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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일,지아장커를 만나다 <3>
2002-12-07

˝5세대의 배신을 넘어, 지하전영은 전진한다˝

<임소요>, 장자의 사유 또는 젊은이의 절규

정성일: <임소요>에 대한 질문을 저는 이렇게 한번 시작해보겠습니다. <임소요>라는 제목은 장자의 철학적 자구입니다. 당신에게 장자(莊子)는 어떤 의미를 갖는 사람입니까

지아장커: 원래는 장자(莊子)라든가, 나비의 그런 이미지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차오차오를 연기한 짜오타오는 나비 문신을 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왜 여자 들이 나비 같은 것을 붙이는 것을 좋아하니, 하고 물어봤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날 수 없으니까, 이렇게 대답을 하더군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저는 많은 것을 연상했습니다. 아직 젊은 세대들, 짜오타오의 친구세대들은 장자 안에 나오는 호접몽(胡蝶夢)과 같은 성어를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젊은이들은 몇 천년 전에 철학자가 말했던 것을 간단한 부호로 자기 스스로 깨닫고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나비가 되어 자기가 날고 싶다는 것을 간단하게 명시한 것이죠. 자유라는 것은 몇 천년 전부터 중국 고대 철학에서 계속 그 이야기를 했지만 아무도 여태까지 실제로 진정한 자유, 이 마음속의 자유라는 것을 얻지 못했고 그것이 무엇인가를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결국 많은 젊은이들이 구속받지 않는 자유를 외면적으로 옷이라든가 외모로 표현을 하지만, 진정한 자유를 구속하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아마 어떻게 보면 나비라는 것 자체가 생활 속에서 내가 뭔가를 하고 싶다는 욕망의 표현일 수도 있죠. 이렇게 <임소요>는 조금씩 구체적인 이야기가 되어가면서, 동시에 장자의 생각과 철학을 그들 세대 속에서 스스로 발견한 것을 끌어들일 수 있었습니다.

장자는 제가 끌어들인 것이 아니라, 저들이 스스로 찾아낸 것이라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장자는 우리가 소홀히 생각했었던 하나의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천년 동안 이러한 문화를 소홀히 하면서 중국인들은 뭔가를 잊기 시작했고 뭔가를 해결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현재 실제 생활 속에서 아주 심각한 삶의 명제, 생활의 문제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까스로 답을 찾았는데 그 답을 잊어버렸으니 다시 그게 문제가 된 것입니다. 장자는 중국 안에 있는 문제를 풀어낸 스승의 한 사람이고, 답을 준 사람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저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바로 자유에 관한 문제입니다. 인간이 지금의 현 상태를 넘어설 수 있는가, 소홀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 지금 중국사회는 현대화 과정 속에 있습니다.

그러나 물질의 현대화가 실질적인 사회의 현대화를 가지고 올 수 없습니다. 개인적인 인간의 생각의 현대화가 진정한 현대화입니다. 만약에 한 국가의 국민들이 현대화된 사고방식을 갖고 있지 않다면, 이것은 진정한 현대화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장자로 다시 돌아가게 되는 거지요. 그러니까 장자라는 것이 중국사회의 한 부호로서 사회로부터 벗어나는 것, 사회와 떨어지는 것. 지금 현재 중국의 젊은이들이 바로 현대 주류사회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이상하게 연결시켜 봤던 것입니다.

정성일: 동시에 또 하나의 맥락인 이 영화의 제목이자 영화 중간에 두번이나 불리는 (대만 가수 임현제(任賢齊)가 부른) 대중가요 <임소요>를 중국에서 듣는다는 것은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킵니까

지아장커: 노래 <임소요>는 2000년부터 유행하기 시작했고 그 이듬해에는 중국에서 특히 더 인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 <임소요>라는 노래가 광저우, 상하이 같은 큰 도시에 사는 사람들보다는 따퉁, 펜양 같은 소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이 더 좋아했습니다. 심양의 농촌에서 온 소년 두명이 은행강도를 하러 갔는데, 은행을 털기 전에 소년 하나가 엄마에게 편지를 한통 썼습니다. 그런데 엄마한테 뭐라고 써야 할지 생각이 안 나니까 <임소요> 가사를 베껴서 썼습니다.

저는 그 얘기를 읽고 무척 놀랐습니다. 한 사람이 아주 위험한 짓을 하러가기 전에 쓴 것이 왜 이 노래 가사였을까. 그래서 이 노래를 찾아서 들었습니다. 정말 <임소요>에는 진짜 젊은이들을 감동케 하는 구절이 있었습니다. “내가 만약 영웅이라면 가정환경과 배경이 나쁜지를 물어보지 마시오.” 이 소년들이 좋아하는 이 가사는 내가 외치고 싶은 하나의 절규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 급속도로 발전한 중국사회에서 도시와 농촌, 도시 안에서도 부유층과 빈민층의 불평등은 하류계층 사이에 일종의 분노로 번져, 마침내 2001년에는 하층 시민들이 잔인한 사건들을 많이 일으켰습니다. (영화 <임소요>에도 나온) 숙소 폭발사건은 바로 베이징의 석가장이라는 조그만 도시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실직한 한 노동자가 분노에 젖어 자기 집을 갑자기 폭파시킨 것입니다. 후난성의 한 도둑이 경찰에 체포되고 나서 오히려 영웅이 된 듯이 많은 여성들이 팬레터를 쓴 적도 있습니다. 평등하다고 믿었던 사회가 점점 더 불평등한 사회가 되어가는 데 대해 일부 시민들은, 하류층 시민들은 분노의식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게 바로 <임소요>의 배경입니다.

정성일: 중국에서 첫 번째 디지털영화라고 불리는 영화는 무엇입니까

지아장커: 주웬의 <해선>(海鮮),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상영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성일: <임소요>는 디지털로 만들었고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온 네편의 디지털영화 중 한편이었습니다. 디지털이라는 것은 당신이나 중국 지하전영 세대에게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지아장커: 전통적인 영화제작방식에서 창작 태도를 바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자유가 바로 디지털카메라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지털이라는 것 자체는 현대의 실험영화를 구현할 수 있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1, 2년이 지나면 더 실험적인 영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은 예산으로라도 이러한 영화를 찍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죠. 하지만 정통적인 극영화를 찍을 계획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졌다는 것이지요. 이 모든 것들이 하나의 기회라고도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잊었지만) 이것은 이미 우리에게 1972년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이 중국을 찾아와서 찍은 다큐멘터리 <중국>에서 가르쳐 준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계속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