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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지각변동 [2]
2003-01-10

`CJ+시네마서비스 프로젝트`설, 유일 메이저시대 오는가

CJ는 왜 시네마서비스는 왜?

여기까지가 CJ에 특별한 매력을 느끼는 까닭이라면 당장 시네마서비스가 플레너스 지분 매각을 바라는 현실적인 이유는 신규 투자의 필요성이다. 2002년 시네마서비스가 70억원 이상 흑자를 냈다고 밝히고 있지만 극장에서 회수되는 돈이 곧바로 제작비로 재투자되는 영화사업의 속성상 로커스보다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는 자본이 필요한 것이다. 프리머스시네마, 스튜디오 건립, 영화아카데미 설립 등 계속 사업영역을 넓혀가는 강 감독의 입장에선 절실하지 않을 수 없다. 계속 흑자를 내고 있지만 흑자분 이상을 계속 투자하는 강 감독의 스타일은 최근 시네마서비스가 자체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하는 것으로도 드러나고 있다. 김상진 감독을 제작본부장으로 영입하며 자체 제작라인을 강화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강 감독은 “김상진 감독이 독립해 만든 제작사 감독의 집 외에도 몇개 제작사를 시네마서비스 내부로 불러들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CJ는 왜 플레너스 지분에 관심을 보인 것일까 CJ쪽에서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없으나 생각해볼 수 있는 몇 가지 근거는 있다. 먼저 2002년 CJ가 투자, 제작한 영화들이 크게 성공하지 못한 사실이다. CJ는 2001년 튜브엔터테인먼트가 투자한 작품의 배급권을 따내면서 지난해 시네마서비스보다 많은 영화를 배급했지만 <집으로…>만이 서울관객 100만명을 넘겼고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은 재난에 가까운 참패를 기록했다. CGV 극장체인이 안정적인 수익을 안겨주고 있지만 투자, 제작은 여전히 위험요소가 크다는 점에서 시네마서비스의 노하우에 관심을 보일 만하다. 1995년 드림웍스에 과감한 투자를 했던 전례로 보면 그룹 최고경영진의 스타일도 CJS연합의 실현가능성에 무게를 보태준다. 최근 CJ가 CJ미디어를 출범시키면서 방송분야에서 캐치온, OCN, 투니버스 등을 소유한 동양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도 무관한 일로 보이지는 않는다. CJ가 시네마서비스 영화를 확보한다면 CJ미디어의 영화채널 홈CGV에도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리라 예상된다.

여기서 영화계 관계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가장 큰 문제는 만약 CJS연합이 이뤄졌을 때 CJ가 한국영화 제작, 투자를 시네마서비스에 일임할 것인가에 있다. 불가능한 가설이 아닌 게 CJ 입장에선 제작, 투자를 시네마서비스에 온전히 맡기는 편이 수익성을 높이는 방안이 될 수 있다. 그럴 경우 시네마서비스가 제작, 투자하는 영화의 편수는 지금보다 늘겠지만 한국영화는 하나의 메이저 아래 줄을 서는 체제로 돌변하는 것이다. 시네마서비스와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했던 제작사들 입장에선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최악의 경우인 셈. 싸이더스 대표 차승재씨는 이런 상황을 상상하는 것에 대해 “갑갑하다”고 말한다. 메이저 배급사간 경쟁이 없을 경우 제작사가 운신할 폭은 그만큼 좁아지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가정을 하자면 대다수 제작사가 강 감독 한 사람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올지 모르는 것이다. 튜브엔터테인먼트 대표 김승범씨는 “두 회사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겠지만 무리수가 상당하기 때문에 기대만한 효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라고 전망한다. 대체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길 바라는 분위기지만 제3자인 이들로선 사태를 관망하는 외에 다른 방법은 없어 보인다.

결과적으로 독점적 시장이 형성됐을 때 동양, 롯데 등 극장체인을 기반으로 영화제작에 의지를 보이고 있는 대기업이나 코리아픽처스, 튜브, KM컬처, A라인 등 다른 배급사들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도 문제다. CJS연합에 속하지 못한 메이저 제작사와 연대한다면 예상보다 쉽게 새로운 메이저로 떠오를 수도 있지만 반대로 CJS연합에 겁을 먹고 위축된다면 영화시장은 지금보다 얼어붙을 수도 있다. 현재로선 금융자본과 연결된 다른 배급사보다 자체 자본이 있는 동양과 롯데가 CJS연합에 크게 동요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쇼박스 상무 김우택씨는 “CJS연합 때문에 다른 쪽이 위축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산업구조가 어떻게 바뀌든, 외부환경이 어떻게 만들어지든, 어차피 경쟁력이 있으면 살아남고, 경쟁력이 없으면 망한다”며 동양의 노선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 말한다. 제작투자 기회를 엿보고 있는 롯데시네마의 최건용 이사 역시 “언제나 정반합의 움직임이 있는 것 아니겠는가. CJS연합이 생기면 거기 걸맞은 새로운 라이벌이 또다시 생길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 가지 우려할 사항은 최근 금융자본이 대단히 몸을 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처럼 돈가뭄이 심한 상황에선 장기적 전망을 갖지 않으면 과감한 투자가 어려울 전망이다.

물론 플레너스 지분 인수는 이런 이해관계만 맞는다고 성사될 일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보면 얼마에 사느냐가 가장 큰 문제다. 지금 플레너스에 관심을 보인 네 군데라 해도 플레너스가 매니지먼트사인 싸이더스HQ나 게임회사인 넷마블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있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가치평가 작업이 쉬운 일은 아니다. 때문에 일각에선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든 결정이 빨리 나야 한다고 말한다. CJS연합이든 아니든 플레너스의 새로운 임자가 조속히 결정돼야 영화계의 정세를 관망 중인 자본들이 각자 제 갈 길을 찾아갈 것이라는 얘기다.