는데, 이는 국제 영화계의 관심의 궤적을 얼마간 반영하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아시아영화를 주목하는 것일까. 디이터 코슬릭 위원장은 그것을 아시아영화에 나타난 아시아 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해석한다. “급격한 서구화로 인한 문화적 갈등, 전통사회와 자본주의적 가치의 충돌 등 아시아영화에 드러난 아시아인의 삶에 서구 유럽인들이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올해 이들 3대 영화제에서 공통적으로 아시아영화의 라인업이 빈약했던 사실(<취화선>과 <오아시스>의 수상에도 불구하고)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아시아영화의 ‘화려한 시절’은 이렇게 저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에 티에리 프레모 위원장은 어느 쪽으로든 속단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한해의 결과로 경향을 판단하는 건 위험한 일이다. 영화제는 매년 하는 추수 같은 것이어서, 어떻게 씨를 뿌렸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오게 마련이다. 단편적인 현상을 보고, 아시아영화의 힘이 다했다고 속단할 수는 없다. 한국영화도 마찬가지다. 한국영화의 부상이 단순한 거품이 아닌 것은, 든든한 영화사가 있기 때문이다. 긍정적으로 지켜보고 싶다.”

미래의 영화를 전망하는 데 있어서, 이들은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것은 그들이 각 영화제를 대표하는 자리에 서 있는데다, “개방적이어야 하고, 호기심이 많아야” 하는 업무의 특성상 ‘단정’해서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티에리 프레모 위원장은 새로운 영상세대의 등장에 주목하고 있다. “5년 전부터 세계영화는 급격히 달라졌다. 디지털이 도입되면서 기술적인 지각변동이 왔고,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유럽과 할리우드가 개발한 고전적인 모델이 무너지고 있다. 새로운 영화 문화의 지평을 연 대표적인 주자가 키아로스타미와 카우리스마키라고 생각한다. 그 밖에도 미학적, 기술적 지각 변동을 작품 속에 표현해낸다는 점에서 ‘새로운 세대’가 등장했다고 볼 수 있다.” 걱정스러운 부분이 없는 건 아니다. 모리츠 데 하델른 위원장은 독립영화의 입지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미국의 시장 장악과 세계화 프로젝트의 유행 때문에 유럽 내 군소 프로덕션이 영화사업을 접는 일이 속출한다. 매우 힘들고 위험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다만, 도전적인 젊은 감독의 출현에 희망을 걸어본다.” 또한 미래의 영화를 수용하는 이들, 그들의 태도에 관한 언급도 있었다. 티에리 프레모 위원장은 젊은 관객에 대한 영상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프랑스에선 영화를 ‘문화’이자 ‘역사’이자 ‘기억’이라고 가르친다. 의무교육을 통해 영상에 대한 존중심을 가르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들이 바로 미래의 관객이기 때문이다.” 부산=글 박은영 cinepark@hani.co.kr, 김영희/ 한겨레 문화부·사진 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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